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회장, 글로벌 금융 성장 주도...1위 금융그룹 탈환은 숙제
임종룡 회장, 상생금융·조직혁신 성과...비은행 인수는 속도 조절 중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이후 진 회장은 일본에서의 근무 경험을 살려 경색됐던 한일 관계 복원에 앞장섰고, ‘금융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은 상생금융과 조직문화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신한금융·뉴시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신한금융·뉴시스)

다만 이들의 앞날에 놓인 현안도 만만찮다. 올 1분기 KB금융지주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신한금융은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과제가 있으며, 우리금융은 증권·보험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한다. 


진옥동 회장, 한-일 교류 교두보...‘리딩그룹’ 숙제 풀어낼까 


지난달 30일 취임 100일을 맞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취임 시작과 함께 국내는 물론 글로벌 현장을 누비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4월 첫 해외 IR 대상지로 일본을 찾아, 투자 유치 확대와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섰다. 사흘간의 일정을 통해 미즈호, SMBC, 일본은행(BOJ), 노무라증권, 다이와증권 관계자들과 글로벌·디지털·ESG 부문의 협력과 무역 정상화 지원책 등을 모색했다. 지난달 8~15일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을 돌며 해외 투자자들과 투자 유치 활동에 나섰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 23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점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신한금융지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 23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점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신한금융지주)

진 회장은 취임하며 ‘고객 자긍심’과 ‘사회적 역할’을 화두로 꺼낸 만큼 내부에선 ESG 경영 강화에 집중했다. 지난 4월 전 그룹사의 ESG 실행을 위한 ‘에너지에 진심인 신한금융그룹’ 전략 추진을 선언했으며, 5월에는 ‘ESG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

신한은행은 기존 사회공헌사업인 ‘동행 프로젝트’를 계승한 ‘ESG 상생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ESG 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신한플레이’에 탄소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적 개선을 통한 리딩 금융 탈환은 진 회장이 풀어가야 할 과제다. 신한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 3880억 원으로, 1조 4976억 원을 거둔 KB금융지주에 1위를 내줬다. 

2분기에도 2위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신한금융지주는 1조 2565억 원의 순이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같은 기간 KB금융지주는 1조 3265억 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종룡 회장, 상생·문화 개선 합격점...비은행 강화 숙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 24일 본사 강당에서 열린 우리금융그룹 제9대 회장 취임식에서 4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지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 24일 본사 강당에서 열린 우리금융그룹 제9대 회장 취임식에서 4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지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달 1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당시 거액의 횡령 사고와 라임펀드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의 징계 등으로 그룹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임 회장은 이를 선제적으로 수습하려는 듯 ‘신뢰받는 우리금융, 빠르게 혁신하는 우리금융’을 실천과제로 설정했다. 

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조직에 부족하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며 “새로운 조직문화를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타운홀 미팅에서 “우리금융을 외부에서 지켜보고 있다. 혁신은 어려운 길이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기업문화 혁신을 강조했다. 

먼저 임 회장은 3월 조직개편을 통해 지주 내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신설했고, 기존 11명이던 지주 임원을 7명으로 줄이고, 11개던 부문을 9개로 축소하는 등 효율성 극대화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요청한 상생금융에 가장 먼저 응답해 고객에게 연간 2050억 원 규모의 혜택을 지원하는 ‘상생금융 3·3 패키지’를 발표했다. 4월에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전세 사기와 관련해서도 금융권 최초 전세 사기 피해 가구를 위한 금융지원을 실시하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등 금융당국과의 관계 회복에 앞장섰다.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카드도 지난달 29일 카드업계 처음으로 2200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1호 지원책’을 내놨다. 임종룡 회장의 지원 사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30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점 식당에서 직원들에게 직접 배식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우리금융지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30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점 식당에서 직원들에게 직접 배식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우리금융지주)

특히 임 회장은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은행장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새로운 기업 문화 수립에 나섰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던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파벌 싸움을 끝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자회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내부적으로 은행장을 선정했던 것과는 달리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 면접·프레젠테이션(PT) 4단계의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 

자회사 대표가 참여해 기업문화혁신협의회를 운영하는 회장 직속 기업문화혁신TF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인사‧조직문화‧내부통제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 과제를 만들었다.

취임 이후 실시한 다방면의 시도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우리금융을 향한 금융권의 관심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있다. 

앞서 임 회장은 취임식에서 “미래 성장 추진력 강화를 위해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고 뜻을 밝힌 데 이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위기 속에서 숨어있는 더 큰 기회를 찾아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현재 증권·보험을 우선순위로 두고 인수 기회를 살피고 있지만, 적합한 매물이 없어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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