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대로 재계서열 확립한 김승연, 삼형제로 글로벌 확장
차기총수 유력 장남 김동관...금융 김동원, 유통 김동선 구도

지난 3월 29일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한화)
지난 3월 29일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한화)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최근 현장 경영에 나섰다. 2018년 이후 5년여 만에 공개 석상에 나선 김 회장은 장성한 세 아들이 각자 맡은 사업부문 계열사를 고루 찾았다. 김 회장의 행보에 재계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오너3세들의 승계가 임박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의리 경영’ 김승연 회장, 삼형제로 비좁은 국내 넘어선다


‘의리 경영’으로 알려진 김승연 회장은 선이 굵고 화끈한 오너십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김 회장 취임 이후 한화는 재계서열 10위권에 진입했다. 김 회장의 주요 무대는 국내였다. 1981년 29살의 나이에 한화그룹 2대 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은 화학(한양화학)과 유통(한양유통), 관광·레저(정아레저타운)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한화그룹을 국내 10대 그룹사로 성장시켰다.

2022년 11월 8일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과 삼형제가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에드윈 퓰너 美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만찬을 가진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 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퓰녀 헤리티지재단 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CGO 사장. (사진=한화그룹)
2022년 11월 8일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과 삼형제가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에드윈 퓰너 美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만찬을 가진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 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퓰녀 헤리티지재단 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CGO 사장. (사진=한화그룹)

재계에서 김 회장은 ‘자식농사’를 잘 지었기로 인정받는다. 특기할 점은 삼형제 모두 해외파라는 점이다.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美 세인트폴고등학교 졸업 후 각각 하버드대와 예일대학교에 진학했고,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도 금융 명문 다트머스대학교를 졸업했다.

삼형제 모두 국내 연고가 없는 해외파인 배경에는 한화그룹을 비좁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김승연 회장의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화가 국내 재계 서열을 공고히 한 만큼, 비즈니스 네트워킹 확장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동관·동원·동선 우애 깊은 ‘해외파 삼형제’ 골고루 두각


세 아들 모두 아버지 김승연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아들은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다. 1983년생인 김동관 부회장은 김 회장이 현장을 찾지 않았던 지난 5년간 사실상의 총수로 그룹 전반을 이끌었다.

김동관 부회장의 또 다른 행보는 ‘글로벌 네트워킹’이다. 김 부회장은 2010년 다보스포럼 첫 참석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된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해외파인 자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글로벌 정·재계 인맥 관리에 나서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2022년 김 부회장은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다보스 특사단’에 포함돼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한 바 있다.

현재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 지주사(한화 전략부문 대표이사), 신재생에너지(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조선(한화오션 기타비상무이사) 등 그룹의 총체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으며 차기 총수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 3일 한화생명 김동원 CGO 사장(왼쪽)과 리포그룹 존 리아디 대표가 노부은행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지난 3일 한화생명 김동원 CGO 사장(왼쪽)과 리포그룹 존 리아디 대표가 노부은행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도 해외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CGO에 선임된 뒤 김 사장은 한화생명을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우고 있다. 현재 김 사장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늘어나는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가 국내 보험사로서는 최초인 해외 은행업 진출이다. 지난 3일 한화생명은 노부은행 주식매매계약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 지분 40%를 매입하는 내용이다. 이로써 한화금융계열은 인도네시아의 생보·손보, 증권·자산운용에 이어 은행업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8월 2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한국 파이브가이즈에 감자를 공급하는 강원 평창군 산지에서 생산과정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화갤러리아)
지난해 8월 2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한국 파이브가이즈에 감자를 공급하는 강원 평창군 산지에서 생산과정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화갤러리아)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형들에 비해 뒤늦게 경영수업에 뛰어들었다. 형들에 비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대통령들도 자주 찾는 현지의 유명 수제버거 체인점 ‘파이브가이즈’를 국내 최초로 입점하는 등 한화그룹의 유통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한화그룹의 협동로봇 계열사 ‘한화로보틱스’의 전략담당 전무를 맡아 로봇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김 부사장이 꿈꾸는 로보틱스의 중심엔 ‘푸드테크’가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숙박·레저·식음료 서비스에 협동로봇을 도입해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재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그룹은 계열사간 스몰딜을 이어가며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장남 김동관의 방산·에너지·조선·우주항공과 차남 김동원의 금융, 삼남 김동선의 유통 등 승계 구도 확립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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