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올해 국내 금융권에선 대규모 횡령과 배임, 주가 조작 등의 사고가 지난해에 이어 또 발생하면서 부실한 내부통제가 질타를 받았다. 또한 고금리가 장기화하며 주요 금융지주는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지만, 차주의 이자 부담이 확대되면서 은행권을 향한 '돈 잔치' 비판이 거셌다. 이는 상생금융 압박으로도 이어져 올 초 10조 원에 발표에 이어 최근 2조 원 규모의 추가 상생 방안이 마련됐다. 다사다난 했던 2023년 계묘년 금융권 이슈를 뉴스포스트가 정리했다.
금융지주 회장 세대교체 바람
올해 금융권에선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 가운데 4곳의 수장이 교체되며 금융지주 회장 장기 집권 시대의 막을 내렸다. 그동안 지주회장 인선에선 역대급 실적 등을 기반으로 한 안정에 무게가 실렸지만, 올해는 혁신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먼저 지난 2022년 12월 당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며, 그 자리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정됐다. 올해 3월 '고객 자긍심' 고취를 외치며 취임한 진옥동 회장은 신한금융을 3년간 이끈다.
경제 관료 출신인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각각 올해 1월, 3월에 취임했다. 이석준 회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이자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문을 맡았었으며, 임종룡 회장은 기재부 공무원 출신이다.
올해 8월에는 당시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KB금융은 9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이했다. 11월 취임한 양종희 회장은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을 만들겠다"며 상생금융을 실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尹 질타에 상생금융 지원 나선 은행권
올해 초 은행권은 역대급 이자이익을 달성하고 막대한 퇴직금·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이른바 '돈 잔치'를 벌인다는 눈총을 받았다. 금융당국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작심 비판하자 은행들은 여론을 달래고 고통 분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상생금융안을 마련했다.
지난 2월 은행권은 3년간 지원 규모 10조 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민생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취약계층 등에 대한 지원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시작된 사회공헌 강화는 이후 카드사와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도 확산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에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더라'는 발언으로, 은행의 ‘이자 장사’를 다시 한번 질타하면서 은행권은 추가로 2조 원 규모 상생안을 마련했다.
홍콩 ELS 대규모 손실 우려
홍콩 증시 부진으로 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 위험에 처했다. 손실 위기인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액만 약 8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수가 지금보다 20~30% 오르지 않는다면 원금 손실이 나게 된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 5000억 원 규모로, 이 중 절반이 넘는 15조 8860억 원이 은행에서 판매됐다.
현재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2024년 상반기 만기 도래 물량은 약 8조 4100억 원이다. 국민은행이 4조 7726억 원으로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이어 NH농협은행(1조 4833억 원), 신한은행(1조 3766억 원), 하나은행(7526억 원), 우리은행(249억 원) 순이다.
ELS는 기초 자산으로 삼은 주가 지수에 따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파생 상품이다. 만기 때 기초 자산으로 설정된 주가 지수가 특정 구간 안에 있으면 약속한 금리를 주는 구조로, 미리 정한 수준보다 내려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기준폭은 상품 유형별로 30~50% 수준이며 만기는 3년이다.
상품 가입자들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불완전 판매로 인한 피해 금액에 대해 원금 전액을 보상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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