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선고 앞둔 이 회장, 사법리스크 지속
몸 낮춘 이 회장, 尹 대통령 국빈방문·순방 동행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푸른 용의 해를 맞아 뉴스포스트는 최근 수년간 실적과 성과를 기반으로 2024년 주목받을 올해의 CEO들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지난해 10월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10월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올해 경영행보는 지난해 기조를 이어 도광양회(韬光养晦)·유소작위(有所作为)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수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가 올해에도 지속되면서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주가조작 등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글로벌 박람회나 행사 참여를 자제하고 있다. 대표적인 행사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다. 이 회장은 올해 'CES 2024'에도 불참했다.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 다른 오너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반대되는 행보다.

대신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주재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며 눈도장을 찍고 있다. 오는 26일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개입 혐의로 1심 선고공판을 앞둔 이 회장은 '숨죽이되,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 '경영권 불법개입 혐의' 선고 앞두고 글로벌 행보 자제 


이재용 회장은 과거 상무 시절인 2013년까지는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와 세계 최대 모바일 기기 박람회 MWC 등 글로벌 행사에 직접 참여한 바 있다. 이 회장이 글로벌 행사에서 모습을 감춘 건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커지면서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문재인 정부에서 2021년 1월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그해 8월 가석방됐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인 2022년 8월 특별사면으로 취업 제한이 풀려 경영 일선에 복귀해 복권된 바 있다. 이 회장의 국정농단 사법리스크는 모두 해소됐지만, 비슷한 시기 불거진 이 회장의 또 다른 사법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10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10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 27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용 회장은 별도의 취임사를 발표하지 못했다. 삼성도 취임 행사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날 이 회장이 법원 1심 공판에 출석하면서다. 취임 1주년의 이 회장은 법원에 발이 묶였다. 오전 10시부터 늦은 저녁까지 진행된 법원 1심 공판에 이 회장은 피고인 신분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주가 조종 등 불법 개입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주장에 대해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는데, 이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오는 26일 열린다.

재계는 이 회장이 글로벌 행사에 참여를 자제하는 배경에 아직 해소되지 않은 사법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사법부의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대내외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12월 이뤄진 삼성전자의 '2024 정기인사'가 한종희·경계현 2인 대표체제를 유지하며 안정에 방점을 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尹과 함께' 이 회장, 1심 선고공판 이후 사법리스크 장기화 우려


이재용 회장은 CES 등 글로벌 행사에 불참하며 최대한 몸을 낮추신 대신,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국빈방문과 주요 정부 행사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UAE와 미국,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영국, 네덜란드 등 7개 국가를 국빈방문했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한 곳도 빠짐없이 동행했다. 국빈방문 외에도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이 참석한 스위스 다보스포럼 '글로벌 CEO와의 오찬'에도 참석했고, 같은 해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순방에도 동행했다.

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떡볶이 등 분식을 맛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떡볶이 등 분식을 맛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해외 국빈방문과 순방 외에도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내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해 눈도장을 찍고 있다. 이 회장이 부산 국제시장을 찾아 떡볶이를 먹는 모습은 수많은 밈을 낳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제2캠퍼스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2023년 4월)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2023년 5월) △부산 국제시장 및 부평깡통시장 동행(2023년 12월) △2024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 참석(2024년 1월) 등이 대표적이다. 

재계는 이 회장이 대통령 주재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배경에도 사법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오는 26일 선고공판 이후 검찰의 항소로 법정공방이 지속돼 대법원 판결까지 간다면 향후 3~4년간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이어질 우려가 있어서다.

이 회장의 1심 선고공판에 대해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3·5룰'에 따라 최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임과 횡령 등으로 재판에 선 재벌 총수 일가의 형량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던 전례가 많아서다. 통상 징역 3년은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한편, 재벌 총수의 '3·5룰'에 따른 판례로는 2014년 2월 김승연 한회 회장(배임, 징역3년·집행유예5년), 2019년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배임, 징역2년6개월·집행유예4년), 2018년 11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배임, 징역3년·집행유예5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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