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 사명변경·신사업·글로벌 비즈니스 역할론
HD현대 “새로운 미래 50년, 정 부회장이 중요한 역할”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푸른 용의 해를 맞아 뉴스포스트는 최근 수년간 실적과 성과를 기반으로 2024년 주목받을 올해의 CEO들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지난 2022년 12월 경기도 판교 GRC에서 열린 HD현대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 것”이라며 새 기업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지난 2022년 12월 경기도 판교 GRC에서 열린 HD현대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 것”이라며 새 기업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HD현대)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올해 상산사세(常山蛇勢)의 기세로 승계 구도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그룹의 기존 강점이었던 해상부문(Ocean)과 함께 새로운 먹거리인 육상부문(Xite) 비즈니스 혁신에도 앞장서고 있는 까닭이다.

정 부회장은 HD현대의 해상 및 육상 비즈니스의 조화를 위해 최근 수년간 사명 변경과 본점 소재지 이동, 적극적인 연구개발비 투자와 신사업 영역 확장을 추진하는 데 주요 역할을 맡으며 오너 3세로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 ‘해상부문 연구개발비 증액’ ‘육상부문 인수합병 추진’


해상부문 글로벌 경쟁력 수성을 위해 HD현대는 지난해 해상부문 연구개발 투자를 늘렸다. HD현대의 조선업 계열사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에만 연구개발에 259억 600만 원을 투입했다. 전년 동기 대비 50% 늘어난 규모다. 향후 HD현대는 연구개발 인력 채용을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글로벌 조선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중공업(145척·점유율 8.5%)이었고, 그 뒤를 HD현대중공업이(157척·8.1%) 이었다. 수주 척수로는 HD현대중공업이 1위였다. 한화오션(6.5%)과 현대삼호중공업(5.1%)이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는데, 현대삼호중공업은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다. 

같은 조사에서 5위부터 9위까지를 차지한 중국 조선소를 제외하면, 10위에 오른 현대미포조선도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인 만큼 글로벌 조선업에서 HD현대가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기반으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HD현대가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육상부문 비즈니스도 교통정리가 끝나면서 돋보였다.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現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한 HD현대는 국내 건설기계 시장에서 독점적 기반을 갖췄다. 

이후 인수 당시 SPC였던 현대제뉴인이 2023년 3월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라는 HD현대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로 공식 출범하면서 그룹 내 건설기계 계열사들의 지분구조가 확립됐다. 이를 통해 지난해 상반기 기준 HD현대 건설기계부문은 매출 4조 7802억 원, 영업이익 5025억 원을 기록해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책임지는 핵심사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물론 최근 수년간 HD현대가 추진한 혁신 가운데 가장 특기할 만한 점은 사명 변경이다. HD현대는 지난 2022년 12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바뀐 이름이다. 정기선 부회장은 지난 2021년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50년 묵은 그룹의 사명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또 같은 기간 HD현대는 사명을 바꾸며 본사와 주요 계열사들이 본점 소재지를 성남시 분당구 소재 신사옥 GRC로 옮기며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해상·육상 비즈니스 혁신 이끈 정 부회장, 공로 인정받아 승진


재계에서는 위와 같은 HD현대 변화의 기저에는 중공업 일변도 이미지에서 ‘테크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정 부회장의 혁신 의지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HD현대도 지난해 연말 2024 정기인사를 내며  해상과 육상을 넘나드는 그룹 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정립에 정 부회장의 역할론이 컸다고 인정한 바 있다.

정기선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10일 HD현대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날 정 부회장의 승진 배경에 대해 HD현대는 “정기선 부회장은 세계 조선경기 불황으로 전사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회사의 체질 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며 “선박영업과 미래기술연구원에 근무하면서 회사 생존을 위한 일감 확보와 기술개발을 통한 미래 준비에도 온 힘을 쏟았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2016년에는 선박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여 HD현대글로벌서비스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며 “이후 정 부회장은 조선사업 외에도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혁신에 앞장섰으며, 동시에 수소, AI 등 미래 성장동력도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 부회장은 그룹의 주요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사업을 진두지휘한 것을 시작으로, 양사의 합작조선소 IMI 설립과 2021년에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MOU 체결을 이끈 바 있다. 

지난해 1월 열린 CES 2023에서 정 부회장은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기반으로 하는 ‘오션트랜스포메이션’을 그룹의 미래 전략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 1월 개최되는 CES 2024에서 정 부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HD현대의 육상부문 비즈니스 비전인 ‘Xite 대전환’을 선보일 예정이다. 재계는 정 부회장이 올해 글로벌 경영 행보 가속화로 오너 3세로서 안정적인 승계 구도를 확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의 향후 그룹 내 역할론에 대해 HD현대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과 함께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 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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