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서린빌딩→사직단→세종문화회관→SK서린빌딩 3.1km 플로깅
서울에서 플로깅 매일 진행하는 SK이노, 전 임직원 참여율 100%
“SK ‘행복날개’ 단체복 입고 참여하는 플로깅은 ‘행복한 특권’이죠”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은 ESG경영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얼마나 버느냐’만큼 ‘어떻게 버느냐’가 비즈니스 성패를 가르는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뉴스포스트가 국내 기업들의 ESG경영 현황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1년부터 ESG경영의 일환으로 산해진미(山海眞美)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산해진미 활동은 폐플라스틱 쓰레기로부터 산(山)과 바다(海)를 지켜 참(眞) 아름다운(美) 지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플로깅(Plogging)은 가장 대표적인 산해진미 활동이다. 플로깅은 이삭을 줍는다는 스웨덴어 플로카우프(Plocka upp)와 영어로 달리기라는 뜻인 조깅(Jogging)의 합성어다. 조깅이나 산책하는 동안 쓰레기를 줍는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4월 플로깅 집중 참여 기간인 ‘산해진미 위크’를 운영했다. ‘산해진미 위크’ 기간이 끝난 뒤에도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은 매일 10여 명 안팎의 팀을 구성해 자발적으로 플로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포스트 취재진이 10일 서울 종로 SK서린사옥에서 출발해 2시간여 동안 진행된 SK이노베이션 플로깅 활동에 동행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구슬땀이 날 줄 몰랐다
오전 10시 서울 종로 SK서린사옥 앞에 SK이노베이션 Global Compliance 부문 임직원 10여 명이 모였다. 이날만큼은 특별 환경미화원이 된 10여 명의 SK이노베이션 가족들은 저마다 SK ‘행복날개’ 로고가 박힌 자원봉사 조끼를 입고 양손에 봉투와 집게를 들었다.
SK이노베이션의 자원봉사 조끼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2021년 SK이노베이션은 자원봉사 조끼를 친환경 제품으로 전면 교체하며 폐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에 한발 더 나아갔다. 현재의 자원봉사 조끼는 폐플라스틱으로 업사이클링한 원단으로 제작된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자체 육성한 소셜벤처 ‘라잇루트’를 통해 한 벌당 폐페트병 11개를 사용해 자원봉사 조끼를 만들었다. 제작된 친환경 자원봉사 조끼는 같은 해 6월 SK이노베이션 전 구성원들에게 배포됐다. 올해부터는 지속가능하고 윤리적 패션브랜드를 선보이는 ‘몽세누’에서 만든 폐플라스틱 원단의 자원봉사 조끼를 새롭게 도입했다. 몽세누 역시 SK이노베이션이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오전 10시 10분 “산해진미! 산해진미!”라고 구호를 외친 SK이노베이션 플로깅 자원봉사자들이 대장정의 첫걸음을 뗐다. 이날 플로깅 코스는 SK서린사옥을 출발해 사직단과 경복궁역, 세종문화회관, 광화문역을 거쳐 다시 SK서린사옥으로 복귀하는 3.1km 거리였다.
SK이노베이션 플로깅 활동을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취재를 위해 SK서린사옥 주차장에 주차할 때까지만 해도 “뭐, 적당히들 하겠지”란 안일한 편견이 틀렸음이 플로깅을 쫓는 걸음마다 증명됐다. 구슬땀을 흘리기는 SK이노베이션 자원봉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26도로 초여름 날씨였다.
오진화 PM은 취재진에게 “SK의 상징인 ‘행복날개’ 조끼를 입고 하는 플로깅은 행복한 특권”이라고 말했다. SK가 추구하는 ESG경영에 직접 동참해 환경을 구하는 활동이 임직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사치라는 설명이다. 인터뷰가 끝난 뒤 오 PM은 흡연가들이 줄지어 서 있는 어두운 골목으로 걸음을 옮겨 흡연 중인 이들을 비집고 들어가 떨어진 담배꽁초를 주워 담았다.
