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환경)·G(지배구조) 강점 SK그룹, 유독 S(사회적 책임)가 약해
사회적 책임 강조했지만...ESG경영 공시 본격화 앞두고 공염불
박상인 서울대 교수 "안전 놓치면 'ESG워싱' 비판 피하기 어려워"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SK그룹이 박차를 가하고 있는 ‘ESG경영’ 오너십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2019년부터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책임’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은 SK에 뼈아픈 지점이다. 지난 수년간 SK하이닉스와 SK지오센트릭 등 주요 계열사에서 연이어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일어난 SK에코플랜트의 시흥 교량 붕괴사고는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해당 사고에 대한 책임 여부는 조사 중이지만, SK의 안전 관리 시스템이 책임 있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경기 시흥시 월곶동 서해안로의 도로공사 현장 사고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 경기 시흥시 월곶동 서해안로의 도로공사 현장 사고 모습. (사진=뉴시스)

거더 올리는 과정에서 ‘와르르’...근로자 1명 사망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시흥시 월곶동 시화 MTV(멀티테크노벨리) 서해안 우회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량 상판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50대 근로자 1명이 숨졌고, 근로자 5명과 시민 1명 등 6명이 부상을 입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시흥경찰서 수사전담팀을 비롯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국토안전관리원 등의 합동감식 결과 이번 사고는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교량의 거더(상판 아래에 설치하는 보의 일종)를 설치하는 도중 거더가 잇달아 붕괴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각 위에 총 9개의 거더를 올리도록 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거더를 올리는 과정에서 거더 가운데 부분이 갑자기 부러지면서 다른 거더에 충격이 가해졌고, 이 여파로 거더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시공사 SK에코플랜트를 향한 조사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경찰은 SK에코플랜트를 비롯해 시행사인 한국수자원공사, 하청업체 등 공사 관련 7개 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고용노동부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SK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지. (사진=SK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SK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지. (사진=SK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ESG 전도사 SK…안전 사고는 어쩔 수 없나


이번 교량 붕괴 사고는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 사회적 책임(Social)의 방향성과 어긋난다. 최 회장은 ESG경영으로 기업의 이익 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SK는 2019년 이후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이를 전 계열사 경영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SK 주요 계열사는 최 회장의 비전 아래 사회적 가치 측정 발표, 사업별 ESG 평가, 넷제로 목표 수립 등 ESG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 회장은 환경(E)와 지배구조(G) 부문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환경 부문의 경우 그룹의 4대 미래 사업에 ‘그린’을 포함시키며 친환경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지난 2021년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스토리’ 추진을 선언했고 이듬해부터 핵심회의체로 ‘디렉터스 서밋’을 개최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S) 부문에서는 스타트업 지원, 일자리 창출 등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다. 2019년 최 회장의 제안으로 출범한 사회공헌 연합체 ‘행복얼라이언스’는 당시 14개의 협력사로 시작해 현재 118개의 기업, 80여개의 지방정부가 함께하고 있다.

다만 주요 지표인 안전 부분의 경우 계열사 내에서 중대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해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2년 4월 SK지오센트릭 울산공장에서는 유류 저장탱크 정비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하며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이 화상을 입었고 치료 도중 2명 모두 숨졌다. 같은 해 8월에도 울산공장 폴리머(합성수지) 재생 공정에서 폭발 사고가 나며 7명이 다쳤고 이 중 1명이 병원 치료 도중 사망했다. 4월 화재 관련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울산지검은 지난 3월 SK지오센트릭 서울 본사와 울산공장 안전 관련 부서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6월 시공 중이던 SK아파트 건축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법 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에서 통근버스가 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던 신호수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2년 12월 협력업체 근로자가 석탄 더미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났던 SK멀티유틸리티의 경우 대표이사와 협력업체 대표이사 등 2명이 올 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SK의 경우 ESG 중 사회적 책임(S)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안전을 놓친다면 ‘ESG 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런 사고 이후 전략을 다시 점검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통해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SK의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SK는 ‘안전‧보건 관련 법령 위반 ZERO’를 목표로 이사회 결정 하에 안전 보건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CEO 포함 전사 및 부문‧센터 내 ESG KPI(핵심성과지표)에 안전보건 성과 반영을 통해 보상 연계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SK에코플랜트도 안전보건경영체제를 갖추기 위해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주관으로 반기별로 안전보건 실적보고회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중대재해 ZERO’ 목표 달성을 위해 중대재해 건수, 사망건수, 근로손실재해율(LTIR) 지표에 대한 정량적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근로손실재해율의 경우 2025년까지 매년 4.4% 감소시켜 2025년에는 0.28 이하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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