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수수료 인하 DSR·규제 등 악재 산적...상승세 유지 관건
사모펀드 통상 5년 안팎 재매각 시도...롯데손보, 시동거나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롯데그룹을 떠나 사모펀드에 안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두 회사의 실적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꾸준히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며 ‘잭팟’을 터뜨릴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은 각각 2020년 2019년 대주주가 변경된 바 있다. 롯데지주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의 지분을 모두 정리해야 했는데 롯데카드 지분은 MBK파트너스에, 롯데손해보험 지분은 JKL파트너스에 매각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최근 매각 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하고, 잠재 인수 후보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지분 59.82%다.
국내 5위 신용카드사인 롯데카드가 3년 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게 되면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력 인수 후보로는 KT와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이 거론됐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하나카드, 우리카드를 보유 중이다. 점유율 기준으로 업계 7위인 하나카드와 6위 우리카드가 롯데카드를 품는다면 2~3위까지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금융은 최근 ‘증권사 인수가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성욱 우리금융그룹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지난달 22일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증권사가 그룹 시너지를 내기에 가장 크고 벤처캐피탈(VC)도 핵심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증권사 다음에 벤처캐피탈 인수를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높은 매각가? 업황 악화에 실적 유지 가능성 관심
KT도 계열사인 BC카드, 케이뱅크 등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롯데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높은 매각가와 구현모 대표의 연임 이슈, 부정적인 여론 등을 이유로 인수전 참여 의지가 꺾인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2019년 롯데카드를 1조 3810억 원에 사들인 바 있다. 현재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기업 가치로 3조 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인수 당시 가치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는데, 이는 체질 개선 등에 따른 수익 증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020년 조좌진 대표 취임 이후 2년간 3배 가까운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019년 517억 원에서 2020년 1307억 원으로 129%나 증가했다. 2021년에는 전년보다 84.65% 증가한 2414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카드자산도 2019년 10조 6967억 원에서 2020년 10조 8336억 원, 2021년 12조 2428억 원으로 늘었다.
2020년 8월에 첫 선을 보인 전략 상품 ‘로카 시리즈’도 히트를 치면서 수익성을 제고했다. 로카 시리즈는 출시 6개월 만에 50만 좌를 돌파했으며, 1년 뒤 100만 좌, 지난 5월 말 180만 좌를 유치했다.
다만 카드 업황 악화로 매각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선 실적 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최근 카드 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포함, 금리 인상 등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카드채는 3년물 발행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이 수익 악화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30% 정도를 차지하는 1년물의 만기가 도래하면 금리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신용카드사 업의 본질에 집중해 카드사로서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체력을 보강하는데 주력했다”며 “올해는 고객에게 최대한의 편리와 이익을 전달하기 위한 새로운 미래지향적 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JKL품 4년...롯데손보, 매각 본격화하나
롯데손해보험도 최근 실적이 흑자로 전환되면서 신용도 개선에 성공했다. 지난 2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손보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IFSR) 등급 전망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롯데손보는 그동안 구조조정 노력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채권 비중을 강화하는 등 변동성이 컸던 자산운용 부문의 안정성을 높였다.
2019년 5월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사들인 당시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RBC)은 금융당국의 권고치 150%를 밑도는 140.8%였다. RBC 비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수치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JKL파트너스는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건전성 개선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고 수익 구조, 구조조정 등 공격적인 개편에 나섰다. 보험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손해율을 완화했으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롯데손보의 2020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마이너스였지만 2021년부터는 흑자로 전환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94억 원, 당기순이익은 119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도 영업이익 315억, 당기순이익 228억을 내며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매입한 지 올해로 4년 차다. 사모펀드는 통상 5년 안팎의 운용 기간을 거친 후 엑시트에 나서기 때문에 JKL파트너스도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가늠할만한 시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2013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사들였던 MBK파트너스의 경우 매입 4년 차부터 시장에 내놨고, 5년 만에 재매각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실적 개선에는 사옥 매각 금액이 포함된만큼, 수익 창출 역량과 안정성 등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손보업의 경우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신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두고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성공적인 엑시트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