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원 ESG 경영은 文정부 신재생·친환경·탈원전 정책 기조에 방점
- 태양광과 풍력발전 투자 늘리고, 원자력 낮춰...‘원전해체연구소’ 설립
-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 전면 백지화
- 정부, 9차 전력수급 계획에 ‘신한울 3·4호기’ 제외...사실상 좌초 가능성
- ‘신한울 3·4호기’ 7900억 투자한 한수원, 수천억원 매몰 비용 감당해야
- 김경희 원자력정책연대 사무총장 “환경과 사회 위해 원자력에 투자해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투자와 경영의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연기금 등 국내외 재무적투자자는 기업의 ESG 지표에 따른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국내 공기업의 ESG 경영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한국수력원자력CI.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CI.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신재생·친환경 에너지와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기조에 맞춰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또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자력발전 투자를 줄이고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했다. 

한수원의 저탄소·친환경 에너지 확대는 ESG 경영에 긍정적인 요소다. 반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른 한수원의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와 ‘월성1호기’ 조기폐쇄 행보는 뜨거운 감자다. 원전의 △환경성 △경제성 △사회성 등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한수원, 태양광·풍력↑ 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의 ESG 경영에 대한 의지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따른다. 한수원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친환경 에너지에 드라이브를 건 정부 가이드에 방점을 찍고,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17년 출범 당시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오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친환경 에너지를 전체 발전비율의 20%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에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기조연설’을 통해 그린뉴딜 정책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설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실제 에너지 비율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2016년 9,262MW에서 2017년 1만 976MW로 18.5% 이상 늘었다. 이후 2018년에는 1만 3,413MW, 2019년은 1만 6,058MW 등으로 매년 20%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6.19%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매출규모는 15.7조 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매출 비중 62.3%)이 중심이다. 그 뒤를 바이오(19.8%)와 풍력(매출 비중 8.1%) 등이 잇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고흥 해창만에 추진 중인 300㎿급 태양광 사업 조감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고흥 해창만에 추진 중인 300㎿급 태양광 사업 조감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수원은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기조를 실현해나가는 중이다. △제주도 태양광발전사업 △전남 신안군 비금주민태양광발전사업 △서남부권역 태양광 공동개발사업 △경북 청송군 청송노래산풍력단지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또 한수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선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이 현재까지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한수원은 원자력발전 투자 비중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지난해 8월 ‘원전해체연구소’ 법인을 설립하고 같은 해 9월에는 주요시설 건립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올해 하반기 건립에 착공해, 2024년 준공될 예정이다.
 


탈원전 정책, 한수원 ESG 경영에는 ‘개와 늑대의 시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른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와 원전 조기폐쇄 등 행보는 ESG 평가에 변수로 남았다. 다가오는 동물이 반려견인지 늑대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황혼 녘의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원자력발전 자체가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 등 항목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지, 부정 요인으로 작용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다.

월성 1호기. (사진=뉴스포스트DB)
월성 1호기. (사진=뉴스포스트DB)

한수원은 지난 2018년 6월 1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무기한 사업이 중단된 상태인 신한울 3·4호기를 배제했다. 사실상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한수원은 좌초 가능성이 높아진 신한울 3·4호기에 7,900억 원 상당을 투자했는데, 원자력업계는 한국수력원자력의 토지매입비용과 기자재 보관 비용 등 매몰 비용만 8,000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잡음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논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에 대해 “산업부 공무원들이 관계 자료를 모두 삭제해 복구에 시간이 걸렸고 진술받는 과정도 상당히 어려웠다”면서 “이런 감사는 재임 동안 처음”이라고 작심발언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국감 발언 이후 지난해 10월 20일 감사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부가 2018년 5월 11일 회계법인에 향후 4.4년간 원전 판매단가를 전년도(17년) 판매단가에서 한수원 전망단가로 변경하도록 했다”면서 “한수원은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회계법인에 이를 보정하지 않고 사용하게 해 판매수익이 낮게 추정됐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를 놓고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국감 위증 논란도 일었다. 정재훈 사장이 2018년 10월 20대 국회 국감에서 월성1호기 판매단가 산정 기준에 대해 “저희가 아니라 회계법인에서 2017년에 나온 전력 관계사의 단가 추이, 그걸 인용한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서다.

지난해 10월 국감 당시 이철희 산자위 의원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정재훈 사장의 위증 혐의를 고발하지 못하는 건 국감 위증 고발요건이 국회 자율권에 있기 때문”이라면서 “야당 의석이 부족해 고발요건을 만족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월성1호기 내부 자료를 삭제하는 데 관여한 산업부 공무원들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현재 한수원 고위 간부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발전의 친환경성과 경제성 쟁점을 놓고도 원자력업계 종사자들과 환경단체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는 원자력발전의 안전과 사용 후 핵연료 처리비용 등을 이유로 원자력발전이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분석한다. 또 한때 ‘비싼 에너지’라는 오명을 썼던 신재생에너지 가격도 점차 낮아져, 원자력발전 단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도 주장한다. 

실제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0월 기준 1kWh당 발전원별 전력구입단가는 원자력이 49.79원, 신재생에너지가 58.67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원자력은 2.8%, 신재생에너지는 41.5% 감소한 수치다. 2019년 10월 1kWh당 원자력발전단가는 51.24원, 신재생에너지발전단가는 100.46원이었다. 불과 1년 만에 2배에 달했던 신재생에너지 구입단가가 원자력 구입단가 수준으로 수렴하는 모양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원자력발전이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석탄화력발전보다 환경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지만, 원자력발전이 등장한 지 50년이 넘도록 아직 완벽한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방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런 까닭에 원전 에너지가 안전하지도 않고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원자력정책연대 등은 “원자력발전이야말로 환경친화적 에너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전만큼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원이 현재로선 없다는 설명이다. 

김경희 원자력정책연대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자력발전은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최고의 친환경에너지”라면서 “환경단체 주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우리나라 사용 후 핵연료 처리기술을 믿지 못한다는 얘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자력발전 구입단가에는 방사성폐기물 관리비 등 사후처리비용이 포함된 만큼 경제성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진정으로 환경을 생각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보유한 한국 원전산업의 생태계 등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신한울3·4호기 건설 재개는 물론, 신규 원전 건설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