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이익 1조 5386억 원...전년比 12.7% ↓
비은행 강화 절실하지만, 매물 없어 제자리걸음
횡령 사고·관치금융 논란 등...이미지 제고 숙제
임종룡 회장 “중장기 경쟁력 확보해 재무목표 달성”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기업금융 명가 부활,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기반으로 하반기 재무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1조 5386억 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넘게 감소했다. 반면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2조 9967억 원, 2조 209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 중 최하위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임 회장은 하반기 비은행 계열사의 기업금융 경쟁력을 키워 ‘기업금융 명가’를 재건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기업금융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업력 강화는 물론, 여신심사 및 관리 방안도 철저히 마련해 달라”며 “금융 명가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1등이 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항상 품어달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 5386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7% 줄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6250억 원으로, 무려 31.6% 쪼그라들었다. 충당금 적립 규모가 전년보다 2배 넘게 늘어나고 비은행 계열사가 부진한 영향이다.
부진한 상반기 성적이 발표된 이후 임 회장은 은행을 제외한 우리종합금융, 우리자산운용,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5개 자회사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상반기 경영 실적을 리뷰하고 하반기 영업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선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강화가 필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어 우리은행의 그룹 기여도가 96%에 달한다.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이 취약한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1~3조 원 규모의 중형급 증권사 인수합병(M&A)을 지속 추진해 왔다.
임종룡 회장은 올해 초 증권사 인수에 대해 “계획이 있고, 좋은 물건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사에서도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고, 비금융 분야에서도 새로운 미래먹거리를 찾는 등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매물이 없어 몸집 불리기는 제자리걸음이다. 업계에선 자산관리(WM) 부문에 강점을 가진 유안타증권 등을 잠재적 매물로 거론했지만, 유안타 증권은 공시를 통해 “매각을 추진한 바 없다”며 매각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반기엔 이미지 제고도 시급하다. 지난해 발생한 700억 원대의 횡령사고로 실추된 고객 신뢰도를 회복하고, 관치 금융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임 회장은 3월 취임 당시 “강화된 내부통제시스템과 명확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고객이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게 하겠다”며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 경영 방향으로 천명했다.
이후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7월에는 내부통제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지점장 평가에 준법감시와 부정감사 등 내부통제 경력을 반영한다는 내용의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도입했다.
최근에도 은행권의 횡령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든 만큼 우리금융도 하반기 내부통제에 고삐를 쥘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회장은 금융위원장과 국무총리실 실장,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낸 전통 관료 인물로 취임 당시 ‘관치 금융’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의식한 듯 취임 후 15개 자회사를 방문하며 현장 경영 행보에 나서고, 상생금융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이 요청한 상생금융에 가장 먼저 응답해 고객에게 연간 2050억 원 규모의 혜택을 지원하는 ‘상생금융 3·3 패키지’를 발표했다. 4월에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전세 사기와 관련해서도 금융권 최초 전세 사기 피해 가구를 위한 금융지원을 실시하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등 금융당국과의 관계 회복에 앞장섰다.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카드도 지난달 29일 카드업계 처음으로 2200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1호 지원책’을 내놨다. 임종룡 회장의 지원 사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디지털/IT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2001년 우리금융정보시스템(현 우리FIS)을 금융IT전문 자회사로 편입한 후 지금까지 아웃소싱 체계를 택했다. 지난 7월 20년 넘게 유지해 온 IT 서비스 아웃소싱 방식을 우리은행·우리카드가 2024년부터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경영환경이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됨에 따라 시장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속도감 있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다. 이에 따라 우리FIS에서 우리은행으로 소속이 전환되는 인력은 600여 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최근 그룹의 디지털/IT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요 IT 서비스를 자회사 직접 수행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하는 중대한 결단이 이뤄진 만큼, IT 거버넌스 혁신 작업에 전그룹이 공감대를 갖고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