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前 한수원 사장, 신재생 관련 부서 신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두 부서 없애고 인력 구조조정”
정해용 세종대 교수 “이왕 만든 부서, 에너지믹스 도움”
윤세종 변호사·이영경 사무국장 “유지 또는 확대해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의 ‘재생에너지처’ 폐지와 ‘해외사업처’ 개편을 놓고 원자력업계에서 의견이 나뉘고 있다. 황주호 신임사장 취임 이후 탈원전 인사로 알려진 정재훈 전 사장이 만든 부서를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달 22일 취임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제10대 사장.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지난달 22일 취임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제10대 사장.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前 사장 신설 ‘재생에너지처’·‘해외사업처’


한수원 그린에너지본부 소속 재생에너지처는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이 지난 2018년 취임 직후 새로 만든 조직이다. 출범 당시 명칭은 ‘신재생사업처’였다가 지난해 6월 30일 재생에너지처로 이름이 바뀌었다. 재생에너지처는 산하에 신사업총괄팀과 신재생운영팀, 태양광사업팀, 풍력사업팀, 신에너지사업팀 등을 두고 있다.

또 이날 한수원은 해외 신재생에너지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신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해외사업처와 수소융복합처를 뒀다. 발전 공기업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3020 정책’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 연료전지, 바이오매스 등 신규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일환이었다.

당시 한수원은 “본사 본부와 처 단위 조직의 기능재편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신사업 조직을 대폭 보강했다”며 “해외 신재생사업과 수력 분야의 실질적 성과창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해외사업처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文정부-정재훈 사장, 한수원 태양광·풍력 사업 84.8% 준공


지난 2020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이 송희경 의원 등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0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이 송희경 의원 등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탈원전 기치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과 정재훈 전 사장이 취임한 2018년을 전후로 한수원은 신설 조직을 기반으로 태양광과 풍력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수원 자체 추진 태양광 사업 25개 가운데 21개가 해당 기간에 준공됐다. 또 한수원의 태양광 SPC사업과 ESS사업, 풍력사업 등 8건 가운데 7건도 이 기간 준공을 마쳤다. 비율로는 84.8%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5월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자력업계 일각에서 한수원의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30일 오는 2030년 원자력 발전량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문 정부 때 확정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 전망치 대비 원전은 10%p 늘고, 신재생에너지는 10%p 줄어든 수준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원전 발전량 비중 전망치는 23.9%에서 32.8%로 올랐다. 산업부는 해당 수치가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따른 것이라며,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의 발전량을 반영해 전망을 조정했다고 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전망은 주민 수용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감안해 당초 NDC 상향안의 30.2%에서 21.5%로 감소했다.


재생에너지처·해외사업처, “폐지” vs “확대 개편”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 4호기.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제3세대 원전 모델인 APR1400 노형을 최초로 적용한 프로젝트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핵심 기자재를 제공한다. (사진=두산중공업 제공)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 4호기.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제3세대 원전 모델인 APR1400 노형을 최초로 적용한 프로젝트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핵심 기자재를 제공한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한수원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부서 조직개편에 대해 원자력 업계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1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국내 원전산업은 원전 생태계 정상화, 국내 원전 수출, SMR(소형모듈원전) 개발,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용후핵연료 처리 논의 등 숙제가 산적한 상황”이라며 “지난 정부 때 들어선 한수원의 재생에너지처와 해외사업처 등은 없애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한수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란 이름에 맞게 수력과 원자력 사업과 운용, 안전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기조가 공공기관 인력을 새롭게 뽑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지난 5년간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다시 복구하기 위해선 한수원에도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조직 구조조정을 통해 원자력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게 원전을 다시 살리고, 원전을 안전하게 운용해 사고를 막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수원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부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는 글로벌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해용 세종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확대하고, 에너지 전환정책에 기여하라는 요청이 한수원에 계속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왕 만들어진 조직을 와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믹스해 공생하는 글로벌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측면에서 유지하되, 한수원이 SMR 등 새로운 부서를 만드는 조직개편은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황주호 신임사장에게 한수원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현실에 맞게 운영하는 것을 제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도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논의는 아무 것도 없이 신규 원전 건설이나 원전의 계속운전을 논의하는 건 본말이 전도됐다고 본다”며 “일단 정권이 바뀌었다고 탈원전 폐기를 전 정권에 대한 심판처럼 계획없이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한수원 등 발전 공기업들은 최종적으로는 재생에너지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하는 만큼, 관련 부서 존속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고흥 해창만에 추진 중인 300㎿급 태양광 사업 조감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고흥 해창만에 추진 중인 300㎿급 태양광 사업 조감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수원이 오히려 신재생에너지 부서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글로벌 추세이기 때문에 한수원 등 발전 공기업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하기 위해 관련 부처를 두는 게 의미가 있다”며 “현행 조직을 유지하거나 가능하면 확대 개편까지 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주호 신임사장이 원전이냐 신재생에너지냐 등 문제 이전에 원전 운용의 안전과 사용후핵처리 문제는 확실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수원 조직개편 논란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조직개편과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나온 바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22일 취임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원자력 안전과 원전산업 경쟁력 제고 △원전 수출 10기로 해외시장 개척 △신한울 3·4 호기 건설 △원전 10기 계속운전 △SMR 사업 추진 △사용후핵연료 법제화 △원자력 수소생산을 위한 수소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