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2024정기인사, 조대식 수펙스 의장 등 부회장단 물러나
‘서든데스’ 언급한 최태원 회장 사장단·대표이사 파격 세대교체
장동현 SK㈜ 부회장 ‘가신 부회장단’ 유일 계열사 대표 선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SK)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SK그룹이 지난 7일 연말인사를 발표했다. 올해도 매년 12월 첫째주 목요일 정기인사를 내는 SK그룹의 인사 관행이 이어졌다. 

SK그룹 2024 정기인사에서는 지난 7년간 SK를 재계 2위로 올리는 데 공헌했던 부회장단 4인 가운데 3명이 2선으로 물러나는 등 큰 폭의 세대교체가 있었다. 

오너일가의 약진도 눈에 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SK그룹 2인자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됐고,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팀장이 본부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 됐다.


2선으로 물러난 ‘가신 부회장단’과 장동현 부회장의 ‘라스트 댄스’


SK그룹의 연말인사에 앞서 지난 7년간 SK그룹의 실적을 이끌었던 ‘가신 부회장단’ 4인이 2선으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대에서 진행된 ‘도쿄포럼 2023’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들 부회장단에게 퇴진을 주문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재계에 따르면, 이날 최 회장은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에게 직접 물러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인사 전날인 6일 SK그룹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정기인사가 나기 전까지는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전했지만, 7일 단행된 2024 정기인사에서 조대식 수펙스 의장 등 부회장단 대부분이 2선으로 물러났다. 

2017년부터 최 회장과 함께한 부회장단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실적과 자산 증진을 이끌며 지난해 SK그룹을 재계 순위 2위에 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년 재계 순위 3위였던 SK그룹이 12년 만에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친 것이다.

2선으로 물러난 부회장단 4인 가운데 3인은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그룹의 성장을 위한 고문 역할로 남는다. SK그룹에 따르면 조대식 부회장은 주요 관계사의 글로벌 투자 전략 자문을, 김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성장에 기여하는 자문을 맡는다. 박정호 부회장은 SK㈜ 부회장과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빅테크 기업들과 AI 얼라이언스를 이끌 예정이다.

장동현 SK㈜ 부회장(왼쪽)과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사진=SK)
장동현 SK㈜ 부회장(왼쪽)과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사진=SK)

부회장단 가운데 장동현 SK㈜ 부회장만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로 신규 선임됐다. 이에 따라 장 부회장은 박경일 사장과 함께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를 맡으며 1선에 남게 됐다. 4인 부회장단 대부분이 올해 연말인사에서 모두 2선으로 물러난 만큼, SK에코플랜트 상장이 장 부회장의 ‘라스트 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장 부회장의 SK에코플랜트 각자대표 선임에 대해 “성공적 IPO 추진을 목표로 사업영역 고도화 등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장동현 SK㈜ 부회장은 現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단독대표 사장 체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IPO 문제의 해결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1년 5월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꿔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는 등 IPO 준비를 해왔다. 지난해 3월 21일에는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을 위해 국내외 10개 증권사에 입찰 제안요청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당시 SK에코플랜트의 IPO를 앞두고 재계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최태원 회장의 ESG경영 시험대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현대엔지니어링 등 동종업계의 IPO가 무산되자 SK에코플랜트의 IPO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최창원 의장과 최윤정 본부장 등 오너가(家) 약진


올해 SK그룹 연말인사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는 오너일가의 약진이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SK그룹의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임기 2년의 새 의장에 선임됐다. 

최창원 부회장은 최 회장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창원 부회장은 2017년부터 중간 지주사 SK디스커버리 대표를 맡으며 SK그룹의 바이오산업과 케미칼 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34) SK바이오팜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장도 이번 정기인사에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왼쪽)과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사진=SK)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왼쪽)과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사진=SK)

특기할 점은 SK그룹이 최창원 부회장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수펙스추구협의회의 권한을 지주사로 이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7일 연말인사를 단행한 SK그룹은 같은 날 SK㈜와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분산된 투자 관리 기능을 SK㈜로 단일화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사촌동생 최 부회장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동시에, 수펙스추구협의회의 권한을 가져와 지주사 SK㈜에 힘을 크게 실어주는 조직 개편안을 시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있던 투자 1팀과 투자 2팀 모두 지주사 SK㈜로 넘어가고 주요 계열사의 투자 자문 역할도 지주사가 가져간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이던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오피스도 SK㈜로 조직을 옮긴다. 조직개편 이후 수펙스추구협의회는 투자 기능을 모두 SK㈜에 넘기고 ESG경영 등만 맡는다.

이날 SK그룹 관계자는 “분산 투자 기능을 하나로 모아 지주회사의 본연의 역할인 포트폴리오 관리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직 개편 방향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향후 SK그룹의 투자 컨트롤 타워는 M&A 전문가인 장용호 신임 SK㈜ 사장이 총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신임 CEO로 선임된 장 사장은 1989년 유공(現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한 후 SK㈜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M) 부문장,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SK실트론 사장 재직 기간에는 SK그룹의 반도체 소재 포트폴리오 강화와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SK그룹의 2024 정기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은 한 명도 없었다. 당분간 기존 부회장단을 유지하면서 신규 선임된 40·50세대 사장으로 혁신과 안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경착륙 기조로 해석된다. 

올해 SK그룹은 SK㈜,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엔무브, SK온,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 7개사의 CEO가 변경됐다. 이 가운데 SK머티리얼즈 김양택, SK엔무브 김원기, SK에너지 오종훈 등 3명은 모두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인 ELP을 수료했다.

큰 변화가 있었던 부회장단과 사장단 인사와 달리 SK그룹의 2024 정기인사 신규 선임 임원은 총 82명으로, 지난 2023년 145명, 2022년 165명 등보다 큰 폭으로 줄어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올해 SK그룹의 신규 선임 임원의 평균 연령은 만 48.5세다. 이는 2023년 만 49.0세, 2022년 만 48.5세, 2021년 48.6세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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