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그룹, 배당성향 최대 100%로 7400억 규모 배당 챙겨
- 기술사용료·차량부품매입비·급여 등은 딴 주머니로
- 르노삼성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 쌍용자동차 절반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지난해 르노삼성자동차가 배당성향 70%를 유지하면서 르노그룹이 124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챙겨가게 됐다. 르노삼성차 지분의 80% 이상을 보유한 르노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배당금잔치를 벌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사진=뉴시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사진=뉴시스)

르노삼성차는 르노그룹과 닛산에 배당금 외에 기술사용료와 차량부품매입비 등도 꾸준히 입금해왔으나, 정작 회사의 장래를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비와 국내 임직권 급여에 대한 투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 르노삼성차, 매출 상승하는데 급여는 제자리걸음

지난 2000년 르노그룹이 삼성자동차를 인수해 르노삼성자동차가 설립된 이후 르노삼성차의 매출은 부침을 겪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상승세를 이어왔다. 르노삼성차의 매출은 2001년 1조476억원으로 최저점을 찍었고 꾸준히 성장해 지난 2017년에는 6조7,09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도 지난 2012년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로는 전례 없는 성장을 유지했다. 2012년 영업이익은 –1,720억원이었으나 지난 2016년 4,175억원으로 최고기록을 달성한 뒤 2017년에는 4,106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래픽=이상진 기자)
(그래픽=이상진 기자)

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의 호조와는 달리 르노삼성차의 급여와 복리후생비는 2011년 최고점을 찍은 뒤 2012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르노삼성차의 국내급여·복리후생비는 2011년 1,637억원에서 다음해인 2012년 1,274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현재는 비슷한 수준으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그래픽=이상진 기자)
(그래픽=이상진 기자)

이에 대해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르노삼성차의 실제 급여는 다양한 회계항목으로 지출되고 있기 때문에 감사보고서에 잡힌 급여액보다 더 많다”며 “당기순이익이 상승한 것은 위탁생산하고 있는 로그물량 덕분이기 때문에 로그물량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기본급인상 등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고 답했다.
 

▲ 배당금 잔치에 제자리걸음인 ‘연구개발비’, 현대·쌍용 등 모범사례 따라야

르노삼성자동차의 연구개발비는 르노삼성차가 출범한 다음해인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1200억원 규모다.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들과 비교하면 르노삼성차의 초라한 연구개발비 투자규모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2조7,000억원 규모였다. 같은 기간 기아자동차는 1조6,000억원이었다. 매출액와 시장점유율을 놓고 르노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연구개발을 위해 2,000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율은 △현대자동차 2.8% △기아자동차 2.9% △쌍용자동차 5.4% 등이었다. 2017년에도 △현대자동차 2.5% △기아자동차 3% △쌍용자동차 5.5% 등 비슷한 규모였다. 르노삼성차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율은 2017년 2.6%, 2018년 3.4% 수준이었다.

르노삼성차의 연구개발비 투자율은 쌍용자동차의 절반 정도다.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차의 연구개발비 투자율은 비슷하지만, 업계는 연구개발비에서 일종의 규모의 경제를 누리는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차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기아차와 쌍용자동차 등은 향후 연구개발비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 방침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매출액 대비 가장 높은 연구개발비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곳은 쌍용자동차다.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연구개발비에 대한 투자는 향후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현대자동차도 올해 초 주주총회를 앞두고 오는 2023년까지 향후 5년 동안 △연구개발과 경상투자 등 30조6,000억원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에 14조7,000억원 등 모두 45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할 계획을 밝혔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14~2018년에 비해 연평균 투자액이 58%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는 미래기술에 대한 연구개발투자로 2022년까지 영업이익률 7%, 자기자본이익률 9%를 달성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 사례처럼 르노삼성자동차가 배당금이 아닌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비 투자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 르노삼성차가 벌어들인 돈, 어디로 갔나?

르노삼성차는 매년 나가는 ‘고정비’가 있다. 르노그룹과 닛산 등에 지급하는 △배당금 △기술사용료 △차량부품매입비 △특수관계자급여및복리후생비 등이 그 항목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배당성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16년의 배당성향은 무려 100%였다. 2016년에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모두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르노삼성차가 배당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였다. 르노삼성이 설립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르노삼성차는 조세특례제한법 규정에 따라 연구및인력개발준비금을 설정해야만 했고 해당 준비금 잔액에 대한 환입기간 문제로 배당이 제한돼 있는 형편이었다.

(그래픽=이상진 기자)
(그래픽=이상진 기자)

2007년부터 시작된 배당금은 2008년과 2011년, 2012년 영업이익 적자 등으로 세 차례 중단된 때 이외에는 매년 지급됐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기말배당에 더해 중간배당도 이루어졌다. 특히 중간배당이 처음 시작된 2015년 이후부터 르노삼성차의 배당성향은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배당성향은 △2015년 55.73% △2016년 100% △2017년 70% △2018년 70% 등이었다.

르노삼성차 지분의 80.04%를 보유한 르노그룹은 지난해까지 배당으로 모두 7,415억원을 벌어들였다. 19.9%의 지분을 가진 삼성카드가 배당금으로 받은 1,843억원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르노그룹과 닛산 등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배당금에 더해 기술사용료와 차량부품매입비, 급여 등도 두둑히 챙겼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르노그룹 등 특수관계자들에게 지급한 기술사용료는 1조원에 가까운 수준인 9,975억원이다. ‘차량부품매입비’는 1조1,256억원, ‘특수관계자급여및복리후생비’는 926억원 등이다. 

지난 2000년 르노그룹은 삼성카드 등과 르노삼성차를 설립하고 9월에 6,150억원으로 삼성차를 인수했다. 현재까지 받은 배당금으로만 ‘본전’ 이상을 뽑은 셈이다.

배당금 등에 대해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70%가 넘는 배당성향을 기록했는데 르노삼성자동차만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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