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사옥 직장어린이집 이용 HD현대오일뱅크 임직원 인터뷰
“‘드림 보트’ 덕분에 육아휴직 이후 커리어 이어갈 수 있었죠”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드림 보트’...“부부관계 좋아졌어요”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은 ESG경영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얼마나 버느냐’만큼 ‘어떻게 버느냐’가 비즈니스 성패를 가르는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뉴스포스트가 국내 기업들의 ESG경영 현황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HD현대는 ESG경영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HD현대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해 12월 26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바꾼 이름이다. 중공업 일변도 이미지를 탈피하고 ‘테크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HD현대와 계열사들은 지난해 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신사옥 ‘GRC’로 입주해 새집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HD현대의 행보를 놓고 한 재계 관계자는 “IT 기업들이 즐비한 분당에서는 사내 어린이집 등 직장 내 복지에 따른 이직이 적지 않다”며 “HD현대가 인근 분당 IT 기업들에 종사하는 젊은 인재들을 끌어오기 위해 기존 중공업 중심의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SG경영에서 HD현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은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이다. 이를 위해 GRC에는 ‘드림 보트’라는 이름의 직장어린이집이 지난달부터 문을 열었다. 뉴스포스트가 ‘드림 보트’에 자녀들을 맡긴 HD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HD현대 ‘드림 보트’ 덕분에 육아휴직 끝내고 복직했죠”
올해 3월 문을 연 HD현대 분당사옥 GRC 직장어린이집 ‘드림 보트(Dream Boat)’는 이름에서부터 글로벌 조선업 선두주자인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의 역사를 잘 보여준다. ‘드림 보트’는 지구촌 바다를 누비는 그룹의 과거와 현재, 미래 비전을 모두 표현한다.
‘드림 보트’는 GRC 입구에서 시작해 로비층 아래 공간까지 2개 층 2222제곱미터 규모로 운영된다. 최대 정원이 300명인 ‘드림 보트’는 ‘흰수염고래반’과 범고래반’ 등의 이름으로 HD현대와 계열사 임직원 자녀들을 맞이하고 있다. ‘드림 보트’의 14개 보육실과 6개의 놀이공간에서 HD현대의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직원 이모씨(38·남)는 “드림 보트가 밤늦게까지 운영해 자녀들과 함께 출퇴근 걱정이 전혀 없다”며 “원어민 교사 2명이 상주하고 있어 영어 교육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점에서도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했다.
‘드림 보트’ 운영시간은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다. 야근 등 상황으로 퇴근 시간이 늦어져도 자녀들의 등·하원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유아교육 전문교사와 간호교사, 영양사, 조리사 등 총 50명의 교직원이 상시 근무하며 임직원들의 아이들을 돌본다. 만 3~5세 유아반에는 2명의 원어민 강사가 머무르며 생활지도와 함께 영어 교육을 담당한다.
‘드림 보트’ 개원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직원도 있었다. 남편과 함께 HD현대오일뱅크에 재직 중인 남모씨(37·여)는 “드림 보트에 5살과 3살 아이 두 명을 맡기고 있다”며 “드림 보트 덕분에 올해 회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육아휴직 중이었던 그는 그간 육아 문제로 회사 복귀를 망설였다고 한다.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는 어린이집 특성상 맞벌이하며 육아까지 하기에는 제약이 컸던 까닭이다.
남 씨는 “여성으로서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도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분당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퇴근 이후 저녁 식사를 한 뒤 아이를 찾을 수 있어 부부관계도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드림 보트’는 아이들에게 아침과 점심, 간식과 함께 저녁까지 제공한다. 친환경 식재료로 만든 하루 네 끼의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또 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아동 비율이 법적 기준보다 40%까지 낮아 세심한 보살핌도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드림 보트’에 자녀들을 맡긴 직원들은 여유 있는 저녁 식사 이후 아이를 찾아 퇴근하곤 한다는 후문이다.
‘드림 보트’가 제공하는 여러 이점으로, 자녀를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드림 보트’에 맡기겠다는 직원도 있다. HD현대오일뱅크 직원 이모씨(33·여)는 “‘드림 보트’에 다니는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드림 보트’에 맡길 생각”이라며 “엄마가 같은 건물에 있다는 점 때문에 아이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도 되고, 학부모의 요구사항을 어린이집 운영에 반영하는 게 이유”라고 했다.
실제 ‘드림 보트’는 학부모 상담과 만족도 조사를 통해 부모의 의견을 보육계획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학부모 참여형 ‘열린 어린이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공간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참관할 수 있다. 또 ‘어린이집운영위원회’에도 직접 참여해 ‘드림 보트’ 운영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HD현대, 임직원 육아부담 줄이기에 ‘진심’
HD현대는 ‘드림 보트’ 개원과 함께 유치원 교육비 지원 등을 통해 임직원들의 육아부담을 줄이고, 국가적 문제인 저출산 분위기 해소에도 일조하겠다는 계획이다. ‘사람이 미래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판단 아래 젊은 부모를 포함한 직원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HD현대는 초등학교 입학 전 3년간 임직원 자녀의 유치원 교육비를 자녀 1인당 연 600만 원, 총 1800만 원까지 지원한다. 또 전 계열사가 유연근무제를 실시해 직원이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의지는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비전에서도 드러난다.
정기선 사장은 지난해 12월 GRC에서 개최한 비전선포식에서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문화가 필요하다”며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여러분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HD현대는 MZ세대를 위한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직원들의 결혼식장에 포토부스를 설치해주고 있다. 화환과 포토부스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고, 포토부스 설치 비용은 전액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 하객들은 신랑·신부를 위해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 담긴 사진 방명록을 만들 수 있다.
- [K-ESG] 환경미화원이세요?...초여름 SK이노베이션 플로깅 동행해보니
- [MZ총수열전] 정통파 전략가 한화 김동관, 참신한 몽상가 HD현대 정기선
- HD현대, ‘글로벌R&D센터’ 종이컵 없는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
- 한컴그룹, 위기의 아빠와 기회의 딸...김정실 이사 선택이 관건
- 현대엘리베이터 향한 쉰들러 야욕...현정은 회장 ‘정면승부’
- [HMM인수전] 우오현 회장 꿈 이룰까...SM·LX·동원그룹 물망
- 尹 “킬러규제 혁파” HD현대오일뱅크 폐수배출 ‘반전 서스펜스’
- [ESG 2023] 삼성 '이벤트 넘어 본질로' SK '사회적가치 생태계 확장'
- [ESG 2023]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넘은 비전' LG '모빌리티 향한 비전'
- [K-ESG] "엔씨 '웃는땅콩' 덕분에 커리어 이어가죠"
- [K-ESG] "장바구니 가득 청정원"…대상의 18번째 나눔바자회 가보니
- [CES 미리보기] HD현대, 해상 넘은 '육상' 비전 선보인다
- [K-ESG] "장애의 벽, 음악 앞에선 무색하죠" 바디프랜드 '토닥토닥 앙상블'
- [K-ESG] "덕분에 은행업무 맘편히"...하나금융 맘케어 센터 가보니
- [K-ESG] "값진 소비하러 와요"....장애인 자립 돕는 신한금융 '카페스윗'
- [甲辰年 CEO]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상산사세(常山蛇勢)
- 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포트폴리오 전환 나선 정유사]
- [K-ESG] "상생·볼거리 다 잡았다"…크리스마스 핫플 '시몬스 테라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