한미 정상회담서 ‘원전 동맹’ 발표 이후 ‘SMR’ 뜨거운 감자
한국수력원자력 “‘SMR’이 대형원전보다 1000배 안전”
에너지정의행동 “시제품도 없는데...SMR이 안전하다는 건 오만”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기존 대형 원전의 1/100 크기인 SMR(전기출력 300MW 이하)이 탄소중립을 실현할 차기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면서다. 반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SMR이 “탄소 중립과 거리가 먼 실체 없는 허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스포스트가 SMR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한미 정상회담 ‘원전 동맹’과 빌 게이츠·워렌 버핏 SMR 투자가 논란 기름
국내에서 SMR에 대한 논의는 지난 4월 14일 개최된 국회 포럼에서 구체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원) 주관으로 열린 ‘혁신형 SMR 국회 포럼’에서 한수원과 원자력연은 SMR이 안정성과 유연성, 경제성 등을 갖춘 미래 수출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美 백악관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은 국내에서 꿈틀거리던 SMR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원전 사업에 공동 참여하고, 해외 원전 시장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이 ‘원전 동맹’을 맺으면서 ‘탄소 중립’을 이룰 미래 에너지원으로 SMR이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국내 SMR 관계자들의 관심을 끈 미국 현지 소식도 있었다. 美 가디언지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 시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기술고문과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는 SMR의 일종인 소듐냉각고속로(SFR) 건설 계획을 밝혔다. 미국 와이오밍주 석탄발전소 부지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SFR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공사 기간은 7년 안팎으로,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英 국립원자력연구소 “2035년 620조 원 SMR 시장 열린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오는 2035년 SMR 시장 규모가 최대 4,000억 파운드(약 620조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2050년 3,500억 달러(약 400조 원) 규모의 SMR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각국 국책 기관들은 SMR 시장이 최소 수백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개발하고 있는 SMR 노형은 모두 70종이 넘는다. △미국 17기 △러시아 17기 △중국 8기 △일본 7기 △한국 2기 △영국 2기 등이다. SMR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각국 정부가 SMR 기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에너지부는 SMR과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에 7년 동안 32억 달러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중국은 경제 분야 국가 최고계획인 ‘제14차 5개년 계획’에 해상부유식 SMR을 선정하고 이달 실증 건설을 허가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해상부유식 SMR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동시베리아 페벡(Pevek)시가 대상이다. 러시아는 2028년까지 동시베리아 야쿠티아(Yakutia) 지역에 육상 SMR을 건설해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국도 SMR과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 3억 8,500파운드를 투자하고 2035년까지 SMR 10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SMR에 5,000억 원을 투자해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바 있다. 한수원과 원자력연 중심으로 개발한 ‘SMART’가 그것이다. 한수원과 원자력연은 SMART를 개량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향상한 ‘혁신형 SMR’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혁신형 SMR’은 170MW급으로 △무붕산 △내장형 제어봉 구동장치 등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일 계획이다. 한수원과 원자력연은 오는 2028년 ‘혁신형 SMR’ 인허가를 획득하고 본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지난 1월 500억 원의 자체 연구비를 투입해 ‘혁신형 SMR 개념설계 및 기본설계’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려야”
SMR에 대한 국내외 관심과 각국의 투자 계획에도 불구하고,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SMR이 △안전성 △실현 가능성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경 사무국장은 “1997년 5,00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SMART’는 2012년 설계 인증을 받았지만, 시제품도 만든 적이 없는 허구”라면서 “실제 운용해본 적이 없는데 대형 원전보다 1,000배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오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선 2035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하는데, 지금 개발 중인 국내외 SMR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시기를 놓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선 OECD 국가들이 2035년까지 발전 부문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급한 에너지 전환이 필요한 만큼, SMR 개발이 발전 부문에서 탄소 중립과 무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영경 사무국장은 SMR의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가 오히려 대형 원전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수원과 원자력연이 SMR이 장주기 운전(2년)으로 ‘사용 후 핵연료’ 발생을 최소화한다고 밝힌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사무국장은 “대형 원전은 ‘사용 후 핵연료’가 한곳에 모여있지만, 분산형 전원인 SMR은 ‘사용 후 핵연료’가 사이트마다 발생하게 된다”면서 “관리할 장소가 많아지는 까닭에, 자연재해나 테러 등 위협에 더 쉽게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빌 게이츠 등 민간 사업자들은 사업가이기 때문에 자신이 투자한 SMR이 기후위기를 막는 방법이라고 선전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진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선 SMR에 투자할 게 아니라, 지구촌 모두가 노력해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결하는 ESS 기술 등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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