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KT가 최근 홍역을 앓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KT가 관치 논란을 자초하며 회초리를 맞고 있다는 얘기가 돈다. 대한민국 재계 서열 12위인 KT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두 명이나 스스로 물러났으니 변명의 여지도 없어 보인다. 

당장 내일 열릴 KT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선임도 무산됐다. 구현모 대표나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이 정기주총에서 국민연금과 표대결을 해야 한다고 운운했던 전망과 언론사 보도들이 웃음거리가 됐다.

물론 이번 차기 대표이사 선임 혼란으로 가장 희화화된 건 KT다. KT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훼손은 주가만 봐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한때 종가기준 3만7천원을 넘겼던 KT 주가는 차기 대표이사 논란 기간 우하향해 이달 29일 종가기준 2만9천원대로 떨어졌다.

논란의 핵심은 민간기업인 KT가 관치에 휘둘리고 있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11월 구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자 국민연금은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를 우선 심사하는 건 차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며 “의결권 행사를 고려하겠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특정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스튜어드십코드 행사 의지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후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이 하마평에 오르자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구현모 대표가 자신의 ‘아바타’ 윤경림 후보를 세웠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도 KT 지배구조를 비판하면서 관치 논란이 일었다. 윤경림 후보자도 자진 사퇴했고, 이어 노무현·문재인 정부 출신이었던 KT 사외이사들의 줄사퇴가 이어지자 관치 의혹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관치 의혹에 앞서 대표 선정이 물거품이 된 가장 큰 책임은 KT에 있다. 구현모 대표가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을 때부터 적격자 논란이 나왔지만, KT 경영진과 이사회는 ‘무시 일변도’였다.

구현모 대표의 연임 시도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구현모 대표이사가 과거 KT의 ‘상품권 깡’ 비자금 조성 및 국회의원 정치자금 불법 후원에 가담해 KT가 2022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과징금 630만 달러를 부과받았다”는 의혹이 나왔고, 윤경림 후보자에 대해서도 “과거 현대차 임원 시절 구현모 대표 친형이 운영하는 기업에 현대차그룹의 투자 결정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KT는 방어에 급급했다. 해당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이에 KT노동조합은 “이 모든 사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이사회와 현 경영진에게 있다”며 “현재의 이사회가 아닌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경영공백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내이사 ‘0’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KT 지배구조의 전망도 밝지 않다. 대표이사 공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실하지 않은 까닭이다. 사외이사들이 줄사퇴하면서 KT 이사회도 유명무실해졌다. 1885년 한성전보총국 개국으로 시작해 138년 역사를 이어온 KT가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키워드
#KT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