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ELS 사태·해외 실적 부진 등 변수
업계, "ELS 손실 털어냈다"...경영 성과 등 연임 무게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올 연말 임기가 끝나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거취에 눈길이 쏠린다. 앞서 이 행장은 경영 성과를 인정받으며 한차례 연임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악재가 적지 않아 연임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승계 절차를 감안하면 석 달 후쯤에는 연임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오는 12월 말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임기가 끝난다. 이재근 행장은 지난해 11월 2년 임기를 마치고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받아, '2+1'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행장은 1966년생으로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 대학원에서 금융공학 MBA를 취득했다. 2017년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상무, 2019년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2020년 KB국민은행 영업그룹 이사부행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기획·재무·영업 3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경영 방향으로 고객 신뢰, 디지털, 지속 가능 경영, 비금융 강화 등을 제시했으며 이 같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행장 취임 이후인 2022년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2조 5908억 원)보다 15.6% 증가한 2조 9960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 순이익도 3조 2615억 원을 거두며 전년(2조 9960억 원)보다 8.9% 늘었다.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역시 올해 1분기 1.87%를 기록해 전 분기보다 0.04%포인트(p) 상승했다.
이 행장이 강조해왔던 디지털 금융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2021년 10월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전면 개편하면서 앱 통합 작업을 시작했으며, 2022년 6월 말 간편뱅킹앱 '리브'를 KB스타뱅킹에 통합하면서 작업을 완료됐다. 국민은행의 대표 앱 KB스타뱅킹은 2022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현재 124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KB리브모바일(리브엠)'은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수업무로 지정받으며 서비스를 지속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이후 4년 만의 성과다.
리브엠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 14일 소비자리서치 전문 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통신3사·알뜰폰 브랜드별 체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리브엠은 지난 2021년 하반기 이후 5회 연속 이용자 만족도 1위를 유지했다. 리브엠은 고객 수가 4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은행권 비금융 사업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이재근 은행장은 시니어 고객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KB디지털뱅크', 'KB 시니어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오후 4시까지인 영업점 운영시간을 오후 6시로 확대한 '나인투식스 뱅크(9To6 Bank)'를 확대하는 등 고객들의 금융 접근성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다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변수다. 홍콩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국민은행은 1분기 손실 배상을 위한 충당금을 8620억 원 쌓았으며, 이에 따라 순익은 3895억 원으로 전년 동기(9315억 원)보다 58.2%(5420억 원) 감소했다.
부진한 해외 실적도 연임 걸림돌로 꼽힌다. 국민은행 해외법인은 지난해 1분기 332억 원의 순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의 부진으로 33억 9600만 원가량 손실을 보며 적자전환했다.
업계에선 홍콩 ELS 손실 사태를 직격으로 맞았지만 배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탄탄한 경영 실적을 성과로 입증해온 만큼 연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는 대형 악재이지만 추가 손실이 없는 1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며 "앞서 허인 전 행장도 무사히 4년 임기를 마쳤던 만큼 이변이 없다면 1년 더 연임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부터는 금융당국이 제안한 모범 관행에 따라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후보군 검증 절차가 시작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오는 9월 중 본격적인 경영승계 절차가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