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사상 최대 1.5조 순이익 거둬...리딩금융 입지 굳건
해외부동산 투자 부실 우려 커져...KB “투자 건전성 안정”
차기 회장 인선 8월 윤곽...8일 1차 압축 후보군 6명 확정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올해 상반기 금리 인상기를 맞아 금융권이 전반적으로 높은 수익을 달성하면서 리딩금융 경쟁이 치열했다. KB금융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차지하면서, 그룹의 하반기 경영전략에도 관심이 모인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최근 “고객에게 신뢰받는 평생 금융파트너가 되고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목적이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KB금융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윤 회장은 그룹의 전략 목표와 방향을 논의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KB금융은 하반기에도 ‘고객 중심 경영’의 차별화된 가치로 불확실한 미래 경영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윤 회장은 2023년 성장 전략으로 ‘지속 가능하고 내실 있는 성장’을 제시하는 한편, KB만의 ESG 리더십 확보를 주문했다. 올해 초 제시했던 방향성을 토대로 경영을 펼친 결과 KB금융은 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고, ESG 평가 등급이 상승하는 등 반년 만에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KB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년 전(3262억 원)보다 12.2% 증가한 2조 9967억 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 4991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9%(1조 2099억 원) 늘었다. 올 1분기(1조 4976억 원)와 비교해서도 0.1% 증가했다.
2분기 순이익은 증권사 전망치 평균(1조 3368억 원)을 12.1% 웃도는 수치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 중심의 핵심이익 성장과 전사적 비용 관리 노력에 시장의 기대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올해 3월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로부터 국내 금융사 중 유일하게 최고등급인 AAA 등급을 받았다. MSCI는 1999년부터 글로벌 주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ESG 경영 성과를 AAA(최고)부터 CCC(최저)까지 모두 7단계로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세부 항목별 점수를 살펴보면 소비자 금융 보호, 금융 접근성 등이 속해있는 사회 부문의 점수가 5.2로 산업 평균(4.8)보다 0.6 높은 수준이다.
KB금융은 성공적인 상반기 경영을 한 만큼 고객 중심 가치의 내실 경영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래 전략으로 ‘고객’, ‘인공지능(AI)’, ‘ESG 부문’에 주목했다.
윤 회장은 전략회의에서 “사람과 AI가 조화롭게 일할 수 있는 바이오닉 컴퍼니(Bionic company·생체공학적 기업)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AI 시대에도 사람만이 보유한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강조했다.
최근 기업들이 AI와 기후변화 등의 거대한 변화의 물결, 이른바 ‘빅웨이브’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고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KB금융도 이와 관련해 선제적인 대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해외부동산 전수점검 실시...선제조치로 손실 영향 ‘제한적’
하반기에는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에 따른 대응도 이슈다. 글로벌 긴축기조 장기화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지속된 영향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를 진행했던 금융회사들은 점검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와 관련해 KB금융그룹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전체적으로 안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철수 KB금융 최고리스크책임자(CRO)는 지난달 25일 컨퍼런스콜에서 “(KB금융그룹 전체)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약 5조 9000억 원이다”며 “미국과 유럽에 집중돼 있고, 투자의 3분의 2는 은행을 통해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은 투자 시 보수적으로 나서므로 해외 부동산 투자 중 98%는 선순위 부동산을 담보로 해,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KB자산운용에서 조성해 판매한 해외 대체투자 펀드 가운데 부실이 발생한 사례는 없었으며, KB금융그룹은 충분한 리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차기 회장 선임도 주목...윤종규 회장은 물러나
올해 말부터 KB금융을 이끌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도 모아진다.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11월 20일 자로 마무리되면서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오는 8일 회의를 열고 1차 숏리스트(압축 후보군) 6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인터뷰와 심층 면접을 거쳐 9월 8일 최종 후보자 1명을 결정한다. 내부 후보군으로는 허인·이동철·양종희 등 그룹 부회장 3명과 그룹 내 계열사 대표 등이 거론된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6일 4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KB금융 안팎에서는 허 부회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성공적으로 국민은행장을 지냈고, 서울대 출신으로 현 정부 금융팀과도 코드가 맞는다는 평가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들이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부탁과 기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KB금융은 승계 프로그램이 잘 짜여있고, 최근 점검하면서 개선 여지가 필요한 부분은 의견을 드렸다”며 “KB금융지주 회장 절차가 업계에 모범을 쌓는 선례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