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정보통신 인터뷰] ③ “구글 양자컴퓨터, 라이트형제 비견”
[양자정보통신 인터뷰] ③ “구글 양자컴퓨터, 라이트형제 비견”
  • 이상진 기자
  • 승인 2019.11.01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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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시커모어(Sycamore) 양자 우위 달성 이정표
- 양자컴퓨터로 채굴 어렵다...암호화폐 영향 없을 것
- 구글 존 마티니스 연구팀, 美 정부 지원 기술 개발
- 김성태 의원 ‘ICT 특별법’ 통과로 발전 기초 다져야

△美 1조 3,500억 원 △中 1조 2,600억 원 △EU 1조 2,800억 원 △英 3,400억 원 △日 2,400억 원. 대한민국 445억 원. 지구촌 각국이 자국의 양자정보통신에 해당하는 기술 분야에 단행한 투자 규모다.

2018년 12월 21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안(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국은 국가 정책적으로 국립 표준 기술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국립 과학 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등 다양한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양자정보과학(QIS) 분야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이 가능해졌다.

양자정보통신은 양자의 물리학적 성질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고 통신에 응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전 세계 과학계가 미래 인류 문명을 바꿀 핵심기술로 인공지능과 함께 양자정보통신 기술을 꼽는 만큼 개별 국가는 사활을 걸고 양자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과 EU, 영국, 일본 등도 국방력 강화와 산업 발전을 위해 양자정보통신 분야에 국가 주도적인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 반면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양자정보통신 분야에 오는 2023년까지 5년 동안 445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혀 투자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양자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양자정보통신 기술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발전을 위한 제언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지난달 23일 국제 학술지 <Nature>에 발표된 한 편의 연구결과에 전 세계 과학기술계가 들썩였다. 구글이 해당 논문을 통해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를 뛰어넘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에 도달했다고 밝힌 까닭이다.

이준구 카이스트 인공지능·양자컴퓨팅 ITRC 센터장(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구글의 이번 발표를 라이트형제가 최초로 비행기를 띄운 순간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 로드맵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포스트>는 1일 이준구 센터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구글이 발표한 이번 연구결과의 의의를 살펴봤다.

이준구 인공지능양자컴퓨팅 ITRC 센터장. (사진=이상진 기자)
이준구 인공지능양자컴퓨팅 ITRC 센터장. (사진=이상진 기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달 <Nature>를 통해 밝힌 양자컴퓨터 연구결과를 ‘우주의 가장자리를 향해 가는 첫 번째 로켓을 만든 것’이라 평가했는데, 실제 그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 것인가?
“맞는 얘기다. 또 다른 쉬운 표현으로는 ‘라이트형제가 최초로 비행기를 띄운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양자 우위라는 게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 그러니까 슈퍼컴퓨터보다 더 큰 계산 용량을 보이는 연구성과를 거둔다는 의미가 있다. 이걸 구글이 달성한 것이다. 논문 내용을 보면 구글의 시커모어는 양자컴퓨터로는 쉬운 문제이지만, 이것에 대응하는 고전 컴퓨터의 해법은 복잡한 경우를 들어 양자 우위를 보였다.”

▶구글의 <Nature> 논문은 시커모어 양자컴퓨터로 200초 걸릴 계산이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타당한 분석인가?
“논문 내용을 보면 맞다. 그런데 구글이 발표한 논문에 대응해서 IBM에서 반박 입장을 냈다. ‘IBM Q 개발팀’은 양자컴퓨터를 슈퍼컴퓨터로 모사하는 굉장히 우수한 알고리듬을 보유하고 있다. IBM Q 개발팀의 알고리듬을 사용하면 구글이 주장하는 슈퍼컴퓨터 계산에 1만 년이 아니라 2.5일이 걸린다고 했다. IBM Q 개발팀의 알고리듬이 슈퍼컴퓨터에서 최적화된 빠른 알고리듬이기 때문에 이 또한 타당한 지적이다.”

▶그럼 IBM의 반박으로 구글의 연구결과가 다소 빛이 바랬다고 볼 수 있나?
“구글이 발표한 양자 우위는 다소 인위적인 특정 계산에서 비교한 것이다. 쉽게 말해 IBM이 논평을 통해 밝힌 것처럼 절대 우위를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산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구글 시커모어의 200초가 1만 년이든 2.5일이든 슈퍼컴퓨터보다는 효율적인 까닭이다. 구글의 연구결과는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진정한 양자 우위를 달성하는 과정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세기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구글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힐버트 공간이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에 대해 비유적으로 설명한다면.
“힐버트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가상의 공간이다. 물리적인 공간은 3차원까지는 정의할 수가 있다. 그런데 4차원, 5차원 등으로 넘어가 버리면 새로운 공간이란 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가상적으로 생각하는데 이게 힐버트 공간이다. 8비트가 일반적으로 8차원의 힐버트 공간을 구성한다. 그런데 큐비트로 넘어오면 이 공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8큐비트면 2의 8승의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에 구글이 53큐비트를 사용했으니, 2의 53승에 해당하는 힐버트 공간을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는 데이터의 크기가 커진 것이다.”

