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적자 14조3000억원...전년 대비 손실금액 14조1000억 증가
가장 비싼 값으로 발전사 모두 동일 지급, SMP 구조적 문제
타 국가 대비 낮은 전기요금...정치적 이유로 요금인상 어려워
한전 “발전원별 SMP 개편에 공감...정부와 요금 정상화 논의”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30일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14개 공공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했다. 정부는 이들 공공기관의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사업과 조직을 구조조정하는 등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포스트는 각 공공기관의 경영실태와 배경, 해결방안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전남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진=뉴시스)
 전남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전력은 올해 상반기 14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사는 올해 한전의 영업적자가 23조 원~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한전이 적자를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도매시장에서 비싸게 산 전기를 소매시장에 싸게 팔아서다.

한전은 상반기 △매출액 31조 9921억 원 △영업비용 46조 2954억 원 △영업손실 14조 303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손실금액이 14조 1160억 원 증가했다. 

한전 적자의 배경을 놓고, 정치권과 전력산업계 종사자들은 두 갈래로 의견이 나뉜다. “文 정부에서 원자력발전을 줄이고, 한전이 방만경영을 했다”라는 한 측의 분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이유로 연료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라는 다른 측의 분석이 맞서는 상황이다.

지난 정부의 잘못으로 책임을 돌리는 건 주로 현 정부 인사들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는 한전과 자회사의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반납하라고 권고했다. 같은 달 한덕수 국무총리도 프랑스 파리 방문 중 “한전이 본인들 월급 반납하는 걸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탈원전한다고 하면서 전력을 공급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실 원전 가동률은 한전 영업손실과 별 상관이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명박(~2013.2)·박근혜(2013.2~) 정부 때 75.7% 원전가동률을 기록한 2013년 한전은 53조 6924억 원의 매출액과 262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원전가동률이 90.3%였던 2011년과 82.3%였던 2012년 한전은 각각 3조 2952억 원의 영업손실과 2조 692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원전가동률은 82.5%였지만, 한전은 1분기에만 역대 최고 적자인 7조 78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우리나라의 현행 전력시장 시스템에서 한전 적자는 원전과 무관하다는 얘기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사진)과 한전 임원들은 지난 5월 만성적자 해결을 위한 자구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사진)과 한전 임원들은 지난 5월 만성적자 해결을 위한 자구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글로벌 경기와 지정학적 문제로 LNG 등 연료비가 급등한 게 한전 적자 원인이라는 다른 편의 지적은 일견 타당해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더 들여다보면,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 SMP 가격결정 구조의 문제라는 게 드러난다.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한 입찰 과정을 거쳐 한수원 등 전력공급자들에게 전력도매가격(SMP)을 지불하고 전력을 산다. 문제는 한전이 발전사들에 지불하는 SMP가 원자력과 무연탄, 유연탄, 유류, LNG 등 발전원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한전은 ‘낙찰받은 전력 가운데 가장 비싼 전기를 생산한 발전소를 기준’으로 모든 발전사에 kW당 동일한 SMP를 지급한다. 통상 LNG나 유류연료 발전소가 가장 비싼 전기를 팔기 때문에, 두 가격 가운데 하나가 SMP의 기준이 된다. 

유류와 LNG 외 다른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들은 연료비용이 오르지 않아도, 두 연료비가 오르면 한전에게서 SMP를 더 받아가는 셈이다. 발전원별 별도 SMP 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유류 연료비용은 2021년 1월 ㎘당 39만 5803원을 기점으로 점차 상승해 올해 8월 ㎘당 168만 8822원까지 올랐다. LNG도 2020년 11월 ton당 31만 6565원이었던 연료비용이 올해 8월 157만 7136원까지 치솟았다. 

연료비 상승에 따라 지난해 1월 1kWh당 70.65원이었던 SMP는 올해 4월 202.11원을 기록했다. 전력도매시장이 들어선 2001년 이후 SMP가 200원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한전은 SMP가 100원을 넘으면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본다.

해외 주요 국가들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 전기요금 수준도 한전 적자를 키우는 요소다. 도매시장에서 손해를 보고 전기를 산 한전이, 전력 소비자에게도 손해를 보며 파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가정용 전기요금’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h당 8.02펜스다. 반면, OECD 26개국 가정용 전기요금의 평균은 ㎾h당 16.45펜스로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이다. 한국보다 전기요금이 싼 국가는 멕시코가 유일하다.

한전 만성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선 분기별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그간 어느 정부도 단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도 한전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와 물가상승률 등으로 국민 생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며 인상을 유보한 바 있다.

한전은 내부 분석을 통해 전기요금이 1%p 오를 때마다 이익이 2946억 원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보다 1.8배~2배 이상 전기요금을 올려야 올해 예상 적자(23조~30조)를 만회할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 26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발전원별로 SMP 가격을 다르게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한다”며 “SMP가 200원을 넘어서기도 하면서, SMP 가격산정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요금에 대해선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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