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KB금융지주가 10년 만에 수장을 교체하면서 올해 연말 예정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연말을 기점으로 '양종희호'가 출범하는 만큼 안정을 택할지, 대규모 교체를 통한 파격 인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계열사 11곳 중 이재근 KB국민행장을 비롯해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이사, 황수남 KB캐피탈 대표이사,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이사, 서남종 KB부동산신탁 대표이사,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등 총 9곳, CEO 10명의 임기가 끝난다.
KB금융은 통상적으로 12월 중순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왔다. 지난 2022년에는 임기 만료를 앞둔 8곳의 계열사 CEO 중 7곳의 CEO가 재추천됐다.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1월 KB금융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양종희 부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올해 계열사 CEO 인사도 여느 때와 같이 12월에 진행될 예정으로, 그룹의 인사권이 양 내정자에 손에 달렸다.
양 내정자는 지난 11일 진행한 약식 인터뷰에서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에 대해 "이사회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회사의 경쟁력을 도모하고 임직원의 헌신적인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 등을 고려해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양 내정자의 첫인사인 만큼 새로운 비전에 발맞추기 위한 세대교체 인사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타 금융지주사들도 수장이 바뀐 후 핵심 계열사 CEO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신한금융지주는 2022년 말 진옥동 회장 취임 후 은행과 카드, 보험 등 주요 계열사의 CEO 교체가 있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말 함영주 회장의 첫 계열사 인사에서 은행, 증권, 카드 등 핵심 계열사 CEO를 모두 바꾸며 변화를 꾀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임종룡 회장 취임에 앞서 계열사 9곳의 CEO가 교체됐다. 이에 KB금융지주 역시 이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올해로 5년째 KB증권을 이끄는 박정림·김성현 사장은 대내외 악재로 거취가 불투명하다. 특히 라임 펀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징계 결과가 박정림 대표의 연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2020년 1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위반) 등을 이유로 박정림 사장에게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임기를 마친 후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박정림 사장에 대해 문책 경고를 의결할 경우 연임은 물론 금융사 재취업이 불가능해진다.
금융위 정례회의는 격주 수요일에 열리는데 CEO 제재안은 예민하고 복잡한 안건인 만큼, 국정감사 시즌인 10월 말 이후에야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는 김기환 대표는 독보적인 실적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KB손보가 지주 비은행 계열사 중 순이익 1위를 기록하는 등 실적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임금 협상을 두고 회사 측과 노조 측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론을 짓지 못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한편,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디지털 부문에서 성과를 내는 등 국민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단 평가를 받으면서다. 특히 2015년 양 내정자가 지주 부사장을 지냈을 당시 이 행장은 재무총괄 상무를 맡아 실무를 함께한 경험으로 지주와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은 업황 악화로 인해 실적 부문에선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국민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년 전(2457억 원)보다 21.5% 줄어든 1929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2022년 10월 구축한 종합금융플랫폼 'KB Pay'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인이다. 국민카드는 KB Pay에 대한 꾸준한 서비스 개선을 통해 6월 말 1000만 가입자 돌파에 성공했으며, 지난 7월에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700만 명을 넘어섰다.
또한 올해 1월 선보인 'KB국민 위시(WE:SH) 카드'는 8월 기준 출시 7개월 만에 발급 카드 수 30만 좌를 돌파했으며, 최근에는 '헤리티지(HERITAGE)' 브랜드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카드 브랜드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KB금융은 계열사 CEO들의 첫 임기를 2년, 연임 시 1년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CEO들은 3년 이상 회사를 이끌었기 때문에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와 김명원 KB데이타시스템 대표는 올해 1월 선임돼 2024년 12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