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모빌리티쇼 불참한 현대차그룹, '인간중심 미래도시' 비전 집중
차별·편견 없는 '유니버설 업 키트' 선보인 LG전자, '모빌리티'로 확장

삼성과 SK, 현대차그룹, LG 등 4대그룹의 ESG경영이 봉사활동과 기부 등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서고 있다. 4대그룹은 ESG 가치를 주력 사업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며 미래 포트폴리오 구상에 나서거나 ESG 네트워킹 확대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 마련에 나서는 상황이다. 뉴스포스트가 4대그룹의 ESG경영 현황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탄소 감축을 위한 전동화 체질 전환 로드맵 달성에 만족하지 않고 그 너머로의 행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LG는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를 통해 '모두의 더 나은 삶(Better Life for All)'을 주제로 ESG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쇼 불참 현대차·기아, '인간중심 미래도시' ESG 가치 집중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5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모빌리티쇼 'IAA 모빌리티 2023'에 불참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불참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3'에도 불참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모터쇼·모빌리티쇼'로 불리는 세계 최대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그간 현대차그룹은 CES 행사만큼은 2009년 이후 단독 부스를 마련해 매년 참가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CES 2020 개막 하루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혁신적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CES 2020 개막 하루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혁신적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재계는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글로벌 모빌리티쇼 불참 배경에 현대차그룹이 새롭게 정의한 미래 브랜드 가치 정립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모빌리티쇼에 참석해 신차를 선보이는 것보다, 정의선 회장이 CES 2020에 직접 참석해 밝힌 "역동적인 인간중심 미래도시 구현"이라는 ESG 비전 달성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요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는 전동화 로드맵을 내재화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그룹의 역량을 로보틱스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배터리, 반도체 등 신기술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전동화 기술이 집약된  아이오닉 5 N.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의 전동화 기술이 집약된 아이오닉 5 N.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올해 6월 현대차는 중장기 전동화 전략 '현대 모터 웨이'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현대차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1조 원의 투자를 통해 전동화 전환을 추진한다. 또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수소와 자율주행, SDV, 로보틱스, AAM 등 미래 사업 추진에 매진한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를 올해 33만 대, 2026년 94만 대, 2030년 200만 대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르면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올해 8% 수준에서 2026년 18%, 2030년 34%로 차례로 상승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미국과 유럽, 국내 등 주요 지역 전기차 시장의 53%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전동화는 결국 배터리와 반도체의 자체 기술력 보유와 안정적인 공급망 확대로까지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관련해 오랜 전기차 설계 및 양산 경험을 통해 기술 역량을 축적해 온 데 이어 성능 향상 및 가격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서다. 

남양연구소는 배터리 개발 전문 조직을 구성해 배터리 시스템과 셀 설계, 배터리 안전 신뢰성 및 성능 개발, 차세대 배터리 등 선행 개발을 포함하는 기능별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는 향후 10년간 9조 50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성능 향상 및 차세대 배터리 선행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7월 아일랜드 레익슬립에 위치한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 팹24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김흥수 현대차 부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앤 마리 홈즈 인텔 반도체 제조그룹 공동 총괄 부사장, 닐 필립 인텔 팹24 운영 총괄 부사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7월 아일랜드 레익슬립에 위치한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 팹24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김흥수 현대차 부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앤 마리 홈즈 인텔 반도체 제조그룹 공동 총괄 부사장, 닐 필립 인텔 팹24 운영 총괄 부사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의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는 정의선 회장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내연기관차에 200~300개, 전기차에 1000개가 들어간다. 또 모빌리티의 정점인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의 차량용 반도체가 필요하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7월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했다. 정 회장은 이날 아일랜드 킬데어주의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에서 인텔의 반도체 생산 공정을 둘러봤다. 차량용 반도체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다각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 차원의 행보였다.

향후 공급망 확보를 넘어선 현대차그룹의 차량용 반도체 기술 내재화 가능성도 있다. 정 회장이 올해 초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차량용 반도체와 그룹 내 관련 기술 내재화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어서다.

