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판매노조 “인터넷 판매로 6000명 고용 위태로워”
테슬라·벤츠·볼보·BMW·도요타 등 온라인 판매 강화
미국·영국 등 온라인 판매하는 현대차 “국내는 캐스퍼만”
김필수 교수 “글로벌 흐름 따라 현대차도 온라인 판매 강화해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현대차의 국내 최초 경형 SUV ‘캐스퍼’ 돌풍이 심상치 않다.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국내 경차 시장이 ‘캐스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는 평가다. ‘캐스퍼’는 사전 예약 첫날인 지난달 14일에만 1만 8,940대의 예약 접수를 기록했다. 업계는 ‘캐스퍼’의 내년 생산량이 7만 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캐스퍼.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 캐스퍼.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하지만 100%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캐스퍼’의 성공적인 런칭이 현대차에게 새로운 딜레마를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 직영 영업직으로 구성된 판매노조가 캐스퍼의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차 판매노조는 지난달 28일 “사측의 일방적인 인터넷 판매 통보로 6,000명의 고용이 위태로워졌다”면서 “인터넷 판매 금지를 위한 재협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캐스퍼’의 온라인 판매를 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상황이다.

현재 현대차 전 차종은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판매 방식을 노조와 협의한다’는 협약에 따라 노조의 반대로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다.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위탁 생산한 ‘캐스퍼’는 노조 협약에서 제외돼 온라인 판매가 가능했다.


테슬라는 국내서 100% 온라인 판매...현대차도 미국·인도 등 온라인 판매


현대차의 한 대리점. (사진=뉴스포스트DB)
현대차의 한 대리점. (사진=뉴스포스트DB)

뉴미디어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얻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직접 영업점을 찾아 딜러의 설명을 들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 맞춤형 시장인 자동차 온라인 판매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온라인 판매의 대표적인 글로벌 업체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100%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BMW코리아도 지난해 7월부터 판매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디지털 세일즈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같은 해 도요타는 온라인숍 ‘마이 토요타’를 런칭했다.

중고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포르셰는 북미를 중심으로 신차 대상 온라인 판매를 준비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달부터 인증 중고차 온라인숍을 운영하고 있다. 벤츠 코리아는 지난 11일 공식 온라인 판매 채널 ‘메르세데스 온라인 숍’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신차 부문까지 넓히기도 했다. 2030년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천명한 볼보도 온라인 판매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도 해외에서는 이미 지난 2017년부터 일부 국가에서 온라인으로 신차를 판매하고 있다. 2017년에 영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를 시범 운영한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인도 시장까지 온라인 판매를 확장했다.


김필수 교수 “온라인 판매 안 하면 ‘갈라파고스섬’으로 전락하는 꼴”


노조의 반발에 현대차는 “캐스퍼 외에 온라인 판매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흐름을 놓치고 ‘갈라파고스섬’으로 전락하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김필수 교수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캐스퍼’의 성공은 곧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상징하는 아주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런 ‘캐스퍼’의 성공 배경엔 국내 최초로 100% 온라인 판매라는 전략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업체들이 앞다퉈 온라인 판매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만 노조의 반대로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국내에서도 현대차 전 부문으로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왕이라는 생각으로 가성비 좋은 차를 부대비용 없이 제공하느냐가 완성차 업체의 생존을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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