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이익 2조 6000억 원...충당금 적립에 발목
진옥동 회장·정상혁 행장, 하반기도 내부통제 강화 주문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충당금 적립과 비은행 부문 부진 등의 영향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거뒀다. 하반기엔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함께 KB금융지주에게 내준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신한금융지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3~7일 그룹사별로 릴레이 형식의 최고경영자(CEO) 특강인 ‘신한컬쳐위크’를 진행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하반기 그룹 문화 행사로, 이 자리에서 진 회장은 내부통제와 고객을 강조했다.

진옥동 회장은 “그룹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해서는 철저한 내부 견제와 검증을 통해 업무의 모든 과정이 정당화돼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법령 통과 후 조기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무적 1등 보다 고객으로부터 인정 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다”며 “투자상품 사태로 인한 뼈아픈 반성 속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것 보다) 한 단계 높은 내부통제를 기반으로 고객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일류 신한을 위해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올해 초 그룹 내에서 조용병 전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총괄 책임을 이유로 차기 회장 후보직을 사퇴한 만큼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신한은행도 하반기 주요 전략 중 하나로 내부통제 강화를 설정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지난 7월 1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신한은행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은행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지난 7월 1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신한은행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은행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안전한 은행을 위해 재무적 안정성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더욱 강화된 내부통제시스템과 함께 우리 스스로의 엄격한 ‘행동규범’을 세워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정 행장은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해 안전한 은행, 전문성 있는 은행, 사회와 상생하는 선한 은행을 만들고 고객의 신뢰를 지켜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신한은행은 ‘연결과 확장을 통한 고객·사회와의 상생’을 키(Key)메세지로 삼고 ▲은행의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역할 ▲고금리, 경기둔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성장 등의 하반기 경영 이슈와 미래 전략을 공유했다.

특히 정상혁 행장은 고객과의 상생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재화를 위해 힘쓸 것을 당부했다. 
 
그는 “진정성 있는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해 일등보다는 일류를 지향하는 선한 기업이 돼야 하고 이를 통해 고객·사회·은행 모두의 가치가 높아지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며 사회와 상생하는 ‘선한 은행’이 될 것을 주문했다. 

실제로 정상혁 행장은 ESG 채권을 발행하고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ESG경영을 펼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3년 4월 국내 최초로 ‘성 평등 사회적 채권’을 5억 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성 평등 사회적 채권은 취약계층 여성 차주 지원을 목적으로 발행된 ESG 채권으로 발행을 통해 모은 자금은 모두 해당 목적에 맞는 대출자산으로 활용된다.

같은달 사회공헌사업인 ‘동행 프로젝트’를 계승해 사회적 트렌드와 신한은행의 ESG경영 전략에 맞춰 ‘ESG 상생 프로젝트’를 새롭게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부통제 강화와 적극적인 ESG 경영으로 내실은 다졌지만 실적이 아쉽다. 업계 2위 자리는 지켰지만 충당금 적립과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으로 리딩금융의 자리를 KB금융에게 내줬다.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2.1% 감소한 2조 6262억 원이다. 2분기 실적만 놓고 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줄어든 1조 2383억 원의 순익을 올렸다. 비이자이익은 2조 325억 원으로 전년보다 21.5% 늘었지만, 같은 기간 KB·하나·농협금융은 100% 이상 증가했다.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은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이었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 9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8% 늘었다. 금리 상승 누적에 따른 은행과 카드 연체율 상승 등으로 경상 충당금이 증가하면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개선되는 등 견조한 펀더멘털과 이익 창출 역량은 지속 유지되고 있다”며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건전성 이슈, 취약 세그먼트에 대한 부실 우려 확대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향후 발생 가능한 변동성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당금 적립뿐 아니라 비은행 부문에서도 실적이 갈렸다. KB금융의 보험·증권·카드 등 비은행 주력 계열사인 KB손해보험·KB라이프생명·KB증권·KB국민카드 등 4곳의 상반기 순이익 합은 1조 18000억 원이었다. 

반면 신한라이프생명·신한EZ손보·신한투자증권·신한카드 등 신한금융 비은행 계열사의 상반기 총순이익은 8700억 원에 그쳤다. 두 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4곳의 순이익 격차는 3100억 원 수준이었다. 

신한은행도 상반기 지난해보다 0.1% 감소한 1조 680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보강하면서 ‘리딩금융’ 지위를 되찾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한 리스크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신한금융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는 4조 원 규모로 미주, 유럽을 중심으로 오피스 빌딩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동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CRO)는 “전수조사를 통해 손실 예상 건에 대한 관리에 나섰으며,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되는 자산에 대해서는 집중 관리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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