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대추위, 차기 행장 후보에 이재근 현 행장 추천
내년 3월 주총서 최종 선임...임기는 내년 12월 말까지
홍콩 ELS 사태 대응·부코핀 정상화·상생금융 호응 등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지]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우수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2년 임기에 이어 1년 더 KB국민은행을 이끌게 됐다. 내년에도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상생금융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한 만큼 은행장 연임을 통해 안정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지난달 30일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는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이재근 현 은행장을 추천했다. 

대추위 관계자는 "이재근 은행장은 2022년 취임 이후 코로나19,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우수한 경영 성과를 시현했다"며 "구상보다는 실행을 강조하는 리더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변화·혁신의 역량과 리더십, 경영전문성을 보여줬다"고 은행장 후보 추천 사유를 밝혔다.


모바일 앱 강화·9To6 뱅크·리딩뱅크 탈환 등 성과


지난 2022년 1월 임기를 시작한 이재근 행장은 최우선 과제로 '금융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당시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은 서비스마다 채널이 따로 구축돼 있어, 소비자들은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해당 앱을 내려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이에 은행들은 빅테크 기업과의 플랫폼 경쟁에서 수세에 몰렸다.  

이 행장은 흩어져 있던 앱을 흡수·통합해 하나의 슈퍼 앱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다. 모바일 플랫폼 'KB스타뱅킹'에 핀테크 역량을 총결집한 것. 그 결과 KB스타뱅킹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은행권 최대인 1162만 명(9월 말 기준)에 달하는 등 은행을 넘어 카카오뱅크·토스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영업점 운영시간을 기존 4시에서 저녁 6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KB국민은행의 '9To6 뱅크'도 이 행장의 역점 사업이다. KB국민은행이 시행 1주년을 맞아 9To6 뱅크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긍정 비율이 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9TO6 뱅크 운영은 보수적인 금융권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 부문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은행은 5대 은행 중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거둬 하나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국민은행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리딩뱅크를 차지했지만, 지난 2022년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에 밀려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압도적인 이자이익에 힘입어 업계 선두에 다시 올라섰다.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한 2조 8554억 원을 기록해 1등 자리를 견고히 했다.


홍콩 ELS·부코핀·상생금융 등 과제 


이 같은 경영 성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이 행장이지만 앞으로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홍콩 ELS 사태와 부코핀은행 정상화, 상생금융 방안 등 해결해야 할 굵직한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홍콩H지수 연계 ELS 사태 대응이 시급하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중 만기 도래 물량은 총 8조 4100억 원으로, 이 중 국민은행이 절반이 넘는 4조 7726억 원을 차지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홍콩H지수 편입 ELS 상품을 팔지 않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홍콩H지수 연계 ELS를 수조 원어치 판매한 은행들에 날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원장은 "ELS 판매액 19조 원 중 8조 원을 국민은행에서 판매했는데 피해 총량 규제가 느슨했다는 얘기도 있더라"며 "증권사는 한도가 없는데 수십 개 증권사를 합친 것보다 국민은행의 판매 규모가 크다"고 지적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최우선 경영 과제 중 하나로 꼽은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정상화도 이 행장의 과제다. 

KB국민은행은 해외 시장 강화를 위해 지난 2018년 현지 은행인 부코핀은행 지분을 취득한 뒤, 두 차례 유상증자로 보유 지분율을 66.88%까지 끌어올리며 최대주주가 됐다. 부코핀은행은 KB국민은행이 지분 인수에 나설 당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된 상태였다. 코로나19 사태로 당초 예상보다 정상화 시기가 늦어지며 국민은행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부코핀은행은 올 상반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3분기 다시 159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최근 5년간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인수와 정상화에 투입한 자금은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경영 정상화 노력을 통해 오는 2025년 부코핀은행의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상생금융 요구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은행들은 이달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약 2조 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국민은행은 12월 중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심층 인터뷰 및 심사, 추천 절차를 거쳐 2024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 행장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행장의 임기는 내년 12월 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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