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조대식·박정호·김준 등 SK 주요 계열사 부회장단 퇴진설
사우디 우세 속 치른 엑스포 유치전 선봉 섰던 최태원 SK 회장
“지난해도 나왔던 전망, 정기인사 발표 전까지 공식 입장 없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3'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3'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복심’이었던 부회장단이 오는 7일 발표 예정인 정기인사에서 물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라는 과업을 짊어졌던 ‘재계 맏형’ 최 회장이 유치 실패 후 참석한 ‘도쿄포럼 2023’에서 이 같은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일본 도쿄대학에서 진행된 ‘도쿄포럼 2023’에 참석한 자리에서 7년간 함께하며 SK를 재계 2위로 올린 부회장단에게 퇴진을 주문했다. 이날 최 회장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주)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에게 직접 물러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서든데스’를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SK그룹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그룹의 연례 경영전략 회의인 ‘2023 CEO 세미나’를 개최했다. SK그룹이 CEO 세미나를 해외에서 개최한 건 2009년 중국 베이징 이후 14년 만이었다. 세미나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최 회장은 “급격한 대내외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최 회장이 서든데스를 언급한 2016년 연말인사에서는 그룹 2인자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위원장 등이 교체되는 등 큰 폭의 인사 교체가 있었다.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주)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주)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

7년 만에 다시 나온 최 회장의 ‘서든데스’ 언급과 부회장단의 퇴진설에 대해 재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은 해석은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었다는 해석이다. 최근 최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을 지적해서다. CEO 세미나 등을 통해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와 SK온, SK㈜ 등을 지목하면서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질책했다고 한다.

하지만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올해 실적과 내년 전망은 나쁘지 않다. 올해 SK하이닉스는 HBM과 DDR5 등 고부가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서버용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7분기 만에 점유율 49.6%로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내년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으로 3년 만에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3분기 매출 19조 8891억 원, 영업이익 1조 5631억 원을 거뒀다. 증권사 컨센서스인 영업이익 1조 465억 원을 웃돈 수준이다.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도 개선으로 SK에너지 영업이익이 늘었고, SK지오센트릭 등도 재고가격이 올라 실적이 개선됐다. 

영업손실을 낸 SK온도 영업손실 861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으로 최소 영업손실을 냈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만년 적자인 SK온도 올해 4분기 최대 400억 원 규모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세액공제 추정액 약 2500억 원이 영업이익에 반영되면서다.

최 회장이 실적만을 이유로 그룹을 재계 순위 2위에 올린 부회장단을 교체한다는 해석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SK그룹은 반도체 매출 증가로 SK하이닉스의 자산이 20조 9000억 원 늘어나는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12년 만에 재계 순위 2위에 올랐다. 

부회장단 교체설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4일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난해에도 나왔던 얘기들로 연말마다 재계에서 나오는 여러 전망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정기인사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엑스포 유치 실패와 부회장단 인사를 연결 짓는 해석에 대해서도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제173회 총회에서 2030 세계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제173회 총회에서 2030 세계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재계 맏형’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앞장선 바 있다. 사우디의 우세 속 막판 뒤집기를 노렸던 한국은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부산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받아 2위를 차지했다.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119표를,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받아 3위를 기록했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발표가 나는 순간까지 개최지 투표 현장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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