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어느 때보다도 엄중한 시국에서 인천 초등학생 형제의 사연이 온 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A(10)모 군과 B(8)모 군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등교 수업이 미뤄진 지난 14일 부모가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려다 중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홀어머니 C(30)모 씨 밑에서 자랐다.

언론은 이 사건을 이른바 ‘인천 라면 형제’라고 부르며 연일 보도했다. C씨가 아동을 방임한 혐의로 수차례 신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언론 매체는 어머니를 향한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형제의 아버지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친부가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고 있는지는 물론 생사 여부도 모른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30세의 젊은 나이로 초등학생 두 아들을 홀로 키우는 C씨가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그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지속됐다.

누구보다도 소외 계층 아동 돌봄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회가 ‘아이 엄마’에게만 공격을 가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한부모 가정들은 분노했다. 한국한부모연합은 전날인 23일 성명문을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 두 아이를 양육한다는 이유로 사건에 책임이 없거나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는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차례 주민의 신고가 있었지만 형식적인 절차만 거쳤을 뿐 진심으로 아이들을 걱정하고 돌봐 준 기관은 없었다고 하니 아이들의 문제를 가족에게만, 특히 여성에게만 맡기는 안일함의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30세 된 젊은 엄마 혼자 1인 생계 부양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한다는 게 어떤지는 다 알면서도 엄마니까 책임져야 한다며 방관한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는 무얼 했는지 분노가 끓어오른다” -한국한부모연합 성명문 中-

A4용지 1페이지 분량의 성명문에서는 한부모 가정들의 고초와 분노를 간접적으로 나마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사회는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양육자 한 명에게만 온전히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다. 특히 한부모 가정의 양육자 대다수는 남성에 비해 경제력이 약한 여성들이다. ‘엄마’라는 이유로 한부모 가정 양육자에게 너무나 많은 책임을 전가한다. 

한부모 가정의 어려움은 구체적인 통계로 알 수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부모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월 219.6만 원으로 전체 평균 가구 처분 소득 389만 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재산 및 부채 규모를 따진 한부모 가정의 순자산은 평균 8,559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순자산 3억 4,042만 원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소득은 적지만 지출은 많다. 월평균 지출은 총 166.3만 원. 총소득과 비교해 무려 75.5% 이상을 지출로 쓰고 있다.

C씨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는 사이 A군과 B군은 여전히 입원 치료 중이다. 특히 형은 동생보다 부상의 정도가 심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가 한부모 가정 아동 돌봄에 대한 논의 대신 양육자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에서도 취약 계층 아동 돌봄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전은 매우 더디기만 하다.

다만 진전이 한발짝도 이뤄지지 않은 건 아니다. 국회에서는 라면 형제 사건을 계기로 한부모 가족 아동에 대한 양육비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2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한부모 가족도 아동 양육비를 함께 지원 받을 수 있는 ‘한부모가족지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됐다. 이른 조치라 볼 수는 없지만 제2, 제3의 라면 형제가 나오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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