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 한국은행은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썼으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채권·금융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었다. 대규모 횡령 사고와 이상 해외송금 사태가 발생하는 등 다사다난 한 해를 보낸 금융권은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새판 짜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기준금리 1년 만에 2.25%포인트↑...차주 부담도↑
한국은행은 올해 치솟은 물가와 환율을 잡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2022년 1.00%에서 시작한 기준금리는 2.25%포인트 오른 3.25%로 마무리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올해 8차례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 번을 제외하고 총 7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0.25%포인트 5차례, 0.5%포인트 2차례를 단행함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내 2.25%포인트 상승했다.
금통위는 지난달 2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인상폭은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가 오르자 은행권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11월에는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의 주력 예금상품 금리가 연 5%를 넘기는 5% 예금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과도한 수신경쟁 자제를 권고하고, 시장금리도 일부 하락하며 4%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11월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지표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4.34%로 공시 이래 처음으로 4%대를 넘어섰다. 올해 초 4%대 후반이었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8%에 바짝 다가서면서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한편, 내년에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운용 기조가 지속될 예정이다. 한은은 23일 발표한 ‘2023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최종 기준금리 수준과 현 수준의 유지 기간 등은 물가 흐름과 함께 경기, 금융·외환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레고랜드發 채권시장 자금경색
9월 말 강원도가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지급보증을 거절하면서 채권시장이 출렁했다. 채권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화하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해, 정부는 50조 원 규모의 유동성 긴급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증시안정펀드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2년 8개월 만에 재가동했고, 민간 금융사들도 95조 원이 넘는 유동성 지원에 나서며 시장안정화에 힘을 보탰다.
레고랜드 사태는 지난 12일 강원도가 추경을 통해 강원중도개발공사(GIC) 보증채무를 모두 상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채권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있다.
횡령과 수상한 해외송금...구멍난 내부통제
올해 금융권은 대규모 횡령 사건과 이상 해외송금 등 잇따른 금융사고로 뭇매를 맞았다. 지난 4월 말 우리은행 직원이 회삿돈 약 700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해 금융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 지역 농협과 새마을금고, 신한은행, 메리츠증권, KB저축은행 등에서도 횡령 사고가 드러나면서 금융권 전반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논란이 됐다.
올해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횡령사고가 발생한 곳은 은행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강민국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금융권에서는 20건의 횡령 사고가 일어났으며, 이 중 70%인 14건이 은행에서 벌어졌다. 전체 횡령사고 금액도 은행이 압도적이다. 올해 금융권 횡령액은 790억 9100만 원인데, 이 중 722억 5420만 원(91%)이 은행권 횡령액이다.
횡령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은행권 전반에서 거액의 이상 외화송금이 지속된 정황이 포착됐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6월 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4조 원 대 수상한 해외 송금 의심거래 사실을 보고받고, 현장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금감원은 추가 조사를 통해 총 8조 5400억 원의 외환송금 의심거래를 포착했다.
이어 지난 7~8월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외환거래에 대한 자체 점검을 실시하도록 한 결과 국민·하나·SC·농협·기업·수협·부산·대구·광주·경남 등 10개 은행에 대한 일제검사를 통해 이상 외환 거래를 추가로 확인했다. 당국이 확인한 수상한 해외송금 규모는 1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사 회장 교체...세대 교체 본격화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당초 연임이 확실시되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속속 교체되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용퇴를 결정했으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에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되면서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이 무산됐다.
우선 조 회장은 올해 3분기 누적 실적 기준으로 KB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고, 지난 6월 연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업계에선 3연임 가능성을 높게봤다.
하지만 세대교체를 위해 조 회장 스스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정됐다.
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추천되면서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이 무산됐다. 당초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손 회장이 호실적을 거두고,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어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에 따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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