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인터뷰
“산림청 벌채, 오히려 탄소 배출 하는 꼴
주장 근거의 명확성 확인할 길 없어
흡수량만 보고 판단... 단편적인 생각”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탄소 중립 사업은 탄소를 내보내지 않는 것이 핵심인데, 산림청은 탄소를 내보내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21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나무를 쓰지 않도록 전환하면서 최소한의 나무를 자르는 것이 올바른 탄소중립의 방향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산림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림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생태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탄소중립을 빙자한 과도한 벌목 사업이라며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산림청은 숲의 다양한 가치를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비판이 계속되자, 이례적으로 지난달 29일 후속 브리핑과 지난 10일 국회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나무는 육상부에서 유일하게 인간이 배출한 탄소를 능동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에 산림청의 ‘베고-쓰고-심고-가꾸는’ 산림순환경영 정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뉴스포스트>는 전문가와 함께 산림부문 전략안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본다.
지난 1월 산림청은 핵심 탄소흡수원인 산림의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산림부분 추진 전략안을 마련·발표했다. 전국 산림 약 14%를 차지하는 90만ha(헥타르) 규모 경제림의 나이 든 나무 3억 그루를 베고 어린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탄소 흡수 능력을 올린다는 내용이 골자다.
우리나라는 1970년 대대적인 녹화사업을 진행했는데, 당시 심은 나무들은 탄소를 흡수하기에 늙었다는 것이 산림청의 입장이다. 산림청은 산림의 탄소흡수능력 강화를 위한 핵심과제로 산림의 ‘영급구조 개선’을 제시했다. 영급이란 나무의 나이를 10년 단위로 구분하는 산림용어로 1~10살은 1영급, 11~20살은 2영급, 21~30살은 3영급 등으로 부른다.
산림청에 따르면 나무의 탄소 흡수량은 20~30년 사이일 때 최대를 기록한 후 빠르게 줄어든다. 나무는 어릴 때 생장이 활발해 그만큼 탄소를 흡수하는 양도 많은데, 현재 숲이 2050년이 되면 노령화해 탄소 흡수량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산림 온실가스 흡수량은 2050년 현재의 70% 수준인 1400만t으로 급감하지만, 어린 나무를 심으면 매년 탄소 3400만t을 흡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단편적 주장...벌채 시 오히려 탄소 배출 돼”
전문가들은 산림청 자료의 명확성을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말하는 초기 흡수량은 자연림에서 밀생할 때 나오는 것이다”라며 “우리나라는 다 밀어버리고 원하는 나무 묘목들만 심는 것이기 때문에 2~3년 동안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자연림으로 판단하는 것이므로 데이터의 명확성을 확인할 길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숲이 최소한 200년 정도 돼야 후속 세대를 준비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숲은 후속세대를 준비할 시기가 아니다”면서 “나무는 300~400년 숲에서 200년 정도 적당하게 산다. 그러면 최소 절반은 살고 난 후에 후속세대를 준비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하는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과학 저널 ‘네이처’에는 숲은 800살이 될 때까지도 이산화탄소 순흡수원으로 기능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14년에는 대부분의 나무는 노령화돼도 연간 온실가스 흡수량이 둔화되지 않는다는 16개국 과학자들의 공동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산림과학원에서 수령 70년까지 조사한 ‘표준 탄소흡수량’ 자료에도 한국 숲의 대표 활엽수인 상수리나무와 신갈나무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지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정책의 근거가 불확실한데도 무리한 벌목 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환경단체에서는 숲이 고령화하면서 탄소흡수율이 저하될 것으로 보는 산림청의 2050년 산림흡수량 전망치는 객관성과 타당성이 부족해 외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홍 교수는 “중요한 것은 산림의 흡수량이 아니고 저장량이다. 산림 벌목 시 축적되는 탄소가 5%라는 유럽의 데이터가 있다”라며 “저장되는 것이 5%, 나머지는 95%는 날아가는 것이다. 40년 동안 축적해서 95% 날리는 것은 탄소 저장 사업이 아닌 탄소 배출사업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저장된 것들을 파괴하고 탄소를 조금 더 흡수하는 것이 탄소중립에 이익이 됐다고 말할 순 없는 것이다, 그것도 저장이 아닌 흡수량만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정말 단편적인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산림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나가야 할 방향은 나무가 능동적으로 탄소를 흡수하면서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홍 교수는 “나무는 인간이 배출한 탄소를 유일하게 능동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나무를 안 쓸 수는 없지만, 나무를 쓰지 않도록 전환하는 것. 최소한도로 나무를 자르는 것이 탄소중립의 방법이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환경부도 산림청의 전략안에 제동을 걸었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산림청 탄소 흡수 전략 마련을 위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 산림청 계획을 면밀히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의 ‘30년간 30억 그루 심기’ 계획이 세부적인 검토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초기부터 관련 부처가 함께 논의를 진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협의체를 제안했고, 산림청이 하반기에 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전문가들과 함께 과학적 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