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 패러다임 전환, ‘효율’에서 ‘안전’으로
여주 사고 재해자와 유족에 “위로와 사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여주지사 관내 전기공사 사망사고와 관련해 깊은 위로와 사과의 뜻을 거듭 밝혔다. 또 전기공사현장에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한전, 전기사용자 편의 증진의 ‘효율 중심’ 관리 추구...안전관리 미흡
한전이 관리하고 있는 전력설비는 전주(973만기), 철탑(43,695기), 변전소(892개소)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매일 평균적으로 전국 약 1500개소에서 전력설비의 건설과 유지보수 공사가 시행돼 연간 총 28만 건에 이른다.
그동안 한전은 전력설비의 계획·건설, 유지·보수 과정에서 무정전, 신속복구 등 전기사용자의 편의 증진을 최우선으로 설정해왔다.
한전은 공기와 예산 측면에서 ‘효율 중심’의 관리를 추구한 결과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전기공사업 참여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어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영세 소규모 전기공사업체가 급증한 게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전은 이로 인해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표준공법 절차를 지키지 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안전 후작업’ 통한 3대 주요재해별 실효적 대책 강화
한전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감전사고 △끼임사고 △추락사고 등 치명적 3대 주요재해는 미리 정한 안전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작업을 시행하는 등 현장중심의 안전대책들을 적극 수립하고 즉시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전력선 비접촉인 간접활선 작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약 30%는 직접활선 작업이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형편이다. 한전은 향후 직접활선 작업을 완전 퇴출시켜 감전사고를 방지할 계획이다.
또 비용과 시간이 더 들고, 전력공급에 지장이 있더라도 감전의 우려가 전혀 없는 ‘정전 후 작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끼임사고 예방을 위해 전기공사용 절연버켓(고소작업차) 차량의 밀림 사고 예방에도 나선다. 이에 따르면 현장 작업자들은 ‘풋브레이크와 아웃트리거간 Interlock 장치’와 ‘고임목’을 반드시 설치한 이후 작업에 투입해야 한다.
한전은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 전면 금지해 추락사고 근절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모든 배전공사 작업은 절연버켓(고소작업차)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절연버켓이 진입하지 못하거나 전기공사업체의 장비수급 여건이 곤란한 경우에 한해 해당 사업소가 사전 안전조치를 검토·승인 후 제한적으로만 예외를 적용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전국 4만 3695개소 철탑에 추락방지장치 설치 작업을 오는 2023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추락방지망 설치 위치를 철탑 최하단 암(Arm) 하부 10M로 즉시 조정하고, 구조를 개선하여 안전도를 높여가겠다는 복안이다.
전기공사업체 관리체계 혁신 및 자율안전관리 유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관리체계도 혁신한다. 전 공사현장에 안전담당자 배치하고 불법하도급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연간 28만여 건 공사 중 도급 공사비 2000만 원 이상이거나 간접활선 공사에는 현장 감리원을 상주배치했다. 하지만 전체 공사의 22%에 불과한 형편이었다. 한전은 국내 감리인력 수급상황을 감안해 모든 전기공사에 1공사 1안전담당자가 배치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사전에 신고된 내용이 실제 공사현장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인력·장비 실명제를 도입하고, 이를 안전담당자가 전수검사할 계획이다. 불법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즉시 공사중단 조치하고 해당 업체에 페널티를 부여한다.
작업자가 공사를 거부하고 중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도 확대된다. 무리한 작업량, 단독작업 등 부적절한 작업지시에 대해 전면 확대해 나가고 손실보전 대책도 계속 마련할 계획이다.
한전 측은 단독작업, 안전장구 미확보 작업, 사전 미승인 무단작업, 검전·접지 전 작업, 안전발판 및 고임목 미설치 작업 등 작업장소별 현장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작업자 5대 필수 금지행위’를 제정해 차량, 안전장구 등에 부착해 안전을 내재화하고 일상화하겠다고 전했다.
한전 관계자는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전 임직원이 되새기면서 올해를 ‘중대재해 퇴출의 원년’으로 만들어갈 것을 약속한다”며 “‘효율중심의 현장 관리’에서 ‘안전중심의 현장 관리’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전과 전기공사업계가 협동해서 향후 사고예방을 위한 가능한 모든 통제수단과 예방조치를 함께 강구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故 김다운 님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