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끊임없는 사고...지주사 역할 미흡 비판
농협은행, 임직원 윤리강령 위반 행위 심각
농협생명, 업무집행책임자도 낙하산 논란
금융업 본질 '신뢰' 흔들...농업인 지원 가능할까 우려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농협금융지주 수장 자리에 경제관료 출신인 이석준 회장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이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대전환의 시대’로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을 강조했지만 자회사의 횡령 사고·부실 이슈가 터지며 발목이 잡히고 있다. 특히 직원들의 비위·부당 행위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미흡한 내부통제가 농협금융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모양새다. 반복되는 사고에 고객 신뢰를 회복하며 본연의 역할인 농업인 지원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NH농협금융지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NH농협금융지주)

 


관치금융 신호탄 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등판


이석준 회장은 올해 1월 별도의 취임식 없이 취임사를 배포하고 임기를 시작했다.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1년 6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 참여했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당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손병환 전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정치권과 중앙회의 영향을 크게 받는 농협금융지주 특성상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인 ‘이석준 회장’을 영입했다.

이 회장은 첫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관치금융 논란은) 제가 안고 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관치 논란을 의식한 듯 이 회장은 취임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같은 관치 논란에 휩싸였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노조 등 임직원과의 스킨십에 나서고, 금융 당국과 적극 소통해 나가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양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좋은 ‘경영 성적표’를 통해 낙하산 논란을 불식시키기 전까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경기도 부진하면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자회사 내부 잡음까지 꾸준히 이어지며 지주사의 역할인 관리 감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NH농협은행)
(사진=NH농협은행)

 


자회사 모럴해저드 심각...관리·감독 지주 역할 어디에


농협금융지주의 자회사로는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NH-Amundi자산운용, NH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NH농협리츠운용, NH벤처투자 등이 있다. 

이 중 농협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내부 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특히 지난 2022년 10월 서울 농협중앙회 본점에서 열린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선 농협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 행위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당시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제출한 최근 5년간 시중 5대 은행 임직원 윤리강령 위반 현황을 보면 전체 143건 중에 농협은행에서 60건을 위반해 전체의 41.9%를 차지한다”며 “2020년과 2021년 전체 위반 건수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사고 현황도 지난해 5대 은행 금융사고를 보면 농협은행에서만 사고금액 115억 중 67억 원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개선책을 내놓고 범농협 차원에서 추진되는 3무3행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회장 취임 이후에도 내부통제 부실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 4월 화성의 한 지점에서 발생한 아파트담보대출 오상환 사고에 이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에 농협은행의 직원이 연루되기도 했다. NH농협은행 기업금융팀장은 주가조작 일당의 범죄에 가담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농협생명도 전문성 지적받아...농협금융 낙하산 이미지 굳히나


이와 함께 금융당국으로부터 NH농협생명 경영진의 전문성을 키우라는 지적도 받았다. 지난 2022년 12월 농협생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경영 유의와 개선 조치를 내렸다.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보험 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업은 특성상 상품 용어가 어렵고 상품 구조 또한 복잡해 관련 업무 경력이 갖춰져야 한다. 농협생명의 경우 전체 이사의 평균 보험 경력은 5년에 채 미치지 못했으며, 심지어 대표이사와 일부 사외이사, 비상임이사는 보험업 경력이 없었다.

올해 1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윤해진 대표이사는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신탁이나 투자, 여신금융 부문에서 활동했다. 약 30년이 넘는 재직 기간 동안 보험 업무는 경험은 전무하다. 

최근 3년간 선임된 업무집행책임자 대부분도 농협중앙회나 농협은행 출신으로 이사회 구성 외 업무집행책임자 또한 낙하산이라는 지적이다. 

업무집행책임자는 부사장·전무·상무같이 실무를 담당하는 임원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공시를 살펴보면 이사회 구성원을 제외한 9명의 임원 중 농협생명 경력이 있는 인물은 4명에 불과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작년 미래 10년을 내다보고 농협금융의 비전체계와 그에 따른 전략 과제를 새롭게 확정했다”며 “‘금융의 모든 순간, 함께 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비전 하에 항상 고객과 함께 하는 생활금융 생태계 구현, 미래형 금융서비스를 선도하는 개방형 사업모델 완성이 그 내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자회사를 비롯한 범농협이 함께 하는 시너지 경쟁력을 기반으로 농협금융 고유의 목적을 달성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따르면서 자회사의 내부통제 부실과 농협금융 내의 낙하산 논란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금융지주 본연의 역할인 지주사 관리·감독에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업의 본질인 신뢰 추락이 불가피해 취임사를 통해 이 회장이 강조한 시너지를 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농협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사와 달리 농업·농촌 등 농업인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고객 신뢰 회복’을 급선무로 한 고강도의 자회사 내부통제 대책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농민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NH농협금융그룹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947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약 58.8% 증가했다. 이자이익이 감소했지만, 유가증권 운용손익 증가로 인한 비이자이익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농협금융의 올 1분기 이자이익은 2조 298억 원으로, 전년보다 7.5% 감소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721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29.9% 늘었다. 유가증권 운용손익은 전년보다 216.9% 증가한 5869억 원, 수수료이익은 1.53% 감소한 3928억 원으로 나타났다.

건전성 지표는 적신호가 켜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분기 말 0.41%로 지난해 말(0.3%)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무수익여신비율도 0.22%에서 0.34%로 악화됐다. 농협금융은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2조 5695억 원까지 충당금을 늘렸지만, 대손충당금 적리비율은 251.2%에서 196.44%로 떨어지는 등 건전성 관리가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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