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유통 산업은 고물가 기조 속에 소비 양극화 트렌드가 더 뚜렷해졌다. ‘작은 사치’ 욕구에 명품은 여전히 잘 팔렸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패션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 반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알뜰 소비를 하는 구매자들도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특수를 누렸던 게임 산업은 여러 이슈들도 부침을 겪었다. P2E 게임 시장을 선도하던 위메이드의 자체 가상화폐 위믹스는 국내 주요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가 됐다. 또한 유저들의 목소리도 높았던 한 해였다. 서비스 운영에 대한 불만 사항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게임사들의 소통 운영을 이끌어냈다.
정부 호소에도…먹거리 물가는 치솟아
지난해부터 이어진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은 올해도 계속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했고 물류비와 인건비도 함께 오르며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라면과 우유, 과자 등 가공식품과 치킨, 피자, 버거, 커피 등 외식 물가도 연이어 상승하며 소비자 부담도 커졌다.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월간 물가 상승률은 △1월 3.6% △2월 3.7% △3월 4.1% △4월 4.8% △5월 5.4% △6월 6% △7월 6.3% △8월 5.7% △9월 5.6% △10월 5.7% △11월 5%다.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큰 영양을 주는 것은 가공식품이다. 가공식품 소비자 물가는 11월 9.4% 상승했다.
농심을 비롯해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은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대상, 동원F&B, 동서식품, 빙그레, 롯데칠성음료, 동아오츠카 등도 제품 가격을 올렸다.
우유 가격도 올랐다. 원유 1L당 45원 인상이 결정되면서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주요 유업체도 흰 우유 등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흰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유제품, 빵, 커피 등의 먹거리 가격도 연쇄 상승했다.
올 한 해 물가 상승 여파에 정부는 식품업체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가격 인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내달 1일부터 롯데칠성음료와 LG생활건강은 각각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가격을 인상한다. 매일유업도 1일부터 바리스타룰스와 마이카페라떼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리오프닝에…백화점·패션·편의점 ‘미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외부활동이 늘어나자 수혜를 보는 회사들도 있었다. 고물가에 소비심리는 얼어붙었지만 패션과 명품 수요는 지속됐다.
백화점 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성장세를 올해도 이어갔다. 엔데믹에 따른 보복소비 현상에 명품 매출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1.73% 증가한 2조3418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누적 매출은 1조8184억원, 1조69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92%, 9.23% 증가했다.
패션업계도 3분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한 1조4590억원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매출 1조12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신장했다. 현대백화점 계열 한섬의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9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었다.
LF는 같은 기간 1조409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9.3% 늘어난 수치다. 이랜드그룹 이랜드월드 패션사업 부문은 3분기 누적 매출 1조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편의점 업계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유동인구가 증가했고, 고물가로 인한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현상으로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3분기 매출은 2조557억원, 영업이익 91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1.9%, 31.7% 성장했다. GS리테일 편의점 부문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2조 832억원, 영업이익은 0.9% 늘어난 750억원을 기록했다.
위믹스 상장폐지…얼어붙은 P2E 게임 시장
올 한 해 게임업계는 기존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신사업에 주목했다. 장기화된 불황과 신작 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었다. 게임사들은 직접 가상 통화를 발행하며 이른바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에 도전했다. P2E는 게임 속 재화를 암호화폐로 바꿀 수 있는 구조를 가진 게임으로 국내에서는 합법화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가능하다.
국내 게임사 중 자체 가상통화를 발행한 곳은 위메이드, 컴투스그룹,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이다.
신성장동력이 될 줄 알았던 블록체인 게임 사업은 올해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지난 11월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등의 악재를 만나며 잠시 주춤했다. 가상화폐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8일 위메이드의 가상화폐인 위믹스가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되면서 해당 사업에 대해 위기론까지 불거졌다.
다만 게임사들은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에 집중하며 블록체인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위메이드는 본안 소송 및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통해 거래지원 종료의 부당함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투명한 수축 토큰경제를 위한 유통 계획을 공개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다. 컴투스홀딩스는 자체 가상화폐 엑스플라(XPLA)의 유통 물량을 실시간 수준으로 공개하고 글로벌 회계 법인을 통한 상시 외부 감사도 진행한다.
게임유저 목소리 커졌다
올 한 해 게임업계는 ‘소통’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유저들은 운영 미숙, 소통 부재에 대한 불만을 다양한 형태의 시위를 통해 게임사에 표현했다. 게임사들이 밀집한 판교에는 ‘트럭’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사태가 대표적이다. 우마무스메 유저들은 일본 서버와 다른 이벤트 일정과 재화 지급 문제를 지적하며 별점 테러와 마차 시위를 벌였다. 또한 회사를 상대로 집단 환불 소송도 제기했다. 이에 회사 측은 우마무스메 책임자 교체 및 대표이사 사과문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는 유저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마련했고 유저들은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며 갈등이 봉합됐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 '리니지2M'의 유튜버 뒷광고 논란이 불거지며 이용자들이 트럭 시위를 벌였다. 이에 리니지2M 개발을 총괄한 백승욱 본부장과 개발자들은 프로모션 사태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달에는 넥슨의 ‘크레이지 레이싱 카트라이더(이하 카트라이더)’ 유저들이 넥슨 사옥 일대에서 트럭 시위를 전개했다. 신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출시를 앞두고 2004년부터 18년간 운영해오던 카트라이더의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기 때문. 특히 이 같은 사실이 정식 공지가 아닌 언론 매체를 통해 먼저 알려진 점이 유저들의 공분을 샀다. 카트라이더 운영진은 다음 달 5일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설명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