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지난해 8명 사고사망자 발생 한전에 ‘재발방지’ 지도
한전, 지난달 안전보건처를 사업총괄 부사장 직속으로 개편 추진
한전 “현장 하청 업체들의 안전수칙 미준수 의아해...안타깝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전력공사 하청 근로자들의 사망사고를 끝낼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공공기관 가운데 최다 사고사망자가 발생한 한전은 새해 첫날 안전부서를 개편했지만, 사망사고를 줄일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CI.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한국전력공사 CI.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고용노동부 “한국전력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사고 철저한 수사 중”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한국전력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김다운(38) 씨가 감전사고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5일 여주시에서 신축 오피스텔 인근 전봇대에서 전기 연결작업을 하던 김 씨는 고압 전류에 감전됐다. 김 씨는 사고 이후 전봇대에 연결된 안전고리에 의해 10m 상공에 매달린 채 발견됐다. 

119구급대원들이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2만 볼트가 넘는 전류를 끊고 구조되기까지 김 씨는 30분간 매달려 있어야 했다. 구조 당시 김 씨는 맥박과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상반신 대부분이 감전으로 3도 화상을 입었고 사고 19일만인 11월 24일 결국 숨졌다.

위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위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현재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이 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한국전력 지사장과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절연장갑 보호구 대신 일반 면장갑을 착용하고 현장에 투입됐다. 또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절연차가 아닌 일반 트럭을 타고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전과 하청에 과태료 3480만원...여야 정치권 재발방지 촉구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해당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한국전력공사와 하청업체를 상대로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14일까지 재해조사와 산업안전 감독을 실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과정에서 다수의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을 적발해 한전 등에 과태료 3480만 원을 부과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해당 조사가 마무리된 이틀 뒤인 지난달 16일 한국전력공사에서 2021년 총 8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해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았다며, 한전에 ‘사망사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 및 이행’을 지도했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은 지난 4일 한목소리로 한전 하청업체 근로자 김다운 씨의 사망사고에 애도를 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안타까운 마음 가눌 길이 없다”며 “고(故) 김다운 님의 명복을 빌며 이런 사고를 막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위험의 외주화가 죽음의 외주화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소규모 사업장과 하청 노동자의 안전대책은 더 강화하고 원청의 하청노동자 관리책임은 더 엄중하게 묻겠다”고 강조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 목숨을 지키지 못한 데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년을 맞아 현장에서 더는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전 새해 첫날 안전부서 대폭 개편...구체적인 방안은 안 보여


지난해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선서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선서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전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현장중심 안전관리 체계’ 재정립을 목표로 대폭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안전보건처’를 사업총괄 부사장 직속 개편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장중심의 안전관리시스템을 재정립하겠다는 복안이다.

한전 측은 “부사장 직속 안전부서에 인력과 조직, 예산, 제도와 운영 등 권한을 부여해 전방위에 걸친 사고예방체계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정책 수립과 현장관리 조직을 일원화해 안전관리 실행력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또 한전은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해 전력설비와 정책부문 담당 상임이사가 참여하는 ‘전사안전관리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안전정책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책임경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안전부서 조직개편이라는 총론만 있을 뿐, 한전이 하청업체 사망사고를 근절할 구체적인 각론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전 관계자는 5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2인 1조 작업원칙과 절연장갑 보호구 지급 등이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하청업체 현장에서 이런 기본적인 부분이 지켜지지 않아 상당히 의아하다”고 했다.

이어 “한전이 하청업체와 단가계약을 체결한 작업 현장에서, 세부적인 안전수칙을 미준수하는 사례가 있어 안타깝다”며 “현재 한전 내부에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 중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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