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암호체계 무력화하는 양자컴퓨터 시대
美·中 주요국 양자내성암호(PQC) 개발 주력

국가 안보와 경제의 첨단으로 떠오른 양자기술. 윤석열 정부도 양자기술을 12대 전략기술로 선정하고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전략’을 발표하는 등 양자기술 지원에 나섰다.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퀀텀 코리아 2024’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뉴스포스트는 사흘간 행사 현장을 찾아 주목할 만한 양자 전략과 기술을 소개한다. - 편집자주

IBM이 퀀텀 코리아 2024에서 공개한 '퀀텀 시스템 원'. 아직 국내 도입 사례는 없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IBM이 퀀텀 코리아 2024에서 공개한 '퀀텀 시스템 원'. 아직 국내 도입 사례는 없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양자컴퓨팅 시대 새롭게 주목받는 ‘양자내성암호(PQC)’. 지난 2019년 구글은 단 53큐비트 성능의 양자컴퓨터 ‘시카모어’로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 만에 계산해냈다. 2022년 433큐비트의 양자컴퓨터를 공개한 IBM은 지난해 12월 4일 1121큐비트 성능의 양자컴퓨터 ‘퀀텀 시스템 투’를 공개해 충격을 안겼다. 과학기술계에서는 IBM의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주판으로 만드는 수준”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양자컴퓨터의 발전이 기존 암호 체계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천문학적 연산으로 슈퍼컴퓨터로도 암호를 풀 수 없게 만드는 고전 암호체계도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면 무력화되는 까닭이다.

글로벌 주요국은 국가 안보와 사회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 양자컴퓨터에 맞설 새로운 암호체계인 ‘양자내성암호’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로도 암호를 푸는 데 수십 억 년이 걸리는 새로운 암호알고리즘 체계를 말한다. 뉴스포스트가 27일 퀀텀 코리아 2024 개최 마지막 날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부스를 찾아 국내 ‘양자내성암호’ 개발 현황을 짚어봤다.


LG유플러스 양자통신 암호화장비, 통신3사 최초 국정원 인증


“이게 국가정보원에서 보안기능확인서를 획득한 양자통신 암호화장비입니다. 양자컴퓨터로도 뚫을 수 없는 강력한 보안을 자랑합니다” - 김진항 LG유플러스 유선망개발팀 엔지니어

김진항 LG유플러스 유선망개발팀 엔지니어가 국정원 최초 보안기능확인서 인증을 받은 양자통신 암호화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김진항 LG유플러스 유선망개발팀 엔지니어가 국정원 최초 보안기능확인서 인증을 받은 양자통신 암호화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27일 퀀텀코리아 행사 마지막날 현장에서 만난 김진항 LG유플러스 유선망개발팀 엔지니어는 LG유플러스의 양자통신 암호화장비를 가리키며 “통신3사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최초로 국정원 인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LG유플러스는 ‘알파키’를 퀀텀코리아 2024 전시회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이날 LG유플러스는 알파키 외에도 그간 국내 PQC의 선도사업자로서 쌓아온 기술과 상용 서비스들을 함께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국정원의 보안기능확인서를 획득한 양자통신암호화장비(QENC)를 포함해 광전송장비(PQC-ROADM, PQC-PTN), PQC-VPN, 양자보안카메라, eSIM, USIM, 5G 라우터 등 총 9개의 제품을 선보였다.

광전송장비와 VPN, 라우터 등은 기업이 외부의 공격에 대한 걱정 없이 상호 통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들이다. 또 보안카메라, eSIM, USIM은 평소 이용자가 일상속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이다.

LG유플러스 부스에서는 알파키 소개 영상을 살펴볼 수 있었다. 또 체험존에서는 실제 사용 화면과 기능도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부스를 방문한 참관객을 우선으로 알파키 베타 서비스를 모집했다. 베타 서비스는 올해 말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김용후 코위버(COWEAVER) 엔지니어가 LG유플러스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코위버는 지난 2019년부터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서비스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김용후 코위버(COWEAVER) 엔지니어가 LG유플러스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코위버는 지난 2019년부터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서비스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LG유플러스 부스에서 만난 국내 최대 광전송장비업체 코위버(COWEAVER)의 김용우 엔지니어는 “정부에서 LG유플러스에 국가 안보망을 위한 장비를 만들자고 제안해 양자내성암호 제품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아직 국정원 인증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술이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 제품에 대한 검증이 모두 끝나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쓰고 싶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코위버는 국내 최대 광전송장비업체로 2019년부터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양자내성암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22년 4월 21일 코위버, 크립토랩 등과 함께 2년여의 개발 끝에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KT, 국내 최장거리 무선 QKD 기술력 보유


“향후 정말로 양자컴퓨터가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상용화된다면, 글로벌 수준의 양자내성암호 기술력을 가진 KT의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거예요. 양자내성암호 서비스 가격이 지금은 다소 고가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면 가격도 낮춰질 겁니다.” - 박호중 KT 네트워크연구소 선임연구원

박호중 KT 네트워크연구소 선임연구원이 국내 최장거리인 KT의 무선 QKD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박호중 KT 네트워크연구소 선임연구원이 국내 최장거리인 KT의 무선 QKD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박호중 KT 선임연구원은 뉴스포스트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국내 최장거리 무선 양자암호 전송 장비를 소개하며 “2021년 1km 단일 광자 송수신에 성공한 뒤로 현재 2km까지 무선 QKD 기술을 확보했다”며 “향후 10km 이상 장거리 무선 QKD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장애물이 있으면 송수신이 안 되는 무선 QKD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향후 중국이나 독일 등 주요국처럼 위성이나 드론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인 KT의 양자내성암호 기술력은 이미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KT는 지난달 23일 초당 15만개(150kbps)의 비밀키 정보(bit)를 생성하는 양자암호키 분배장치(QKD)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장비는 국내 기술로 만든 양자암호키 분배기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비밀키를 생성한다.

양자암호키 분배 장비는 양자 역학적 특성이 적용된 비밀키를 생성하고 분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비밀키로 정보를 암호화하면 복제가 불가능해 물리적 회선의 도청 시도를 원천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KT는 기존보다 양자암호키 분배 성능을 5배 높였다. 글로벌 장비 제조사들과 유사한 성능을 확보한 것. KT의 양자암호 통신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최장거리를 보유한 KT의 무선 QKD 제품.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국내 최장거리를 보유한 KT의 무선 QKD 제품.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KT는 이달 초 양자내성암호 기술의 상용화 준비를 완료하기도 했다. KT는 양자암호화 통신장비인 QENC를 독립형 모델로 자체개발하고 기술 이전을 통해 양자내성암호 솔루션 서비스를 설계했다. KT PQC 솔루션은 양자암호키 분배장치에서 생성되는 암호키를 비롯해 PQC 알고리즘으로도 암호키를 제공받을 수 있어 하이브리드형 양자보안망 구축이 가능하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