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분리 매각 완료
실적 부진, 건전성 악화, 높은 가격 등 매각 걸림돌
가격 조정·시장 회복 여부에 연내 매각 가능성 ‘솔솔’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롯데카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맥쿼리자산운용에 넘겨 몸집을 줄이고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맥커리자산운용은 롯데카드가 보유한 로카모빌리티의 자본 100%를 인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인수금액은 415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매물로 나오게 된 롯데카드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지분 59.8%를 1조 3810억 원에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2022년 9월 롯데카드 재매각을 위해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희망 매각 가격은 전체 지분가치기준 3조 원대로 전해졌다. 하나금융그룹과 사모펀드 3~4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금리 인상기와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M&A 시장이 위축되고,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본입찰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매각 작업이 해를 넘겼지만 카드 업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한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으로 재정 건전성까지 악화하면서 올해 상황도 불투명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롯데카드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919억 원)보다 40% 줄어든 551억 원에 그쳤다. 올해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이 늘어나 대부분 순이익이 전년보다 줄긴 했지만, 롯데카드의 이익 감소 폭은 타사에 비해 큰 편이다.
신한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672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감소 폭은 5.3%에 불과했고, 같은 기간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의 순이익 감소 폭은 각각 9.5%, 30.1% 수준이었다. 롯데카드와 4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8% 줄어든 708억 원으로 롯데카드를 넘어섰다.
재정 건전성 지표도 좋지 않다. 올 1분기 롯데카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0.9%)보다 0.6%포인트 상승한 1.5%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1분기 기준 롯데카드의 1개월 이용 연체율은 1.49%로 주요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롯데카드보다 규모가 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연체율은 각각 1.39%, 1.1%였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분리 매각으로 몸집을 줄인 만큼 매각 가격이 조정된다면 언제든 매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올해 주요 금융사가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M&A 확대 의지를 보이면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먼저 롯데카드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온 하나금융의 경우 함영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 한 해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 우리 업(業)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며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정식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1분기 실적컨퍼런스콜에서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고,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균형 있는 수익구조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수협도 올해 수협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지주 체제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올해 1월 기자회견을 통해 “초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 캐피탈사 인수가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올해 단기적 과제로 M&A를 추진하고 내년부터는 단기와 장기적 목표를 구분해 자회사를 확대하는 등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우리금융과 수협은 각각 증권·보험사, 자산운용·캐피탈사 인수에 적극적인 입장이어서 카드사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 뒤 통상 3~5년 내 재매각을 추진하는데, 롯데카드는 곧 4년 차에 접어들면서 향후 1년간 매각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본다”며 “기본적인 대출 이자보다 높게 형성되는 인수금융 이자 등을 고려했을 때 저금리 기조로 돌아선다는 시그널이 나온다면 연내 매각 가능성도 없진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