어제도 산해진미 플로깅에 참여했다는 추민영 PM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대뜸 취재진의 눈앞으로 들어보였다. 추 PM은 “이 봉투도 SK가 플로깅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친환경 비닐봉투”라며 “SK지오센트릭이 개발한 소재로 스스로 썩는 비닐봉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 PM은 “지난 2020년 SK이노베이션 공채로 입사하게 됐다”며 “ESG경영에 활발한 SK이노베이션 직원으로 평생 일하고 싶다”고 플로깅 소회를 전했다.
실제 지난 2021년 6월 SK이노베이션은 산해진미 플로깅에 스스로 썩는 비닐봉투를 사용하면서 환경보호의 의미를 더했다.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은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SK지오센트릭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공동개발한 PBAT 소재로 만든 친환경 생분해 비닐봉투를 사용한다.
PBAT는 자연에서 산소와 열, 빛과 효소 반응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이다. 통상 플라스틱 제품은 자연분해에 100년 가까이 소요되지만, PBAT 제품은 매립 시 6개월 이내 자연 분해되는 높은 친환경성을 지녔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산해진미 플로깅을 포함해 취약계층 도시락키트 전달, 독거노인 돌봄 등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의 자원봉사 활동 참여율은 100%다. SK이노베이션 임직원이라면 대표이사부터 신입사원까지 플로깅과 여타 자원봉사 활동에 한 번 이상 동참했다는 얘기다. ‘산해진미 위크’ 기간 외에도 매일 10여 명씩 팀을 구성해 진행하는 플로깅이 업무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궁금했다.
이에 대해 고은표 PL은 “업무시간 내에 플로깅 활동이 진행되다 보니, 오히려 ESG경영에 참여하면서 업무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기회가 돼 업무효율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다”며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도 플로깅을 하며 땀 흘리다 보니 커뮤니케이션도 더 원활해졌다”고 했다. 이어 고 PL은 “오전 플로깅이 끝나면 모두 함께 점심 식사하며 오늘 활동에 대한 소감을 나눌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0시 10분에 시작한 SK이노베이션 플로깅은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초여름 날씨 속 자원봉사 활동에도 SK 행복날개를 등에 업은 자원봉사자들은 활력과 미소를 잃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 산해진미 플로깅, 지난해만 시민 27만8천명 동참
산해진미 플로깅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 캠페인 ‘아.그.위.그(I Green We Green)’ 시즌3 버전이다. 아.그.위.그는 시즌1 ‘일회용품 줄이기’로 시작해 시즌2에선 ‘음식물 잔반 제로’ 및 ‘페트병 뜯.버(페트병 라벨과 뚜껑을 ‘뜯고 버리자’)’ 등으로 계속해서 진화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전 구성원이 함께하는 아.그.위.그 시즌3 캠페인 산해진미 플로깅은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것을 넘어 폐플라스틱 선순환의 의미를 더해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SV)까지 창출한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서울과 울산, 대전, 인천, 서산, 증평 등 각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한다. 이후 친환경 사회적기업을 통해 수거된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제작해 독거노인과 발달장애아동 등 취약계층에게 기부하고 있다.
2021년 6월 4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산해진미 플로깅의 첫 주자로 나섰다. 이날 김준 총괄사장은 구성원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서린사옥 인근 지역에서 플로깅을 진행했다.
산해진미 캠페인이 전국 단위로 확산한 데는 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들의 열성적인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 사업장을 대상으로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산해진미 위크’를 시행했는데, 해당 기간 전체 구성원의 50%가 넘는 인원이 산해진미 활동에 함께하며 놀라운 참여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환경적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한 산해진미 활동이 이어졌다. 첫 주자로 산해진미 활동에 참여한 SK어스온 호치민 지사를 비롯해 2022년 한 해 동안 총 12개국 19개 해외 사업장을 통해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친환경 실천 의지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처럼 ‘따로 또 같이’ 환경을 지키는 행동 실천에 앞장선 SK이노베이션 계열의 국내외 구성원들의 움직임은 산해진미 캠페인이 시민의 환경보호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범국민 캠페인으로 확대되는 동력이 됐다.
개인과 단체, 그리고 대규모 연합 활동으로 확대 추진된 범국민 산해진미 캠페인에 지난해만 모두 27만 8498명의 시민이 참여해 1195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수거했다. 이는 약 234톤(1인당 평균 0.84kg)의 탄소 배출량을 낮추는 결과와 동일한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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