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 이어 KB도 연임 포기 밝혀...관치 금융 우려도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KB금융지주 회장까지 연임을 포기하며 금융지주 수장의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동안 지주회장 인선에선 역대급 실적 등을 기반으로 한 안정에 무게가 실렸지만, 이제는 혁신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차기 회장 1차 숏리스트(6명) 확정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회추위에 사퇴 입장을 전했다. 

윤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통을 넘길 때가 됐다”며 “KB금융그룹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후임 회장이 선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금융지주 회장이 성과를 내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 선임된다면 4연임, 5연임도 가능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을 포기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 포기를 시작으로, 같은 달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1월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났다. 

그간 주요 금융지주 회장은 1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해 왔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4연임),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초대 회장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4연임을 통해 9년의 임기를 보냈다. 윤종규 회장도 2014년 취임한 후 2017년과 2020년 연임에 성공해 9년간 KB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지주 회장의 긴 임기가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조용병·손태승·윤종규 회장도 용퇴를 밝히기 전까지 연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장기 재임한 회장들은 연임 과정에서 ‘셀프 연임’ 논란이 있었다. 대주주가 없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에서 회장들이 본인에게 우호적인 인사로 이사진을 구성하고, 차기 회장 후보 추천에 직접 개입하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금감원장은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다”며 “최고경영자(CEO)가 합리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10년 가까이 재임하던 금융계의 관행이 깨지고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발표한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내부 후보는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KB증권 대표이사),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철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이다. 외부 후보는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했으며, 향후 숏리스트를 6명에서 3명으로 압축 시 3명의 명단은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권에선 외부 후보들이 관치(官治) 프레임을 의식해 익명을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지난해 농협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정 절차에서 관치 논란이 크게 불거졌었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 출신이자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문을 맡았던 이석준 전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으며,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는 기재부 공무원 출신인 임종룡 전 농협금융회장이 취임했다.

한편, KB금융 회추위는 오는 29일 이들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와 심사를 거쳐 2차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한다. 9월 8일에는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 인터뷰를 통한 심층 평가를 실시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이후 최종 후보자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검증을 통과하게 되면 9월 12일 회추위와 이사회의 추천 절차를 거쳐 11월 20일에 개최되는 주총을 통해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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