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 도입으로 기존 제조업 인력 최대 50% 감축될 전망
- 한국지엠·기아차 부분파업 강행하거나 임시 유보...양사 24일 임단협 재개
- 르노삼성 노조 “기본급 인상과 일시금 지급해야”...내년 2월 파업 시사
- 한국지엠·르노삼성 관계자 “친환경차로 패러다임 바뀌는데...상생 모색해야”
- 현대차그룹 관계자 “임단협 결과 지켜봐야...성실하게 임할 것”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 “함께 망하는 사례 나와야 노조 정신 차릴 것”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기아차와 한국지엠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면서 자동차 업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자동차 패러다임이 친환경차와 모빌리티 개념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 강행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인원 감축 불가피...현대차 40% 감축해야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 1월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으로의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로 제조업 인력은 줄어들 것”이라면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면 쓸데없는 부품 빠지고 라인도 간략화돼 생산직을 반으로 줄여도 된다”고 말했다. 친환경차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자동차 제조업 현장의 전동화로 최대 50%까지 자동차 제조업 인력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독일 폭스바겐은 전기차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2025년까지 자회사 아우디 직원 9,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닛산도 1만 2,000명 규모의 감원 계획을 세웠고, 미국 포드도 5,000개 이상의 일자리 감원 계획 등을 발표했다.

내연기관차 퇴출과 친환경차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다. 유럽연합은 오는 2021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95g/㎞을 초과하는 내연기관차에 대해 규제한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 프랑스와 영국은 2040년에 내연기관차로 출시되는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 내연기관차가 사실상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내년 1월 20일 취임할 조 바이든 美 대통령 당선인도 2035년까지 전력 부문의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고,친환경차 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공약을 밝히면서 내연기관차 퇴출과 기존 자동차제조업 근로자의 구조조정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 외부 자문위원도 “생산인력을 오는 2025년까지 20%, 결과적으로 40%까지 줄이지 않으면 노사가 공멸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대차 노사는 오는 2025년까지 생산인력을 20% 감축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한국지엠-부분파업 강행, 기아차-부분파업 임시유보, 르노삼성-내년 2월 파업 시사


이처럼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기존 내연기관차 제조업 근로자의 구조조정이 눈앞의 절벽으로 다가온 위기의 상황에서도 국내 완성차업계 노조는 파업을 강행하거나 파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지엠 노조는 23일부터 사흘간 부분파업을 연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전반조와 후반조로 나뉘어 각각 4시간씩 하는 파업 방식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부분파업을 하면 일부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춰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노조는 △기본급 12만 304원 인상 △1인당 2,000만 원 상당의 성과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사측은 노조 파업으로 약 2만 5,000대의 생산량 손해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한국지엠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1만 3,400대 분량이다.

스티브 키퍼 美 GM 수석부사장. (사진=GM 본사 홈페이지)
스티브 키퍼 美 GM 수석부사장. (사진=GM 본사 홈페이지)

한국지엠 노조 파업을 놓고 스티브 키퍼 美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지난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 주 내 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노조 파업과 생산 거부로 이번 주말까지 약 2만 대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GM이) 단기적으로 차량 생산의 인질로 잡혀 있다”면서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떠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 파업을 이유로 한국 시장 철수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스티브 키퍼 수석부사장은 중국과 북미 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 GM공장을 총괄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한국지엠에 대한 美 GM 본사 측의 입장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고 메시지였다. 한국지엠 사측과 노조는 24일 추가 협의를 진행한다.

키퍼 수석부사장의 발언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이어지는 노조 파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며 “미국 본사에서는 한국지엠 노조가 괘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평균 20만 명 가까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미국 현지에선 공장을 가동하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 상황”이라며 “그런데 한국의 미국 수출 물량이 코로나19 때문도 아니고 노조 파업 때문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하면, 본사에서 좋게 볼 수가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부터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바뀌는 데 따른 인력 구조조정 등의 위기감이 팽배했다”면서 “파업이 아니라 패러다임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기아차 노조도 18일 사측과 진행한 13차 교섭결렬을 선언하며 24일부터 사흘간 주간과 야간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조는 24일 사측과 14차 교섭에 들어가면서 부분파업을 유보한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12만 원 인상 △2019년 영업이익 30% 성과급 △기존 공장 내 전기차·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확대 적용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가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는 협의안으로 2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라면서 “오늘 추가 교섭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주장하는 기본급 인상과 상여금 등을 사측이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았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며 “임단협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생산라인. (사진=뉴시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생산라인. (사진=뉴시스)

르노삼성차의 노사 관계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강성’으로 알려진 박종규 노조위원장이 지난 9일 연임에 성공하면서다. 르노삼성 노사는 내달 상견례를 앞뒀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7만 1,687원 인상 △700만 원 일시금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아직 파업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기본급 인상 등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파업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사측이 프랑스 르노 본사와 협의해 노조 조합원을 불러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등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업을 한다면 시기는 회사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내년 2월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사측은 “자동차 제조업 특성상 제조업 근로자의 희망퇴직은 종종 있는 일”이라면서 “특별히 추가적으로 사측이 희망퇴직을 강제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밝힌 파업 일정에 대해선 내달 상견례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면서 “모빌리티라는 개념으로 자동차산업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파업한다면 우려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노조의 파업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미국 GM 본사는 이미 10년에 걸쳐 10여 개 국가에서 ‘먹튀’를 하고 시장 철수를 한 바 있다”면서 “미국 GM 경고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아차 노조가 전기차와 수소차 전용 라인과 핵심 부품공장을 기아차 공장에 해달라는 요구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전기차와 수소차 전문 부품사와 협력업체에서 담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완성차 노조는 대마불사라는 개념을 믿고 있는데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이는 치명적인 착각”이라면서 “노사가 함께 공멸하는 사례가 나와야 정신 차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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