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SK 등 경쟁사에 반도체·가전·스마트폰 1위 내준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심 무죄에 ‘대형 M&A’ 추진 기대감
이 회장 ‘1심 무죄’ 항소한 검찰...이 회장 등기이사 불투명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꺾인 날개’를 달면서 삼성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당초 이 회장이 승계 과정의 ‘부당합병 의혹’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날개를 단 이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삼성의 대형 M&A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이 사흘 만에 항소하면서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향후 수년간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플·LG·SK 등 경쟁사에 선두 내준 삼성전자...‘위기론’ 대두
최근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에서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주면서다.
가장 뼈아픈 지점은 반도체부문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적자를 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S부문에서 매출액 21조 6900억 원, 영업적자 2조 18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3분기 영업적자 3조 7500억 원을 기록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11조 3055억 원, 영업이익 3460억 원 등 실적을 거뒀다. 전기 대비 매출액은 2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이어온 영업적자를 벗어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엇갈린 가장 이유는 HBM 때문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D램으로, 고사양이 요구되는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부품이다. 기존 D램 대비 가격이 2~3배 비싸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주력 제품 DDR5와 HBM3를 앞세워 D램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전년 대비 DDR 매출은 4배, HBM3 매출은 5배 이상 증가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 등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4세대 HBM인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HBM3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95%로 끌어올린 상황이다.
공고한 1위 자리를 수성했던 삼성전자 DX부문도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이후 12년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다, 지난해 애플에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내줬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 2억 3460만 대(20.1%), 삼성전자 2억 2660만 대(19.4%) 등이다.
지난해 가전부문에서도 경쟁사인 LG전자가 삼성전자의 2배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삼성전자를 따돌렸다. LG전자의 지난해 H&A과 HE사업본부 합산 영업이익은 2조 37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VD와 생활가전사업부의 영업이익은 1조 2500억 원에 불과했다.
멈춰선 이재용의 ‘경영 시계’...사법리스크에 기약 없는 대규모 M&A
재계는 최근 삼성의 경쟁력 하락 배경엔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 AI로 빠르게 재편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대규모 M&A를 결정하고 진두지휘해야 할 오너가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지난 2017년 전장 및 오디오 전문회사 하만의 빅딜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80억 달러 규모의 하만 인수를 직접 추진했다. 하만은 현재 삼성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며 이 회장의 오너십을 증명하고 있다. 인수 첫해인 2017년 영업이익 574억 원을 기록한 하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하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17.8%를 차지했다.
지난 5일 1심 법원이 이재용 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개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재계에서는 삼성의 대형 M&A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향후 삼성의 대형 M&A로는 로봇과 6G, 자율주행차 분야 등이 될 것이란 구체적인 분석도 제시됐다.
내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이사회에서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4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미등기이사인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며 ‘뉴 삼성’ 기치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기대였다.
하지만 사흘 만에 나온 검찰의 항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재용 회장의 1심 무죄에 불복하고 항소를 결정했다. 검찰이 항소 이후에도 상고로 대법원 최종판단까지 간다면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수년간 이어질 우려가 크다. 재계는 이런 이유로 이 회장이 내주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지난해 초 정기주총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설이 나왔지만 지속되는 사법리스크와 재판 일정 등으로 불발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매주 서초동 법원으로 출근 도장을 찍으며 경영권 승계 불법개입 혐의 등 2개의 재판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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