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에 ‘뉴삼성’ 메시지 실종
재계 “경영 제약, 기업 발전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삼성은 별도 행사를 개최하지 않았고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메시지도 없었다. 이날 이 회장이 법원 1심 공판에 출석하면서다.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면서 ‘뉴삼성’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 10여 개 국가를 돌며 글로벌 현장경영 행보를 펼쳤던 이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은 27일 법원에 발이 묶였다. 오전 10시부터 늦은 저녁까지 진행된 법원 1심 공판에 이 회장은 피고인 신분으로 자리를 지켰다.


국내로, 해외로, 그리고 법원으로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회장 취임 후 국내외 사업장을 찾는 현장경영을 통해 ‘뉴삼성’의 글로벌 기치를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반도체 전략을 점검했다. 이날 이 회장은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한 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장에서 열린 이 회장은 경영진 간담회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기존 강점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와 함께 미국과 유럽 등이 과반을 점유한 고부가가치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 등 반도체 전 분야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올해 초부터 반도체 기술 인재를 격려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3월 반도체연구소 신입 박사 연구원들과의 간담회와 2월에는 천안과 온양 캠퍼스를 찾아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본 게 대표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추석 연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명절 현장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이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1일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고 있는 친환경 스마트시티 네옴(NEOM) 산악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해 회장 취임 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점검한 데 이어, 1년 만에 다시 중동을 찾은 것이다.

스마트시티 네옴은 사우디의 대규모 국가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 일환으로, 현재 삼성물산은 네옴의 핵심 교통·물류 수단인 지하 철도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명절에도 쉼 없이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사우디 네옴을 비롯해 탈(脫)석유로 대변혁을 추진 중인 중동 지역 비즈니스 확대 방안을 경영진과 논의했다. 

사우디 방문에 앞서 이 회장은 이집트 중부 베니수에프주 소재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해 TV·태블릿 생산 현장을 점검한 뒤 삼성의 중동 사업 전략을 논의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에 함께 하며 국내 재계를 대표해 ‘민간 외교관’ 역할도 도맡고 있다.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와 스위스,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등에 동행했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순방을 함께하며 투자 협력이 성사에 데 힘을 보탰다.

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 글로벌 인사들과 잇따른 면담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10여 개 국가를 돌며 윤 정부가 유치를 추진하는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에도 힘을 보탰다.

하지만 27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용 회장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국내외 사업장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이었다. 이 회장은 이날 열린 1심 공판에서 삼성의 ‘부당합병·회계부정’에 피고인으로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1심 결과가 이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항소하면 재판은 향후 수년간 장기화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제한받으면 삼성의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주가 조종 등 불법 개입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의 주장에 대해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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