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중공업 ‘윗돌’ 빼 두산건설 ‘아랫돌’ 괸다
- 공시 다음날 두산중공업 주가↓거래량↑
- 두산중, 신재생에너지로 체질개선 위한 노력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이 지난 21일 동시에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두산중공업은 5,000억원, 두산건설은 4,200억원 규모다.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계획과 더불어 두산건설에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대여할 뜻도 함께 밝혔다.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두산그룹계열사의 유상증자가 두산중공업이란 윗돌로, 실적난에 허덕이는 아랫돌 두산건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목적이라는 뒷말이 돌고 있다.
오이 밭에서 신발 고쳐 매는 두산중공업
양사의 유상증자 공시에 두산중공업의 기존 투자자들은 유상증자로 야기될 주가하락을 우려하며 볼멘소리를 이어갔다.
실제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유상증자 계획이 공시된 다음날인 22일에는 두산중공업 주식거래량이 평균 거래량의 5배 가까이 늘었고, 종가는 전일대비 8.8% 이상 떨어진 8,350으로 장을 마쳤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유증을 하면 주가가 빠지는 건 당연하다”며 “본래 유증 이후 종가를 6천원으로 예정가를 잡았는데, 생각보다 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6일 기준 두산중공업의 종가는 8,360으로, 전일대비 소폭 상승해 안정세를 되찾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 이슈를 두고 투자자들의 손실을 발생시킬 위험이 있는 요소로 주가하락 외에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과 함께 특수관계인 자금대여 공시를 통해 두산건설에 3,000억원의 자금을 단기 대여할 계획도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은 지난 22일 단기차입금 계약체결을 완료했고 오는 5월 14일까지 차입기간을 뒀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에 유증을 통한 신주 주금 대금이 들어오는 기간 전까지 급한 자금을 수혈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유상증자와 단기차입금을 대여 받아야 할 정도로 사정이 시급한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두산중공업이 지원에 나서 주가하락을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두산건설을 단기차입금으로 지원하고, 향후 두산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원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해당 지적에 대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식가치 하락을 우려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 3천억원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지분참여를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두산중공업은 5월 10일로 예정된 두산건설의 신주 주금이 납입되면 대여한 자금을 돌려받는다는 입장이다.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 유증과정의 애로사항으로 단기차입금 회수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건설 지분의 70% 이상을 가진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 유증에 참여하기 때문에 유상증자 과정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는 체질개선 위한 것’
두산중공업은 회사의 체질개선을 위해서 이번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두산중공업은 부동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추가로 3,5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의 매출액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영업이익도 2013년 이후 3천억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거기에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기조에 원자력기술중심의 체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반등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원자력 업황이 좋지 않아 신재생분야로 뱃머리를 돌려야 하는 것이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원자력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중심으로 체질을 바꿀 복안이다. 두산중공업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함께 지난해 6월부터 개발하고 있는 8MW 대형 해상풍력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풍력단지 조성 등에 적극적으로 지분을 투자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원자력업계 불황으로 인한) 체질개선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며 “10년 이상해온 풍력사업에 더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분야 전반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