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회장, 아로와나토큰 사건으로 그룹 내 장악력 흔들
김 회장 그늘에 가렸던 김연수 대표, 글로벌 인수합병 의지
‘자일랜 신화’ 쓴 김정실 이사, 한컴위드 대주주지지 향방은

한글과컴퓨터 사옥 전경. (사진=한글과컴퓨터)
한글과컴퓨터 사옥 전경. (사진=한글과컴퓨터)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그룹) 오너일가의 그룹 내 입지에 변동이 예상된다. 그룹 총수인 김상철 회장이 사정당국 칼날 앞에 서면서다. 업계는 그간 ‘그룹 내 2인자’로 머물렀던 김연수 한컴 대표의 리더십이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상철 회장 발목 잡은 아로와나토큰...경찰 수사 급물살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그룹 회장. (사진=한글과컴퓨터)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그룹 회장. (사진=한글과컴퓨터)

2010년 한글과컴퓨터 인수 이후 공고했던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김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로와나토큰’ 사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의 측근인 이모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아로와나토큰은 2021년 4월 2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상장한 직후 급등했다. 상장 30분 만에 코인 개당 가격이 50원에서 5만 3800원으로 1000배 이상 올랐다. 이후 가격이 급락해 시세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아로와나토큰이 한컴 계열사인 한컴위드 투자 소식에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김 회장이 보유한 아로와나토큰은 4.5억 개로 추산된다. 상장 당시 225억 원 규모였지만, 상장 당일 시가 총액이 24조 원 규모로 불어났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올리고, 아로와나토큰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언론을 통해 아로와나토큰 실소유주를 김 회장으로 하는 이면계약의 존재와 함께 토큰으로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다. 

경찰은 조만간 김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성남 분당구 소재 한컴타워와 김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한컴그룹 측은 아로와나토큰 의혹을 전면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녹취록은 악의적으로 편집됐고, 김 회장이 아로와나토큰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 거둔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버지 김 회장 그늘에 가렸던 김연수 대표, 그룹 내 장악력 공고해지나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 (사진=한글과컴퓨터)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 (사진=한글과컴퓨터)

김상철 회장은 표면적으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지난 2021년 5월 친딸인 김연수 대표가 설립한 HCIH에 한컴 주식을 전략 매각하면서다. 이날 HCIH는 김 회장의 아내 김정실 이사와 한컴 계열사 캐피탈익스프레스가 보유한 한컴 지분도 전량 인수하면서 김연수 대표는 한컴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2023년 6월 16일 기준 김 대표의 한컴 지분은 10.59%(HCIH 9.19%, 개인지분 1.4%)다.

오너 2세인 김 대표는 한컴 2대 주주로 오르면서 그해 8월 한컴 대표와 그룹미래전략총괄을 맡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한컴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김 대표는 준비된 차기 오너로 꼽힌다. 김 대표가 그간 거둔 성과와 전문성 때문이다. 김 대표는 미국 보스턴대와 보스턴칼리지 대학원, 뱁슨칼리지 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6년 반도체 제조기업 위지트 입사해 경력을 쌓았다. 2010년 김 회장이 한컴을 인수한 이후 한컴MDS와 한컴위드 인수, 아이텍스트 인수 및 매각 등에서 역할을 맡았다. 일찍이 해외사업과 투자기획 등 업무에서 성과를 낸 것이다.

문제는 한컴그룹의 경영일선에 김 대표가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김 회장의 막후 경영이 지속됐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김 회장이 2021년 이후에도 비공식 경영진 미팅을 진행하는 등 ‘한 지붕 두 사장’식 구조로 그룹 의사결정이 이원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 회장이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등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면서 김 대표와 의견차를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컴그룹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두 사람 사이의 불화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컴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한컴위드가 있고, 한컴위드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이다. 김 회장이 언제든 막후 경영을 할 수 있는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컴위드는 올해 6월 16일 기준 한글과컴퓨터 지분 19.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컴위드의 최대주주는 15.77%를 보유한 김상철 회장이고, 2대 주주는 지분 9.07%를 보유한 김연수 대표다.

다만 김 회장과 측근들이 아로와나토큰 사태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르고, 최근 국세청의 한컴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도 이어지면서 김 회장의 막후 경영이 한컴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김 대표의 그룹 장악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회장과 재혼한 김정실 이사, 친딸 아닌 김 대표 지지할까


김정실 한컴위드 사내이사의 지지 향방도 한컴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3월 16일 김상철 회장과 재혼한 김 이사는 김 회장이 한컴을 인수하는 데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자일랜 신화’를 쓰며 벤처 사업가로 이름을 날린 김 이사는 김 회장과 재혼 후 2009년 5월 ‘캐피탈익스프레스’를 공동창업했다. 김 이사의 명성과 인프라로 미국 금융사들이 투자를 제안해 아시아나IDT 지분 매각 등을 이뤄냈다. 지난 2010년 한글과 컴퓨터 매각 당시 인수자도 김정실 캐피탈익스프레스 회장이었다.

재혼 당시 김 이사는 51세, 김상철 회장의 나이는 53세였다. 재혼 후 두 사람 사이에 난 자녀는 없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는 김상철 회장의 친딸이다. 김 이사 자녀들은 한컴그룹에서 아무런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컴그룹 관계자는 “김정실 이사의 자녀들은 한컴그룹 내 지분이 전혀 없고, 임직원도 맡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자일랜 신화를 쓴 김 이사의 한컴위드 지분은 3.84%로 김상철 회장과 김연수 대표에 이은 세 번째 대주주다. 향후 김 이사의 지지 향방이 김 대표의 한컴그룹 장악력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업계는 냉철한 판단을 기반으로 성공한 사업가인 김 이사가 사정당국 칼날 앞에 선 남편보다, 현재 경영일선에서 그룹을 이끌어나가는 김 대표를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최근 적극적인 글로벌 인수합병에 나선다고 밝혔는데, 이는 김 이사가 써 내려간 비즈니스 이력을 본받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이사가 현재 김 대표의 경영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김 회장은 친딸인 김 대표에 대해 2016년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딸의 경영능력은 아직까지 60점 정도”라며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한컴의 오너가 되어도 기업가는 되지 못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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