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통신 신사업 확대 나선 LG유플러스,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에 발목
이익잉여금 SKT·KT 절반도 안 되는데...1000억 원 보안투자 비용 지출
하나증권 "LG유플러스, 올해 성장과 DPS 정체 우려로 종목 교체 고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국내 3위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영업이익률과 중간 배당금 동결로 주가 상승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는 등 겹악재로 성장 모멘텀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탈통신' 신사업 확장에 쏟은 노력도 정작 올해 초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고객정보가 유출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
탈통신 박차 가하던 LG유플러스...30만 명 고객정보 유출사고
그간 LG유플러스는 통신 품질의 상향 평준화와 국내 시장에 국한된 통신 부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탈통신 전략을 추진했다. 올해 2분기 기준 LG유플러스의 비통신 매출은 20% 수준으로, SK텔레콤과 KT 등 경쟁사 대비 낮은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LG유플러스는 비통신 매출 비중을 오는 2025년 30%, 2027년 4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지난해 LG유플러스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판매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의 모든 차량에 무선통신 회선을 제공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다. 기존 통신 사업부문을 모빌리티 신사업과 연계하는 등 새 시장 찾기에 나선 것이다.
탈통신 부문과 통신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던 LG유플러스가 발목을 잡힌 건 올해 초 발생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 때문이었다.
해당 사고는 지난 1월 10일 LG유플러스가 홈페이지를 통해 "약 18만 명 고객의 정보 유출이 확인됐다"며 "유플러스를 아껴 주시고, 사용해 주시는 고객님들께 심려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지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연간 정보보호 투자만 1000억 원...비통신 사업 추진력 둔화
문제는 당시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사전에 고객정보 유출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LG유플러스는 같은 달 2일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정보 유출 사실을 통보받고 이튿날인 3일 경찰 등에 수사를 요청했다. 또 LG유플러스의 당초 18만 명이라는 발표와 달리 최종적으로 30만 명에 달하는 고객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LG유플러스는 홈페이지에 관련 사실을 알리기까지 일주일을 소요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KISA로부터 받은 ‘유출된 고객정보’가 실제 자사 고객들인지 명단을 대조하며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후 LG유플러스는 보안과 품질투자에 추가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제는 추가적으로 투입되는 재무적 비용이다. 올해 2월 LG유플러스는 보안 강화를 위해 연간 1000억 원의 정보보호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는데, 이는 종전 투자액의 3배 수준이다.
또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올해 2월 용산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보보호 조직·인력·투자 확대 △외부 보안전문가와 취약점 사전점검·모의 해킹 △선진화된 보안기술 적용 및 미래보안기술 연구·투자 △사이버 보안 전문인력 육성 △사이버 보안 혁신 활동 보고서 발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업계는 정보보안에 대한 인적·재무적 투자로 LG유플러스의 비통신 부문 사업 추진력이 둔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나증권 “LG유플러스 주가상승 동력 상실”
하나증권은 지난달 31일 "LG유플러스가 주가 상승 동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LG유플러스가 올해 중간 배당금을 지난해와 같은 1주당 250원으로 동결하면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 보고서에서 "중간 배당금 동결로 주주들이 꿈을 잃었다"며 "올해 성장 둔화 우려가 컸는데 중간 배당이 지난해와 동일하게 발표돼 주당배당금(DPS) 성장 정체에 대한 걱정을 증폭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실상 배당 결정은 장기 실적 전망에 비롯되는 만큼 중간 배당 발표 이후 올해 LG유플러스의 이익 증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은 급격히 떨어졌다"며 "상반기 이익 정체에 이어 중간 배당 동결로 경영진의 실적 자신감 결여를 주주들에게 간접 시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LG유플러스 하반기 전망에 대해 "결국 2023년 높은 이익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며 DPS 역시 보수적으론 동결을 예상해야 할 것 같다"며 "1년 이상을 내다본 장기 투자가가 아니라면 종목 교체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LG유플러스의 경쟁력이다. SK텔레콤과 KT 등 1·2위 사업자들 대비 매출액 성장률이 낮고, 차별화된 서비스도 부재하는 만큼 배당성향이라도 개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2분기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880억 원, 영업이익률은 9.9%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4634억 원, KT는 5761억 원 등이었다. 향후 투자 여력의 지표인 이익잉여금 규모도 이통3사 가운데 LG유플러스가 가장 적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유플러스는 이익잉여금은 5조 576억 원으로, SK텔레콤(22조 7121억 원)과 KT(14조 4040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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