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침체에 전기차 캐즘, 中 덤핑까지, 대내외 악재
취임 한 달 ‘7대 혁신과제’ 발표한 장인화 ‘주기적 점검’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출범 한 달을 맞은 장인화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그룹이 ‘안행형’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 회장이 취임 일성에서 “본업인 철강 경쟁력 강화”를 밝힌 만큼 철강 부문 경쟁력 제고와 함께 2차전지소재, 인공지능, 친환경소재,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환원제철소, 지배구조 개선 등 포스코그룹은 전방산업 부진에도 신사업 투자와 조직구조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
영업이익 17.3% 감소...중국산 덤핑수출 위협도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8조 520억 원, 영업이익 5830억 원, 순이익 6190억 원 등 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6.9%, 영업이익 17.3% 감소한 수준이다.
건설·부동산 경기침체와 전기차 캐즘(Chasm) 등이 원인이었다. 본업인 철강과 2차전지소재 신사업 모두 전방산업 둔화에 힘을 쓰지 못했다. 장인화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받은 성적표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닌 것이다.
향후 글로벌 경기도 낙관적이지 않다. 헝다그룹 사태 이후 중국의 건설·부동산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면서다. 중국의 건설경기 침체로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 내수를 포함해 전 세계 철강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철강사들이 내수에서 해소되지 못한 물량을 국외로 덤핑 수출을 하면서다.
미국과 EU 등은 반덤핑 관세 부과로 내수 철강산업을 보호하고 있지만, 중국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엮인 한국은 중국산 저가 철강 수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수입 중국산 후판 물량만 82만 톤을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에 따른 국내 물량 감소도 뒤따랐다.
전방산업 부진? 그래도 간다
장인화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그룹은 글로벌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도 사업별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체질개선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연결 재무목표로 매출액은 78조 원, 투자예산은 10조 8000억 원으로 계획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포스코홀딩스는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이라는 새로운 비전 아래 그룹 핵심인 철강과 이차전지소재사업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는 사업전략 방향과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포스코그룹은 우선 철강사업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지난 2019년 국내 최초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포스코 스마트 팩토리를 AI가 결합된 지능형 팩토리로 발전시키고, 경제적 관점의 저탄소 생산체제로 전환을 통해 초격차 수준의 제조 및 원가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또 2차전지소재 신사업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둔화에 따른 업황 조정기를 본원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그룹은 글로벌 이차전지소재 원료가격의 하락에 따라 리튬 등 우량자원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의 기반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또 R&D기반의 혁신공정 개발, 고객과 전략적 협력 및 우량기업 M&A 등을 통해 사업 확장방식에 다변화 및 전고체 등 차세대 소재의 조기 상업화에 주력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정체기인 캐즘(Chasm)을 반영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일부 사업에 대한 투자도 합리적인 시점으로 결정해 사업전략의 질적 내실화를 다져 향후 시장변화에 대처하며 시장이 회복될 때 사업성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장인화 돌개바람(vortex) 타고...포스코, 멀리 난다
안행형은 가장 힘이 센 기러기가 선두에 서고, 그 뒤를 나머지 기러기 무리가 ‘V자 형태’로 따르며 날아가는 모습을 말한다. 기러기가 안행형 집단비행을 하면 혼자 날 때보다 71%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앞선 기러기의 날개짓에서 나오는 돌개바람(vortex) 영향으로 뒤 따르는 기러기는 바람 저항을 적게 받아 약 5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이 추진하는 전략은 ‘안행형 모델’로 해석된다. 본업이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철강 부문이 선두를 이끌고 그 뒤를 2차전지소재와 친환경소재, 인공지능·IT, 스마트팩토리, 신재생에너지, 천연가스, LNG 등 철강 외 부문이 서로의 돌개바람을 타고 ‘함께 멀리 가는’ 전략이어서다. 국내외 전방산업 부진만 해소된다면, 업황 다운사이클을 버티고 쌓은 포스코그룹의 신사업 포트폴리오는 장기적인 실적 제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회장 취임 한 달을 맞아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매년 1조 원 이상의 철강 분야 원가 절감과 임원 급여 최대 20% 반납 등을 골자로 하는 ‘7대 미래 혁신 과제’를 발표한 것이다.
이날 포스코그룹은 △철강경쟁력 재건 △2차전지소재 혁신기술 선점 △사업회사 책임경영체제 확립 및 신사업 발굴체계 다양화 △공정한 지배구조의 혁신 △임직원 윤리의식 제고 및 준법경영 강화 △조직·인사쇄신 및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등 7대 혁신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본업인 철강 부문은 매년 1조 원 이상의 원가 절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전기로를 활용한 고급강 생산기술 개발과 수소환원제철기술의 단계별 확대에 박차를 한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판매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신사업과 관련해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인수합병 등 대형 과제는 2026년까지 차례대로 시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라며 “성과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사업회사 사장 또는 본부장이 책임지고 과제를 추진하고, 장인화 회장이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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