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법원으로 간 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에 재계 우려 커져
이혼소송 항소심 최태원 회장, 노소영 관장 동거인 상대 소송 제기
‘세 모녀 소송’ 당한 구광모 회장, 유언장 존재 유무·제척기간 쟁점
취임 3주년 맞은 정의선 회장, 내년 CES에서 비욘드 모빌리티 공개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지난 3월 17일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박수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지난 3월 17일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박수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올해 재계는 글로벌 긴축과 경기 침체로 인한 업황 다운사이클과 오너들의 사법 이슈 등으로 어수선했다. 삼성과 SK, LG 등은 승계와 가정사를 이유로 사법 이슈가 불거졌고, 미국發 금리인상과 반도체 업황 악화도 지속되며 삼성과 SK, LG의 주력 계열사 실적도 부진했다. 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창립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국내외 경기 침체 속에서도 홀로 빛났다.


이재용 회장 법원行, 최태원 이혼소송 항소심, 구광모 ‘세 모녀 소송’


지난해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법 이슈는 올해도 지속됐다. 올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른바 ‘세 모녀 소송’으로 상속 과정이 재계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LG디스플레이의 6분기 연속 적자와 LG전자의 TV사업 부분 적자로 인해 올해 4분기 전체 실적 적자 전망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너들의 사법 이슈가 지속하거나 새롭게 터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월 27일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용 회장은 별도 행사나 취임사 없이 법원으로 향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1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의 재판 출석으로, 그간 재계의 관심을 받았던 이 회장의 ‘뉴삼성’ 메시지도 실종됐다.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면서 ‘뉴삼성’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회장 취임 후 1년간 글로벌 10여 개 국가를 돌며 현장경영을 펼쳤던 이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늦은 저녁까지 진행된 1심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섰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주가조종 등 개입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재계는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로 활동을 제한받으면 삼성 전체 경영에 악영향이 크다고 보는 만큼, 검찰의 항소 등으로 인해 이 회장의 재판이 수년간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7월 26일 한국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7월 26일 한국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2017년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에게 이혼조정 신청을 제기한 뒤 노 관장은 2019년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명목의 현금 1억 원과 재산 분할 명목의 현금 665억 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양측 모두 불복하며 항소한 상황이다. 

지난달 23일에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변론준비기일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변론준비절차를 종결하고 내년 1월 18일 정식 변론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5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5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3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은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른바 ‘세 모녀 소송’으로 알려진 소 제기를 통해 청구인들은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소 제기 배경과 사유는 그간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 세 모녀가 지난 18일(현지시간) 美 뉴욕타임스에서 소송 배경을 설명하면서 세간에 드러났다. 

이들에 따르면, 세 모녀가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유산 상속 합의 내용에 처음으로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21년이다. 구 대표가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했는데 채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면서다. 이에 구 대표가 자신과 모친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연수씨 등 LG가(家) 세 모녀의 계좌를 확인한 결과 모르는 사이 거액의 상속세가 납부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지난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은 LG 주식 11.28% 등 약 2조 원 규모의 재산을 남겼다. 이 가운데 세 모녀는 5000억 원 규모의 유산을 상속했는데, 세 모녀에 따르면 양자인 구광모 회장이 LG 지분 8.76% 등 더 많은 유산을 상속하고 상속세를 혼자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세 모녀가 상속세를 부담하고, 대출까지 받게 됐다는 것.

이에 따라 구 회장이 합의한 것보다 유산을 더 받았다는 게 세 모녀의 주장이다. 상속세에 대해 구 회장은 지난 1월 모친 김 여사에게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해 직원들이 세 모녀 계좌에서 자금을 융통한 것’이라는 취지의 편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세 모녀의 주장에 대해 LG는 “일방적 주장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재산 분할과 세금 납부는 적법한 합의 아래 이행됐다”는 입장이다.


최대 실적 정의선의 현대차그룹, 내년 CES에서 비욘드 모빌리티 선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재계 오너 가운데 가장 빛나는 실적을 거뒀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매출액은 258조 1400억 원, 영업이익은 26조 3400억 원 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치대로라면 현대차그룹은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250조 원과 영업이익 20조 원을 넘어선다. 

정의선 회장이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헬기를 이용해 사우디 건설현장을 찾아 건설 현장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헬기를 이용해 사우디 건설현장을 찾아 건설 현장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올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실적도 성공적이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연간 기준 처음으로 150만 대를 넘어섰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부터 11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151만 579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한 수치로,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가 78만 8403대, 기아가 72만 2176대를 각각 팔았다. 지난 1986년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최다 연간 판매 기록이다.

현대모비스 등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도 눈부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적을 공시한 현대차그룹 11개 상장사들의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늘었다. 매출액은 104조 5000억 원 늘었고, 영업이익도 2배 이상 불어나 8조 4000억 원 늘었다.

올해 취임 3주년을 맞은 정의선 회장은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행사인 CES 2024를 통해 기존 모빌리티 비전을 뛰어넘은 새로운 비전 제시로 사업영역 확장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CES 2024 미래 비전에는 그룹사 밸류 체인을 기반으로 완성될 ‘수소 에너지 생태계’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전환’이 세상에 불러올 인간 중심적인 미래 청사진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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