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속적 투자의향서 제출 공시
M&A로 생보업 10위권 도약 가능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KDB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일각에선 KDB생명 정상화를 위한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인수 성공은 미지수라는 시각이 나오는 한편,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생명과의 시너지를 통한 보험업계 지형 변화에도 관심이 모인다.
하나금융지주는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KDB생명 입찰 참여와 관련해 비구속적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공시를 통해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현재 KDB생명에 대한 비구속적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사실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KDB생명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7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했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를 추리고 있으며, 이번주 내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컨서스자산운용이 함께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 전량으로, 매각가는 2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유력 경쟁자로 거론됐던 캑터스PE와 파운틴헤드PE, WWG자산운용 등 3곳의 사모펀드(PE)들은 본입찰에서 입장을 선회해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인수전에 참여했다.
KDB생명 정상화를 위한 비용 부담 등으로 인수 매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분기 말 KDB생명의 부채는 약 16조 6210억 원으로, 부채에 대한 부담이 인수 매력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것.
다만 업계에서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를 통해 운용자산 규모 확대, 보유 고객 수 증가, 사업군 다각화 등을 꾀할 수 있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은행 강화’는 함영주 회장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중대 전략 중 하나다. 지난 2022년 3월 취임 당시 함 회장은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3대 전략을 선포하며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주문했다.
또 올해 신년사에서도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을 포함해 비금융 부문에 적극 제휴·투자하며 업의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함영주 회장은 취임 후 하나은행을 리딩뱅크 반열에 올렸다. 하나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은행권 내 당기순이익 1위로 리딩뱅크 자리를 꿰찼다.
지난 4월 하나금융그룹이 발표한 1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당기순이익 970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5.5% 늘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9315억 원, 우리은행은 8595억 원을 기록해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이 4대 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리딩뱅크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한 함 회장에겐 비은행 부문 규모의 확장을 통한 리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 남았다.
올해 1분기 하나금융의 전체 순이익 중 비은행 실적 기여도는 16.8%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40.9%)나 신한금융지주(37%)가 30~40% 수준의 비은행 기여도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현재 하나생명의 총자산은 지난 3월 말 기준 6조 3265억 원으로 생명보험사 23곳 중 17위 수준이다. 하나금융이 자산 규모 20조 원대의 KDB생명을 품는다면 단순 계산 시 생명보험업의 자산 규모는 26조 원으로 커지게 돼 8위권에 자리할 수 있다.
또한 사업군의 다각화도 가능하다. 그동안 하나생명은 보험료를 적립해 목돈을 마련하거나, 노후대비를 하고자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인 저축성 보험에 주력했다면, KDB생명은 사고· 상해·질병 등을 보장하는 보장성 보험에서 수익을 내왔다.
하나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6~7주간의 실사 과정이 진행되는데, 이 단계에서 지분매입 등 구체적인 인수 조건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의 건전성 강화를 위한 유상증자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