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공정‧투명 ‘경영승계 프로그램’ 도입
전문가 인터뷰·평판조회·역량평가·심층면접 등 평가
당국 압박 벗어나기 위한 ‘보여주기식’ 아니냐 비판도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 작업이 활발하다. 약 두 달에 걸쳐 예정된 레이스는 이제 절반을 지났다. 우리금융은 이번 은행장 선임에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4단계에 걸친 심층 검증 절차를 도입했다. 은행권 최초로 ‘오디션’ 형식을 차용한 검증 절차인 만큼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달 21일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선정된 4명의 인사를 상대로 업무 설명회를 진행했다.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오른 인사는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과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4명이다.
후보 4인은 이날 열린 우리금융지주 정기이사회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사외이사 등 이사진에게 업무 현황과 향후 목표 등을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4단계 검증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기업문화 혁신 첫 시도로, 이번 선임 과정을 통해 우리금융은 ESG경영에 한발 더 다가갔다는 평가다.
그동안 시중은행장 선임은 이사회 내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등에서 몇 차례 내부 논의만으로 선임해왔다. 문제는 자추위원장을 맡는 지주 회장의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22년 11월 금융지주 이사회를 만난 자리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금융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치루는 은행장 인사에서 기존 ‘깜깜이’에서 벗어나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한 선정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게 임종룡 회장의 구상이다.
임 회장은 최근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만드는 것이 지배구조를 바꾸라고 하는 금융정책, 감독당국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보면 회장이 (은행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에는 내부적으로 정했는데 이번에는 외부 전문가를 동원하고 여러 과정과 단계, 절차를 거쳐 진행한다”며 “새로운 시도이고 투명성이나 객관성, 전문성이 훨씬 담보될 수 있는 장치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도입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은 전문가 심층 인터뷰와 평판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 총 4단계로 구성된다. 1~3단계 검증을 거쳐 최종 후보 두 명을 선정하고, 4단계 자추위의 심층면접과 경영계획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최종 은행장을 뽑는다. 우리금융은 5월 말 차기 신임 우리은행장을 최종 선임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과정이 당국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보여주기식의 절차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온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첫 단계인 외부전문가 심층 인터뷰 시 후보들을 평가할 전문가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마지막 단계에서도 자추위 위원장인 임 회장의 목소리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
금융권 관계자는 “투명과 객관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만큼 그에 걸맞은 공정한 경쟁을 통한 적임자 발탁이 이뤄져야 외부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이번 프로그램이 금융권의 새로운 경영승계방식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어, 잡음 없는 안착까진 지속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