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추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양종희 부회장 내정
글로벌 확대·비은행 경쟁력 강화·내부통제 방안 제고 등 숙제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자산 700조 원 대의 KB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양종희 KB금융그룹 부회장이 내정됐다.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 및 재무통'으로 알려진 양 후보자는 KB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선 글로벌 진출 확대와 비은행 부문의 성장, 내부통제 강화 등이 과제로 꼽힌다.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양종희 부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며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양종희 부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며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8일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로 양종희 부회장을 선정했다. 양 후보자는 내부 출신이면서 국민은행장을 역임하지 않은 첫 회장 후보다. 

양 후보자는 1989년 당시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 입사 이래 국민은행의 영업점과 재무 관련 부서에서 20여 년간 일했다. 지난 2008년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을 맡았고 2014년부터는 지주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지낸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 및 재무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하고,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2016년부터 5년간 맡았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양 부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한 이후 "지주·은행·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을 겸비한 후보"라며 "KB손해보험 사장 및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능력은 그룹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양 후보자 앞에는 국내 '리딩금융' 자리를 수성하면서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글로벌 부문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있다. 

올해 상반기 KB금융은 전년 동기보다 12.2% 증가한 2조 996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반면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2조 626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1% 감소했다. 

분기별로 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순이익 격차는 1분기와 2분기 각각 1096억 원, 3705억 원으로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차지했다. 

양 내정자는 리딩금융 타이틀을 수성하면서 더 큰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을 강화해야 한다. KB금융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사업 비중을 그룹 전체의 4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해 기준 KB금융의 글로벌 순이익 비중은 약 11%였다.

현재 KB국민은행의 해외법인은 중국,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6곳인 반면 신한·하나·우리은행은 동남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까지 진출해 있다. 상반기 실적 역시 국민은행은 해외법인 6곳에서 114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1년 전보다 167% 늘어난 규모지만, 신한은행(260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실제로 양 후보자는 최우선 경영 과제로 인도네시아 현지 계열 은행(부코핀)의 정상화를 꼽기도 했다. 

양 후보자는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점으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신용 리스크에 따른 기업 연체율 관리,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정상화와 전환기에 나타날 수 있는 조직적인 이완 현상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이 지난 2018년 인수한 부코핀은행은 인수 이후 적자에 시달리다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인수와 정상화에 투입한 자금은 1조 8000억 원에 달한다.

그는 KB부코핀은행에 대해 "현재 전반적인 지배구조, 방향성, 비용 절감 측면에서 틀을 잡고 있다"며 "영업력을 강화하고 정보기술(IT) 등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후보자는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하고 2016년부터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3연임하며, KB손해보험을 핵심 계열사 반열에 올렸다. 금융지주의 수익구조가 다변화하면서 금융사의 비은행 부문 강화가 핵심 과제로 꼽히는 만큼 은행·비은행을 두루 경험한 양 후보자의 비은행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보험·증권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M&A(인수합병)가 목적은 아니다"면서 "기업과 주주 가치를 올리기 위해 금융기관만 아니라 비금융 분야의 M&A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에서 잇따라 임직원 비위 사고 등이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제고 방안도 과제다. 특히 지난달 23일 금감원은 KB국민은행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본점을 압수 수색을 하기도 했다. 

양 후보자는 "임직원 스스로 규율하는 노력을 체득하려면 디지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부통제에 디지털 부문을 도입하고 시스템을 체계화해 임직원들이 준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KB금융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은 이례적으로 잡음 없이 끝났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KB금융의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두고 "외양 면에서 과거보다 훨씬 진일보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양 후보자는 12일 이사회에서 회장 후보로 공식 추천되고 윤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11월 중 개최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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