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 특별고문 참여
관치 논란에 금융노조 “낙하산 저지 투쟁 전개”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윤석열 정부의 첫 관료 출신 금융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하면서, 인사를 앞둔 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의 거취에도 외풍이 불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NH농협금융지주는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손병환 현 회장의 후임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14일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한 임추위는 수차례에 걸친 논의와 심사를 통해 후보군을 압축하고, 심층 면접 진행 후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이 전 실장을 최종 후보자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실장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손병환 회장의 임기가 끝난 2023년 1월 1일부터 2년간 NH농협금융을 이끌게 된다.
임추위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통해 농협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농협금융의 새로운 10년을 설계할 적임자라 판단해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은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1년 6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했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용환·김광수 전 농협금융 회장 등도 2년 임기를 마친 후 약 1년간 연장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연임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정치권과 중앙회의 영향을 크게 받는 농협금융지주 특성상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 영입에 힘이 실리면서 상황이 뒤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NH금융을 시작으로 연말 금융권 낙하산 인사의 신호탄이 켜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말·연초 인사철을 맞아 금융사 수장 자리에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낙하산을 포함한 전직 관료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란 우려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BNK금융지주의 경우 이사회규정까지 바꿔 외부출신 최고경영자 임명을 준비하고 있고 기업은행은 직전 금융감독원장의 행장 임명이 유력하다는 설이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를 개선하고자 인수위 시절 공무원 중 젊고 유능한 인재 최우선 선발, 낙하산 및 청탁 인사 금지 등을 주문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철학과 다르게 금융권 낙하산이 연이어 거론된다”고 지적하며 “10만 조합원 단결대오로 낙하산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권준학 NH농협은행장과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 강성빈 NH벤처투자 대표이사 등도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지완 회장이 조기 사퇴한 BNK금융지주는 정성재 지주 전략재무부문장의 일시 대표이사 체제에서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BNK금융은 외부 자문기관의 추천을 통해 외부 후보군을 받는 만큼 차기 회장으로 관료 출신이 올 가능성도 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임기는 2023년 1월 2일까지로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후임으로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 관료출신과 내부출신 3명의 인사가 주로 거론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