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포스코 하청직원 직고용 판결...소송 11년만
현대차, 선제적 직고용...현대제철은 자회사 직고용 추진
재계 “대법원 직고용 판결, 지나친 확대해석 불필요”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대법원이 포스코 하청직원 59명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데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판결과 관련해 지나친 확대해석은 불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6년 8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포스코 불법파견 정규직전환 특별 단체교섭 요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 뒤로 포스코 깃발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6년 8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포스코 불법파견 정규직전환 특별 단체교섭 요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 뒤로 포스코 깃발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 “포스코, 협력사 근로자 59명 직고용하라”


지난달 28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협력사 직원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에서 “원청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첫 소송을 낸 지 11년 만이다.

앞서 포스코 협력사 근로자들은 2011년과 2016년에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자들은 포스코로부터 파견근로자보호법상(파견법) 허용되지 않는 원청의 직접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도급형태로 진행돼야 할 업무가 ‘불법 파견근로’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제조업 가운데 철강과 자동차, 조선 등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파견법에 따른 파견근로를 쓸 수 없다.

원고 패소한 1심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가 포스코 협력사 근로자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지휘·명령 사실이 인정된다는 게 이유였다.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하며 포스코는 소송을 낸 59명 가운데 55명을 직고용하게 됐다. 법원은 재판 도중 정년이 지난 4명은 승소해도 얻을 이익이 없다고 보고 각하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1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55명에 대해 직고용 안내문을 발송한 상태”라며 “향후 소정의 교육을 실시하고 적정 직무배치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문을 검토해 취지에 따른 후속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산업별·공정별 사안 모두 달라...재판 결과도 다를 것”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비슷한 재판이 진행 중인 현대제철과 현대자동차, 기아 등 판결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법원이 포스코가 협력사 근로자에게 직접 지휘·명령을 내린 근거로 전산관리시스템(MES) 사용을 제기하면서 MES를 사용하는 현대제철과 현대차 등 제조업이 문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산업계와 재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지나친 확대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MES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라며 “ERP(전사적자원관리)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했다. 이어 “포스코와 내용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며 “현대제철은 지난해 이미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사 직고용을 실시했고, 현재도 협력사 직원들에 대한 자회사 정규직 채용을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 최초로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사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당시 협력사 근로자 7000여 명 가운데 4500여 명만이 자회사 정규직 채용이 이뤄졌고, 2000여 명은 협력사에 남아 현대제철 본사 정규직 채용 등을 요구하며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미 10년 전부터 직고용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현대차가 2015년 4000명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9천명 이상의 비정규직 직원을 직고용했다”며 “직고용을 해야 할 인원이 거의 없는 데다, 근로자 지위확인소송도 개별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만큼 이번 대법원 판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10년 사내 하청업체 생산직 직원을 직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2015년까지 4000명, 2016년 1400명, 2017년 600명 등 총 9200여 명을 직고용한 바 있다.

산업별, 공정별로 재판 결과가 다를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의 포스코 불법파견 판결은 개별 사건에 대한 판결일 뿐”이라며 “사안마다 구체적 사실이 다르고, 또 산업별·공정별 공정이 달라 향후 이어질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이 모두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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