이 같은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행보의 정점에는 전동화 전환을 넘어선 인간중심 미래도시 구현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있다. 정 회장은 인간중심 모빌리티 비전 로드맵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인간 중심의 도시 자문단'을 구성해 미래도시의 방향을 연구한 바 있다. 인간중심 모빌리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주주환원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 지속가능한 ESG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LG전자, 장애·나이·성별 무관 "가사로부터의 해방" 목표


지난 1일부터 5일(현지시간)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3'에서 관람객들이 재생 플라스틱 등이 전시된 LG 업사이클링 워크숍(Upcycling Workshop)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지난 1일부터 5일(현지시간)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3'에서 관람객들이 재생 플라스틱 등이 전시된 LG 업사이클링 워크숍(Upcycling Workshop)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LG전자)

LG는 주력 계열사 LG전자로 '모두의 더 나은 삶(Better Life for All)'이라는 ESG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 가전을 통한 '가사로부터의 해방'과 '스마트 홈 솔루션', 전장사업을 통한 '차별화된 모빌리티 경험 제공' 등이 있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 2023' 개막에 앞서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류 사장은 "가전을 뛰어넘어 에너지, 냉난방 공조 등을 망라하는 LG전자만의 '스마트 홈 솔루션'으로 글로벌 가전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LG전자가 UP가전 2.0 공개행사에서 밝힌 ESG 사업방향의 연장선이다.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은 LG전자의 중장기 비전으로, LG전자 H&A사업본부는 제품부터 서비스까지 '가사 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Zero Labor Home, Makes Quality Time)'를 목표로 스마트 홈 솔루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IFA에서 LG전자는 '유니버설 업 키트'도 선보였다. 유니버설 업 키트는 모든 이용자가 LG전자 생활가전을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보조하는 액세서리가 특징이다. 장애나 나이, 성별 등과 무관하게 모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소재도 폐기물의 자원화와 순환 경제를 추구하기 위해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다.

LG전자가 GS건설 유럽 모듈러 자회사 단우드와 함께 'IFA 2023'에서 선보인 스마트코티지. (사진=LG전자)
LG전자가 GS건설 유럽 모듈러 자회사 단우드와 함께 'IFA 2023'에서 선보인 스마트코티지. (사진=LG전자)

최근 LG전자가 선보인 'LG 스마트코티지'도 ESG 가치를 담은 사업의 일환이다. LG전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을 탑재한 가전과 냉난방시스템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줄이고, 사용하고 남은 전력은 가정용 ESS 시스템에 저장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LG전자는 또 전문적 모듈러 주택 기술을 보유한 GS건설과 협력해 가전제품과 주택을 융합한 '지속가능한 주거 생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공사 기간이 짧고, 주택 시공에 재활용·재사용 자재를 적극 활용해 환경친화적인 동시에 공사 중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공법으로, 대표적인 ESG 사업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고효율 냉난방공조 사업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서 글로벌 탑티어 종합 공조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밝힌 상태다. 

유럽 히트펌프 시장이 2020년 약 60만 대에서 2027년 250만 대 수준으로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이는 지난해 유럽이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와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리파워EU'을 선언하고 탄소중립 실현에 박차를 가하는 데 기인하는 상황이다.

올해 LG전자의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판매량도 올해 유럽 시장에서 지난해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탄소중립 가치로 재편되는 유럽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프레스콘퍼런스'에서 LG전자의 미래 모빌리티 고객경험 테마 'Alpha-able(알파블)'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프레스콘퍼런스'에서 LG전자의 미래 모빌리티 고객경험 테마 'Alpha-able(알파블)'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모빌리티 부문은 LG가 LG전자로 추진하는 ESG경영의 첨단이다. LG전자는 최근 가전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모빌리티 영역으로 확대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조주완 사장은 '이동 공간에서 즐기는 라이프스 굿'을 주제로 LG전자가 바라보는 모빌리티 산업과 미래 비전을 소개했다. LG전자는 자율주행 모빌리티로 전환되는 완성차 시장에서 자사의 경쟁력인 '경험을 확장하고 차별화하는 공간 구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복안이다.

가전으로 누리는 생활공간을 차량으로 확대해 도로 위에서 보내는 삶의 순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차별화된 모빌리티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LG전자의 자신감의 배경에는 LG전자 전장사업 담당 2013년 출범한 VS사업본부의 급격한 성장세가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LG전자 텔레매틱스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점유율 1위(23.3%)를 차지했다.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영역도 지난 2021년부터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LG전자는 롤러블, 플렉서블, 투명 등 다양한 폼팩터를 구현하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가전 기술 및 솔루션을 활용해 자동차를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가변 공간으로 재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LG전자의 모빌리티 비전은 '모두의 더 나은 삶'이라는 LG전자의 ESG경영 가치와 맞닿아 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