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수소는 지금 아닌 미래 세대 위한 준비”
尹·文 모두 드라이브 건 수소...‘약속된 먹거리’
“수소로 모빌리티 영역 뛰어넘는 영역 확보할 것”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푸른 용의 해를 맞아 뉴스포스트는 최근 수년간 실적과 성과를 기반으로 2024년 주목받을 올해의 CEO들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지난 3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새해 메시지에서 "올해를 변화를 통해 지속성장해 나가는 해로 삼아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 3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새해 메시지에서 "올해를 변화를 통해 지속성장해 나가는 해로 삼아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수소는 저희 세대가 아닌 후대를 위해 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2024.01.10. 美 CES 2024)

지난 10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24 현장을 찾아 수소 비즈니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날 정 회장은 수소산업에 대해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Sein)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라는 당위(Sollen)를 강조했다. 실리(實利)보다 명분(名分)에 방점을 둔 선지자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정 회장의 현장 발언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주름잡는 CEO의 이해타산적인 면을 넘어선 비전 제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자동차의 CES 2024 메시지도 기존 모빌리티를 넘어선 ‘수소 생태계 완성’이라는 청사진에 주력했다.

하지만 재계는 정의선 회장의 수소 비즈니스 추진 배경에는 수소산업이 ‘약속된 기회의 땅’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이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尹·文 수소경제 육성과 핑크수소, 정 회장에 ‘굿 뉴스’


국내 수소산업 키우기는 전임 문재인 정부 때부터 가속화됐다. 지난 2019년 1월 18일 문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2018년 2천 대에서 오는 2040년 620만 대로 확대하고 세계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히고 관련 정책들을 추진했다. 

現 윤석열 정부도 수소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집중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경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윤 정부는 ‘세계 1등 수소산업’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9일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하고 ‘수소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는 ‘청정 수소 공급망 구축 및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인프라와 제도 정비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수소 상용차와 관련해 당시 200여 대에 불과했던 수소버스와 수소트럭을 오는 2030년까지 3만 대로 늘리기로 했다. 당장 올해부터 수소버스와 수소트럭 등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2억 1000만 원, 2억 6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또 액화수소충전소를 2030년까지 70개소 보급하고, 청정수소발전 비중을 2036년 7.1%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이와 함께 수소를 활용해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전환 기초 기술 개발을 2025년까지 개발하고, 2030년까지 석유 화학 설비에 투입되는 연료를 수소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유통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연 4만 톤 규모의 세계 최대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고, 보조금 확대와 기술개발 지원을 통해 액화수소충전소도 확대한다. 국내외 수소 유통과 수소를 활용한 항만 운영 등이 가능하도록 수소항만도 단계적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가 선정한 수소 관련 5대 유망 분야는 수소모빌리티와 발전용 연료전지, 수전해 시스템, 액화수소 운송선, 수소충전소 등이다. 정부는 수소차 기술을 향후 군용트럭·장갑차 등 방위산업과 연계하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 기반연구’라는 이름으로 연구 중인 ‘핑크수소’도 향후 현대차그룹의 수소 벨류체인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한한 청정에너지인 원자력발전으로 만드는 핑크수소는 원전 활성화는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 들어 주목받고 있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연구완료 이후 핑크수소의 생산 실증과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수소산업, 현대차그룹에 ‘확실한 남는 장사’


전임 정부와 현 정부에서 이어지는 수소산업 육성정책 기조에 따라 현대차그룹에 확실한 미래 먹거리를 보장하는 ‘남는 장사’가 가능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남다른 수소 기술력이 그간 인프라 부족 등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아 상용화가 어려웠던 문제를 정부 드라이브로 해결할 수 있어서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양산하는 등 수소연료전지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1998년부터 수소 기술을 개발한 현대차는 2018년 수소차 전용 모델 넥쏘를 출시했다. 오는 2025년에는 넥쏘의 후속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26일 국내 주요 수소 생산업체인 현대제철의 생산설비 고장으로 수송용 수소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수소충전소에 차량들이 충전을 하기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26일 국내 주요 수소 생산업체인 현대제철의 생산설비 고장으로 수송용 수소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수소충전소에 차량들이 충전을 하기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소차 판매량은 4608대로, 2022년 1만 336대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충전소 부족 등 수서 인프라 부족으로 수소차는 해가 갈수록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전국 수소 충전소는 300여곳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주요 수소 생산업체인 현대제철의 생산설비가 고장 나 수송용 수소 대란이 일어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임 정부에 이어 윤 정부도 기한을 못박은 구체적인 수소경제 육성 로드맵을 밝히는 등 수소산업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재계와 산업계는 향후 수소의 생산은 물론 최종 단계인 수소모빌리티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CES 2024에서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 ‘HTWO’를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길 HTWO Grid 솔루션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새롭게 확장하는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로 그룹 내 각 계열사의 역량을 결합해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 및 활용의 모든 단계에서 고객의 다양한 환경적 특성과 니즈에 맞춰 단위 솔루션(Grid)을 결합해 최적화된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이날 현대차는 폐기물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기술도 공개했다. 현재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인 수전해 방식은 수자원이 제한적인 지역에서는 실현이 어렵다. 현대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수소의 생산뿐 아니라, 저장, 운송 및 활용에 있어서도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실제 적용 사례로 현재 서울 광진구에서 이동형 수소 충전소(H Moving Station)를 운영 중이다. 향후 제주도 등으로 확장 운영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HD현대 정기선 부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HD현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HD현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HD현대 정기선 부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HD현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HD현대)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두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0년 전에는 배터리 시장이 이렇게 성장할지 몰랐다”며 “수소도 배터리 못지않은 수요가 생길 것이고,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힘을 합해 수소 수요를 끌어올리는 트리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소 기술을 가지고 모빌리티 회사를 한 단계 뛰어넘는 영역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완성차 제조사를 전기차와 UAM, 로봇을 융합한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게 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명분실리(名分實利) 비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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