▶논문을 보면 구글은 초전도 큐비트로 양자컴퓨터를 구성했다. 원자이온트랩이 더 안정적인 큐비트 기술로 알고 있다.
“원자이온트랩은 자연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똑같다. 하지만 초전도 큐비트는 인위적으로 공정을 통해 만들기 때문에 큐비트 성질들에 차이가 있다. 오차가 있는 것이다. 성능만 놓고 보면 초전도 큐비트가 원자이온트랩을 따라잡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왜 구글은 원자이온트랩이 아닌 초전도 큐비트를 선택한 것인가?
”원자이온트랩으로 양자컴퓨터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알고리듬을 돌릴 수 있을 만큼의 기술력이 확보되지 않았다. 초전도 큐비트의 장점은 실리콘 기판에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사용하는 메모리 공정 등 기술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래서 초전도 큐비트를 굉장히 많이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상용화도 쉽고 기존 알고리듬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구글 시커모어가 NISQ(Noisy intermediate Scale Quantum Computer)와 유효 큐비트(양자 볼륨) 문제를 일정 수준 해결했다고 봐도 되나.
“구글 시커모어도 NISQ다. 여전히 노이즈가 있다는 뜻이다. NISQ이기 때문에 유효 큐비트, IBM 기준으로 양자 볼륨이 53큐비트라고 볼 수 없다. IBM의 50큐비트 양자컴퓨터가 양자 볼륨이 20큐비트 수준이라고 볼 때, 양자 볼륨 측면에서는 IBM의 기술이나 구글의 기술이나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구글의 이번 양자컴퓨터도 NISQ인데, 전 세계가 구글의 발표에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IBM에서 50큐비트 양자컴퓨터까지 만들었다. 비공식적으로는 54큐비트 양자컴퓨터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발표를 안 하는 게, 원하는 수준에서 큐비트가 동작하지 않아서다. 구글 시커모어가 53큐비트로 고전 컴퓨터를 특정 분야에서 능가하는 동작을 보였다는 건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다. 그래서 전 세계 과학기술계가 주목하는 것이고.”

▶그전에는 양자 우위를 달성한 적이 전혀 없었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구글 시커모어는 양자컴퓨터가 유리하고 고전 컴퓨터가 불리한 케이스를 갖고 양자 우위를 보인 건데, 양자 우위를 앞으로는 모든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달성해야 하겠지만, 구글의 이번 발표로 이제 하나의 케이스가 생겼다. 순다르 피차이 CEO가 말했듯, 첫 번째 로켓으로 볼 수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사진)와 양자컴퓨터. (사진=구글 공식블로그)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사진)와 양자컴퓨터. (사진=구글 공식블로그)

▶지난달 23일 구글 시커모어의 등장에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양자컴퓨터의 발달로 암호화폐 채굴이 쉬워질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는데, 맞는 말인가?
“암호화폐는 암호체계라는 기술적인 이슈가 있다. 1만 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나와야 암호화폐 채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런 양자컴퓨터의 등장 시기를 대략 5년에서 10년 이후라고 보고 있다.”

▶적어도 10년 이후에는 양자컴퓨터로 암호화폐 채굴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으로 들리는데.
“그런데 그 시점이 되면 지금의 암호화폐 채굴 이슈는 거의 다 끝나는 시점이 된다. 어느 정도 포화가 돼서 채굴이 이제 큰 의미가 없는 시장이 된다는 의미다. 또 현재는 소인수분해 등 양자컴퓨터로 깰 수 있는 암호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양자컴퓨터로도 깨는 방법이 알려지지 않은 위상수학 기반의 암호체계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래티스 코드(Lattice Cryptography)는 양자컴퓨터로 빨리 풀 수 있는 알고리듬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암호화폐 시장은 다시 또 나름대로 안정성이 생길 것이다.”

▶구글 양자컴퓨터의 경우 미국 정부의 각별한 지원이 선행했다고 들었다.
“사실 구글의 AI Quantum 팀에서 이번 연구결과를 이끈 존 마티니스(John Martinis) 팀은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미국표준기술연구소)에 있던 팀이다. 거기서 정부 지원 아래 굉장히 오랫동안 초전도 큐비트를 연구했다. 그러다 NIST에서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로 옮겨 역시 정부 지원 아래 양자컴퓨터 연구를 했다. 구글이 2014년에 이 팀에 투자해 흡수한 것이다. 그래서 구글 AI Quantum 팀이 됐고. 구글에 들어가선 정부 지원을 거의 받지 않았지만, 과거의 정부 지원이 계속 누적돼 있던 것을 구글이 흡수했다.”

▶김성태 의원이 지난달 16일 ‘ICT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양자암호통신에 방점이 찍혔는데, 법안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아주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 법안이 특정 양자정보통신 분야에 지원을 한정한 것이 아니고 전체 인프라 구축을 규정한 까닭이다. ‘ICT 특별법’으로 생기는 인력 기반과 인프라 투자, 연구결과를 활용하는 방안 등은 양자컴퓨터를 지원하는 데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다. 서둘러 법안을 통과시켜 실효성을 갖추는 게 우리나라 양자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법안을 기반으로 양자암호통신은 물론이고, 양자컴퓨터와 양자센서 등에 정부의 투자 기획이 잘 이뤄진다면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 본다.”

※관련 용어
* 초전도 큐비트 : 전기저항을 없애 극저온 초전도체 환경에서 전자가 흐르는 양자현상을 신호로 사용하는 큐비트. 기존 반도체 산업 기반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양산이 쉽고 작동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극저온의 환경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 원자이온트랩 : 자연적인 원자를 큐비트로 사용하는 기술. 안정성과 신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양산이 힘들고 현재 동작할 수 있는 알고리듬 구성이 어렵다. 또 특정한 얽힘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많은 레이저가 필요하다.
* NISQ : NISQ(Noisy intermediate Scale Quantum Computer)는 완벽하지 않은 큐비트들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를 말한다. 균일하지 않은 큐비트 또는 아주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큐비트 환경 등으로, 오류가 발생하는 양자컴퓨터를 의미한다.


※참고문헌
John M. Martinis et al, <Quantum supremacy using a programmable superconducting processor>, Nature, 574, pp.505-510, 2019.

이상진 기자 elangvit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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